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돌아라 정치시계야 ‘대선 전으로’

2010.02.23 09:20:51 호수 0호

‘동중정’ 정동영 물밑 세 확장 플랜3


정동영 의원의 잰걸음이 시작됐다. 정 의원은 민주당 복당 후 당 주류와의 마찰을 우려, 자세를 한껏 낮추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데는 주저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을 돌며 복당 인사를 하고 당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조만간 상임고문직도 회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모임별로 자리를 마련해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감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구상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키로 하는 등 지방선거 역할론을 자임하고 있다. 정 의원의 바쁜 움직임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당권 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측은 ‘통합의 밀알’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단호히 일축하고 있다.

 “한 알 밀알이 되리라” 지방선거 역할론 자임
 선거법 93조 개정 작업으로 트위터와 손잡기



정동영 의원이 10개월만의 복당 후 하루를 초단위로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 “복당하기 전이 나았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정 의원은 복당 후 첫 발걸음을 광주에서 시작했다. 지난 16일 민주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광주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으로 첫 외부활동을 시작한 것.

정 의원은 참배 후 광주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집 떠났던 아들이 광주에 돌아와 걱정과 근심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자택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당분간 조용히 있으려 한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다. 정 의원은 광주에 이어 충남과 부산 등 다른 지역도 차례로 돌며 복당 인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에서 첫 발걸음
고향 땅 밟고 다시 시작


또한 당 내에서도 매주 화요일 열리는 원내대표단-중진 연석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전직 당 대표급에게 주어지는 상임고문직을 회복하면 이 같은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당내 의원들과의 소통도 늘리고 있다. 복당 전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과 소통했다면 이제는 의원모임별로 자리를 마련해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감을 좁힌다는 것. 10개월 간의 헤어짐이 당 의원들과 정 의원 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긴 만큼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의원의 복당에 반발했던 친노, 386 인사들과의 관계회복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정 의원은 당내 연착륙과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주류와 각을 세우는 것을 자제하면서 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 하지만 벌써부터 그의 한마디는 당내 갈등의 도화선으로 튈 불꽃이 되어가고 있다.

갈등의 씨앗은 지방선거와 당권에서 움트고 있다. 정 의원은 복당 후 공식행보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이미 이러한 갈등의 ‘운’을 띄웠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우리 쪽에 승산이 있다”며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래저래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한다”고 밝혀 ‘후보단일화’를 위해 움직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이어 “지도부와 나머지 의원들간 소통에 다소 간극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뽑게 돼 있는 현 지도부 선출방식에 대해 “야당으로서 보다 힘있는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1, 2부 리그식으로 나눠서 뽑기보다는 단일선거를 통해 득표순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광주 방문에서는 당 지도부의 지방선거 공천안인 ‘시민참여 배심원제’에 대해 “유용한 제도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기본적으로 국민경선론자”라며 온도차를 뒀다.

그는 이어 ‘국민경선’이 광주선거에도 적용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원칙은 어느 지역이든 동시에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세균 대표가 “호남지역 기초단체장 경선에는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되, 광역단체장 본선에 도입하는 문제는 공천심사위원회 등 당 지도부가 좀 더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다른’ 주장이다.

지방서거 역할론 자임
사람 만나고 판 벌리고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복당 후 ‘백의종군’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적극적으로 당 지도부의 주장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이 지방선거와 관련해 만나겠다고 한 인물 중 하나가 손학규 전 대표라는 것도 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의원은 조만간 춘천에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찾아가 “함께 힘을 합치자”며 여의도 복귀를 권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언론 인터뷰 중 손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제는 산에서 내려와 당을 도와야 할 때”라며 전면 복귀를 촉구키도 했다.

문제는 손 전 대표가 지방선거와 당권 문제에서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데 있다. 손 전 대표측 인사들이 주류측과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이유로 손 전 대표는 당 지도부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손 전 대표를 만나 복귀를 이끌어 내는 순간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의 승리 혹은 민주개혁진영통합의 ‘산파’ 역할을 정 의원에게 내주게 된다.

즉, 정 의원이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전하면 전할수록 당 지도부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가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당 지도부와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적잖은 상처를 내고 있는 형국”이라며 “서로의 주장에 상충되는 면이 많으니 결국 지방선거가 목전에 닥치면 ‘전면전’으로 가는 수순을 밟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정 의원이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중에는 ‘토론회’가 있다. 정 의원은 경찰과 선관위의 트위터 선거운동 단속 방침에 반발, 단속의 근거가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93조 개정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8일에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 의원은 “소통혁명이자 대세인 트위터를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돈은 묶고 말은 풀겠다’는 선거법 취지와도 모순되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6월 지방선거에서 일반 국민들이 선거사범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도 “트위터 규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21세기판 장발단속이자 미니스커트 단속”이라며 “이미 전세계적 대세가 된 트위터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월 임시국회 내 ‘선거법 93조’ 개정안을 발의하고 트위터 규제에 대한 헌법 소원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는 정 의원과 심 전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김효석·전현희·이종걸·김영진·이석현·홍재형 의원 등 정치권의 대표적인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과 세미나에 관심있는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또한 이들을 통해 토론회 상황이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전해졌다. 인터넷 생중계도 1000여 명 이상이 시청하는 등 시민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정 의원은 24일에는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진다. 지방선거 야권연합 논의의 대상 중 하나인 지방연립정부의 구성 방안과 관련, ‘1대1 구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토론회을 연다는 것.

정세균 대표가 정 의원의 지방선거 역할론을 “다 때가 있는데 배가 고프다고 아침, 점심, 저녁을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다”는 말로 일축한 것과는 달리 정 의원은 세미나·토론회 등을 통해 이미 지방선거 역할론을 실행에 옮기는 모양새다.

토론회로 여론 청취
세 키우고, 분위기 띄우고

한 정치분석가는 “지방선거 핵심 이슈로 떠오른 트위터와 야권 연대라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냈다”며 “당 혹은 정치권 내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면서 지방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할론은 시작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공천 문제 등에서 잡음이 일 수 있지만 정 의원의 정치적 위치상 손 전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 전 가장 큰 계파를 가졌던 때로 돌아가는 것도, 차기 당권과 대권을 둔 신경전도 지방선거에서의 역할로 판가름난다는 점에서 정 의원의 도전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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