[재계뒷담화]재벌가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열전

2010.03.02 13:40:51 호수 0호

잇단 승전보에 회장님도 ‘들썩들썩’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승전보가 잇따르자 그동안 그다지 눈길을 받지 못했던 동계스포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재계 인사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올림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평소 동계스포츠를 즐기는 유명 경영인들도 주목받고 있다. 한창 뜨고 있는 동계스포츠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총수나 CEO들을 소개해봤다.


한국 선수들 금메달 행진에 ‘숨은 공신’들 화제
비인기종목 통큰 지원…겨울스포츠광 CEO도 주목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가장 주목받는 재계 인사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회복한 이 전 회장은 밴쿠버 현지에서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이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은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 전 회장이 동계올림픽 ‘3수’에 나선 강원도 평창 유치 활동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 전 회장의 동계스포츠 사랑은 한국 대표팀 선전에 큰 힘이 됐다. 그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메달자에게 개인 자격으로 포상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금액은 정부가 지급하는 포상금의 절반 수준이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개인종목의 정부 포상금은 금메달 4000만원, 은메달 2000만원, 동메달은 1200만원이었고, 단체종목은 금메달 3000만원, 은메달 1500만원, 동메달 1000만원이었다.

평창 유치전 올인

이 전 회장의 취미는 다름 아닌 스키다. 2003년부터 주변의 권유로 건강관리를 위해 스키를 배우기 시작한 이 전 회장은 매년 스키시즌이면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을 자주 찾는다. 2005년 사장단 회의를 강원도 평창의 보광 피닉스파크에서 열고 회의 후 모두 스키를 타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이듬해 프랑스 스키장 슬로프를 통째로 3개나 빌려 ‘황제 스키’를 즐겼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의 지원도 많았다. 삼성은 박성인 밴쿠버 동계올림픽한국선수단장(당시 삼성스포츠단장)이 1997년 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4년째 빙상경기연맹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이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이 자금은 비인기 종목인 빙상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과 일류 코치를 영입하는데 쓰였다.

이 전 회장은 박 단장에게 “여름 스포츠의 기본은 육상이고, 겨울 스포츠의 기본은 빙상”이라며 “앞으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면 반드시 빙상 종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밴쿠버 활약도 대단했다. 조 회장 역시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전에 힘을 보탰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지난달 유치전 비용으로 위원회에 30억원을 쾌척한데 이어 지난 10일 열린 IOC 총회에 맞춰 밴쿠버로 출국, 총회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평창 알리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조 회장은 앞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IOC위원들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이수영 경총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많은 재계 인사들이 평창 유치전을 거들고 있다.

이중 변탁 태영건설 이사회 의장은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2001년부터 대한스키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변 의장은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기도 했다. 유치위 측은 “국민적 염원인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성사를 위해 재계 인사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거나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의 발돋움외에도 무려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뒤에서 묵묵히 동계스포츠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총수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몸으로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임을 보여주는 유명 경영인들도 있다. ‘만능 스포츠맨’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스키 마니아다. 2005년 사내 스키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한 구 회장은 겨울이면 임직원과 가족들을 스키장에 초청할 정도다.

스키와 함께 젊은이들이 즐겨 타는 스노보드 실력도 수준급이다. 현대가 사촌지간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몽익 KCC 사장도 자타가 공인하는 스키 마니아다. 스포츠광인 이들의 스키 실력은 거의 프로급이다. 정 회장은 2005년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다가 안전 펜스를 뛰어넘으면서 어깨를 다친 적이 있다.



동계스포츠 마니아

이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박유재 에넥스 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이행희 한국코닝 사장, 신박제 NXP반도체 회장,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등이 스키 또는 스노보드를 즐기는 CEO로 유명하다. 또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은 고려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며, 이상휘 AIA생명 사장은 평소 두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즐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전무는 학창 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슬로프나 빙상을 질주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CEO들이 적지 않다”며 “실력이 전문가 수준인 CEO들은 동계스포츠를 통해 느낀 점과 특성 등을 회사경영에 접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