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중공업을 향한 어느 하청노동자의 ‘하소연’

2010.03.02 13:03:56 호수 0호

노동자들 “버티던지 버려지던지…”

공문 내려와 석 달 동안 임금 20%씩 두 차례 삭감(?)
하청업체들 월급 안주고 ‘도망’ 혹은 폐업 신고 속출


STX중공업에서 근무 중인 하청노동자들의 한탄이 하늘높이 솟구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측의 임금 축소 정책에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굶어죽게 생겼다며 항변한다.
실제 창원 본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임모씨는 “STX중공업이 지난해 조선업 경기가 나빠지자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삭감하라고 압박해 최근 월급이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하청업체 사장으로부터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라는 공문을 내려 임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에 당시 20%의 임금이 삭감됐지만 이후 두 달 만인 지난 1월 또 한 차례 임금 20%가 추가 삭감됐다”고 말했다.
임씨에 따르면 이 같은 임금 삭감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공업 내 하청업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결국 석 달 사이 임금이 크게 삭감된 직원들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회사를 떠났다.

임씨는 “실제 우리 하청업체만 해도 100여 명 중 20~30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이 최근 몇 달 사이 모두 떠났다”며 “남아있는 직원들 역시 버틴다는 정신으로 있을 뿐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이라고 해봐야 입에 풀칠할 돈도 안 되지만 당장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까 남아 있다는 하소연이 수도 없이 들려온다”고 전했다.
사정은 하청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임씨는 “중공업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청업체 사장들 역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실제 한 하청업체 사장은 ‘직원 100명을 기준으로 매월 3억7000만원가량의 임금이 들어가고 소모품비 등을 제외하면 최소 매월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의 수입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지만 최근 중공업으로부터 3억원가량의 자금만 유통되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결국 약 2~3주 전 폐업신고를 했다. 그는 “실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다”며 “일부 업체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은 채 도망을 가기도 한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씨는 최근 STX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려한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STX의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중공업은 현재 현장 직원들의 임금까지 깎아 운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형건설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라며 직원들의 임금을 무참히 삭감하자마자 ‘덩치키우기’가 웬 말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STX 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공문을 내려 임금 삭감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최근 조선업계가 어려워지면서 회사와 협력업체 간 상생을 위해 일부 임금 조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이 같은 조정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하나일 뿐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을 누렸을 당시 시장원리에 따라 임금이 높았던 것이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이 된 것이지 ‘임금삭감’은 아니다”며 “이는 공동생산 목표를 위해 협력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조정되는 부분으로 일상적인 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인수 추진으로 인한 일부 노동자들의 항변에 대해서는 “조선업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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