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34탄] W폰

2010.03.02 13:36:05 호수 0호

소문난 잔칫집 들여다보니… ‘진땀 뻘뻘’ 초상집 분위기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휴대폰 업계는 떠들썩했다. SK텔레시스가 이른바 ‘W폰’(모델명 SK-700)을 처음 선보였기 때문이다. SK가 SK텔레텍(스카이)을 매각한지 4년 만에 또다시 휴대폰 단말기 시장으로 화려한 귀환을 한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도 컸다.
SK텔레시스는 ‘W폰’을 SK텔레콤 전국 대리점을 통해 출시했다. ‘언제(Whenever), 어디서나(Wherever), 무엇이든(Whatever) 가능하다’는 뜻을 가진 ‘W’는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휴대폰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부드럽고 절제된 디자인과 감성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갖춘 것.



‘제2의 SKY 신화?’

옛 멤버들 의기투합

외관은 기존의 풀터치스크린폰과 비슷한 3G 풀터치 디스플레이다. 3인치 강화유리창에 둥근 외곽 디자인이 감싸고돌아 최적의 그립감을 제공했다. ‘W폰’은 터치스크린에 기존의 ‘저항막 방식’ 대신 차세대 터치 기술인 ‘정전용량 방식’을 채용해 자연스러운 멀티 터치 기능을 구현했다. 정전용량 방식은 터치스크린 표면에 미세전류를 흘려 손가락과의 반응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볼펜이나 손톱 끝을 갖다 대면 작동하지 않으며 신체가 닿아야 한다. 다른 터치스크린 방식보다 투과율이 좋고 긁힘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SK텔레시스는 “풀터치스크린폰의 쓰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 소비자가 친숙하고 쓰기 편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W폰’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기능을 통해 사진, 동영상, 메모, 플래너 등의 콘텐츠를 싸이월드 블로그, 네이버, 티스토리, 텍스트큐브, 이글루스 등 국내 주요 블로그에 손쉽게 전송할 수 있다.
SK텔레텍 매각 4년만에 재진출… 안착 여부 관심
부드럽고 절제된 디자인에 감성적인 기능 결합

300만 화소의 카메라와 지상파 DMB,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외장메모리 및 이동식 디스크 기능, 지하철노선도, T맵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부가기능을 지원한다. 통화 대상자별로 통화빈도와 통화시간, 문자메시지 송·수신 횟수를 기록, 친한 정도를 표시해주는 등 기능도 다양화했다. 또 휴대폰 사용로그를 분석해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상대방과의 친밀도 그래프를 제공하는 ‘SNS 폰북’기능까지 있다.
‘W폰’은 벨소리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 했다. 짧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벨소리 방식 대신 ‘캐스커’, ‘에피톤프로젝트’, ‘요조’, ‘파니핑크’ 등 최고의 인디밴드 뮤지션들이 ‘사랑’, ‘특별한날’ 등의 4가지 테마를 주제로 ‘W폰’만의 개성 있는 벨소리 26개 곡을 완성곡 앨범 형태로 직접 제작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의 2가지로, 2종류의 배터리 커버를 기본으로 제공해 개인별로 취향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60만원대다.
SK텔레시스 측은 “‘W폰’은 부드럽고 절제된 디자인과 개인화된 감성에 기반한 UI를 적용해 이용자의 감성 충족에 초점을 둔 자사의 첫 모델”이라며 “‘W폰’을 토대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종합 정보기술(IT) 기기 제조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K텔레시스의 휴대폰사업 성공 여부는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SK가 ‘제2의 SKY 신화’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마케팅으론 어렵다”
SK 지원사격 없나

우선 SK텔레시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강력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W폰’의 품질보증기간을 업계 최초로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와의 ‘감성적 공감’을 위해서다. 또 ‘W폰’출시 직후 브랜드사이트(www.sk-w.com)에서 ‘우리들의 라이프 스토리 만들기’, ‘생활 속의 W 찾기’, ‘한줄 댓글달기’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동시에 소비자와 연결고리인 ‘대리점주 모시기’에도 공을 들였다.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일선 대리점 사장인 탓이다. 회사 경영진들이 ‘W폰’출시를 앞두고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을 돌며 SK텔레콤 대리점 사장들을 초청해 ‘W폰’설명회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휴대폰 출시 이전에 대리점 사장을 모아 설명회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SK텔레시스가 휴대폰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SK텔레시스는 해외보다 당분간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W폰’브랜드를 키운 뒤 글로벌시장 진출을 모색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최신원 SK텔레시스 회장은 “휴대폰 사업에 진출한 것은 SK 창업주인 아버님(고 최종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잇는 것”이라며 “‘W폰’이 성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는 2005년 SK텔레텍의 ‘스카이’휴대폰사업을 팬택에 매각한 이후 4년 만에 휴대폰 시장에 재진입한 셈이다. 당시 뿔뿔이 흩어졌던 옛 SK텔레텍의 멤버들이 다시 뭉쳐 ‘W폰’을 내놓았다. SK텔레시스는 과거 스카이 휴대폰을 제작했던 SK텔레텍 임직원들이 2005년 사업매각과 함께 팬택으로 옮겨갔다가 상당수가 실직하자 이들을 재영입해 ‘W폰’개발을 추진했다.
월 3만대 판매량 목표 미달
출시 3개월간 3∼4만대 그쳐

SK는 휴대폰사업을 팬택에 매각할 때 ‘3년간 동종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맺었는데 지난해 기한이 끝났다. SK텔레시스가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섬에 따라 국내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삼성, LG, 팬택과 함께 4자 경쟁 구도로 접어들었다. 현재 휴대폰 단말기 시장은 국내외 10여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업계에선 삼성, LG, 팬택 등 3대 단말기 업체가 국내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치열한 환경에서 뒤늦게 출발한 ‘W폰’이 단순히 마케팅 전략만으론 안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W폰’의 성공 여부가 SK그룹 차원의 특별한 지원에 달렸다는 것이다. SK텔레시스 측은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우려해 ‘SK 특혜’부분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의 전망은 다르다. 어떤 형태로든 SK가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W폰’은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특히 SK텔레시스의 최대주주는 77.1%의 지분을 소유한 SKC로, SKC의 주요 지분은 SK(42.5%)가 갖고 있어 ‘SK텔레시스-SKC-SK’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다.
지난해 8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W폰’공식발표회장에 최신원 회장을 비롯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W폰’이 SK 등에 업히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혀 별개의 회사로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W폰’개발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이 주도했다. 이 때문에 ‘W폰’은 ‘최신원폰’으로도 불린다.
최신원 회장이 오너로 있는 SKC는 현재 SK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일각에선 최신원 회장의 휴대폰사업 재진출이 계열분리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문제는 역시 실적이다. SK텔레시스는 출시 초기 월 3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장담했으나, 실제 판매는 당초 기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개월간 SK텔레콤에 공급한 ‘W폰’은 약 7만대다.
이를 놓고 보면 월 3만대 목표엔 미달되지만,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판매한 수량으로 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SK텔레콤에서 개통된 ‘W폰’은 4만5000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같은 기간 ‘W폰’의 개통수를 약 3만5000대로 추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W폰’의 판매가 3개월간 3∼4만대가량에 그쳤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출시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자 SK텔레시스가 지난 1월부터 27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옴니아2’등 스마트폰 광풍이 불고 있는 마당에 피처폰인 ‘W폰’이 자리를 못 잡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SK텔레콤이 ‘W폰’보다 다른 제품에 영업을 집중하는 등 사실상 SK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던 점도 출시 초기 시장진입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광풍에…
피처폰 부진 당연”


SK텔레시스 측은 ‘W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W폰’이 출시한지 3개월 막 지난 시점에서 사업 성공 또는 실패 가능성을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목표인 월 3만대엔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지만, 갈수록 판매량이 늘고 있어 조만간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 3∼4종의 제품을 더 출시하는 등 제품 라인업이 갖춰지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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