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대우건설 포기’뒷말 셋

2010.03.02 13:36:40 호수 0호

“슬쩍 간만 보고 퇴장”


인수전 참여 검토하다 결국 불참 선언
자금부족, 특혜시비, 정부압력 등 관측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 STX그룹이 결국 불참하기로 결정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STX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인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 및 매각방식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인수여부를 검토했지만 몇 차례에 걸친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불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STX의 대우건설 포기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자금 부족이 꼽힌다.

대우건설 지분의 50%+1주를 매입하려면 총 3조원 정도가 필요한데 STX의 경우 PEF에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인수 참여시 필요한 자금은 약 1조원 정도로 추산됐었다. 하지만 STX그룹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6000억원인 반면 7조7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다.

M&A 한 전문가는 “유동성이 좋지 못한 STX가 섣불리 대형 기업을 인수했다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TX그룹 측은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향후 내부역량 강화에 주력하기 위해 ‘꿈’을 접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STX건설과 STX중공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143여억 달러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며 “지금은 공격적인 성장이 아닌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혜 시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향후 인수 과정을 둘러싼 뒷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STX그룹의 인수전 참여에 대해 “3조원의 매각대금 중 1조원만 내면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무슨 근거와 기준으로 STX에게 대우건설을 넘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정부 압력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은 대우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회사 재무상황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만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강덕수 회장을 만나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인수 포기에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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