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기영 사장 사퇴 내막

2010.02.23 09:21:45 호수 0호

“난 사직서만 썼을 뿐이고 몸값 오르면 땡”


엄기영 MBC 사장이 지난 8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엄 사장과의 인사문제 충돌로 빚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엄 사장 사퇴에 여러 가지 속내가 담겨져 있다는 관측이다. 야권과 진보진영에서는 엄 사장 사퇴에는 MB와 보수진영의 꼼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엄 사장 사퇴에 앞장섰던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엄기영 사퇴 적절한 시기 맞춘 히든카드
변희재, 끝나지 않은 싸움 ‘MBC 개혁’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하자 여야는 엄 전 사장의 사퇴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펼쳤다.  17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엄 사장의 퇴진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방송장악 의도’로 규정하고 문방위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요청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언론인 앵커 출신인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의 MBC 장악 의도로 사실상 강제 퇴직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MBC 사태와 방송 장악 사태, 방문진의 권한 남용 등을 따지고 파악하기 위해 국회법 65조에 따라 본 위원회에서 2월 중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사퇴 카드’ 1석2조 효과



이에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여야 간사 협의로 결론이 나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앞서 방문진는 지난 11일 엄 전 MBC 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사장을 공모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이날 오후 방문진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새 MBC 사장 후보를 공모를 통해 (주총에)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엄 전 사장의 사퇴와 관련, 진짜 속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엄 전 사장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방문진 이사회가 자신의 인사안과 다른 인물을 MBC 이사진으로 선임하는 것과 정권 차원의 압력 등이다. 엄 사장은 지난해 12월 보도, TV제작, 편성, 경영(김재형 MBC 기획조정실 부실장 내정) 등 4개 본부 이사의 사표가 수리된 뒤부터 후임 이사진의 인사를 놓고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를 한 바 있다.

엄 사장은 그동안 MBC 이사진은 사장과 함께 MBC를 경영해야 하는 ‘내각’인 만큼 이들의 인사를 자신에게 맡겨줄 것을 요청했으나, 방문진이 이것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는 “엄 전 사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본인을 포함한 본부장이 일괄 사표를 제시했을 당시 퇴진했어야 했다”며 “자신의 수족이 잘리고도 버틴 행태가 이상한 것이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방문진이 4부 본부장을 임명하자 전격적으로 사퇴했는데, 예상 밖의 일이다.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의원이 최근 엄 전 사장이 정계에 입문할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던데, 그것도 선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엄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든지 안하든지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그러나 방문진의 실책으로 조작방송의 대명사인 MBC를 지킨 방송민주화 투사로 위장하여, 선거에서 표를 얻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이번에 MBC 사장 인사가 잘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엄 전 사장의 사기극은 곧바로 들통 날 것”이라면서 “반면 방문진이 밀실에서 자기들의 측근을 임명한다면, 엄 전 사장에 힘이 실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극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전 사장의 사퇴 속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가’를 묻는 질문에 변 대표는 “우선적으로 엄 전 사장은 MBC노조와 방문진, 두 군데서 협공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며 “노조는 노조대로 엄 전 사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방문진도 마찬가지다.

MBC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하고 노조의 눈치만 봤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협공을 받자 엄 전 사장은 정치적 명분도 얻고 노조에게도 MBC를 끝까지 지키다가 나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적절한 시기를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진영에서 ‘보수단체들과 MB의 사주 때문에 사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변 대표는 “이번 엄 전 사장의 사퇴는 MB의 사주도 아니고 보수진영의 힘 때문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만한 적자운영과 ‘PD수첩’과 ‘100분토론’ 등 세계 방송사에 기록될 만한 조작 사건 총책임자로서, 그때 이미 사퇴를 했어야 했다. 그 이후에도 지원하지도 않은 인물을 시청자위원 10명 중에 9명을 임명하는 불법을 자행했다. 또 119구조대원 아이티 봉사활동 관련해서도 조작보도가 나왔다. 조작과 불법, 탈법이 난무한 MBC의 수장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게 희한한 일이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시절 MBC는 공영방송으로써의 공영성과 정당성을 잃어버렸다”며 “MBC는 공공기관인 방문진이 운영하는 회사로서, 영리방송보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MBC는 특정 정치성을 띈 노조가 좌지우지했다. 책임경영이 부재했던 것이다. 지금 시급히 개선해야할 점은 법규에 따라 MBC의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전 사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그에게 ‘다음 단계’를 물었다.

이에 변 대표는 “일단 개혁적 사장을 임명한 뒤, 이사와 본부장을 분리시켜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30여 개가 넘는 계열사에 MBC 출신 뿐 아니라 경영 전문가를 임명하여 틀을 바꾸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386세대 좌파 노조와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젊은 그룹을 키워야 한다. ‘MBC국민연합’의 사장 공개검증대회를 통해 새로운 사장을 임명을 면밀히 관찰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엄 전 사장 사퇴 내막에는 고도의 정치적 함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노조와 방문진 틈에서 자신의 명분도 얻고 정치적인 실익도 보장된 타이밍에 사퇴서를 제출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변희재 “사퇴 꼼수로 가치 극대화”

한편, 엄 사장이 사퇴하고 보수적 성향의 새 이사진이 선임되자 MBC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MBC 2천 조합원은 모든 것을 걸고 MBC 장악 음모에 맞서 싸울 것이다. 강고한 총파업 투쟁으로 정권의 낙하산 부대를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18일 총파업과 관련한 투표를 진행해 파업을 가결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엄 사장의 후임 인선에도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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