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을이 정초부터 시끄럽다. 7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은평을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낙마 후 무주공산이 돼버린 터라 눈독을 들이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터줏대감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조기 복귀설로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출마를 고민하는 이들은 이 위원장과의 맞대결을 통해 지역구와 정치적 성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 등 야당들도 이 위원장을 누르는 것으로 의석 확보와 지지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에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를 은근히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국현 낙마로 무주공산 된 은평을 재보선에 시선집중
이재오 복귀설에 야당 거물들 빠르게 느리게 출마 시동
서울 은평을이 7월 재보선 화제의 지역구가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친이계의 중추격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설’ 때문이다.
최근 정가 일각에서 이 위원장의 재보선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7월 재보선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고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는다는 ‘여의도 복귀설’의 한 가닥이다. ‘조기 복귀설’에는 3월이라는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되고 있다.
이재오 출마설로 술렁
이 위원장이 여의도 복귀를 선언했을 경우 복귀무대는 서울 은평을이 당연시된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낙마로 공석이 된 은평을은 이 위원장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은평구에 출마, 48개구 중 최다득표로 당선했다. 또한 16대, 17대 국회에서도 그는 재선과 3선에 성공했다.
이 위원장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에도 지역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밝혀왔다. 그는 미국 유학 중 부인 추영례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번씩이나 국회의원을 당선 시켜주신 지역(은평을) 주민들이 너무 고마워서, 어깨 한번 제대로 못 펴고 살아야 했던 지난 시절도 이젠 오히려 추억이 되었다”면서 “그동안 우리를 도와주었던 많은 주민분들을 우리가 18대에 떨어졌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잊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귀국 후 오전에는 지역구 활동에 매진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활동과 더불어 자신의 팬클럽 ‘JOY’ 회원들과 도배 봉사활동으로 지역구 곳곳을 누볐다.
때문에 은평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 위원장의 지역구 관리가 물샐틈없다”며 “언제든 선거에 뛰어들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셈”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이 위원장의 출마설이 나돌면서 은평을 출마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던 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권의 핵심 실세가 그의 ‘텃밭’이었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위원장의 출마가 도전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 같은 거물과 맞대결을 펼침으로써 정치적으로 한단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정권심판’의 의미를 지니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여권에 대한 ‘견제’를 강조할 수 있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여세를 몰아칠 수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의 출마 시 박사모가 낙선운동을 경고하는 등 여권의 표가 분산돼 있다는 것도 호재라는 게 정가 안팎의 관측이다.
이러한 ‘기회’를 살릴 인물로 각 당은 거물급 인사를 수소문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장상 최고위원과 김근태·정대철·한광옥 고문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그가 대표로 있는 ‘통합과 창조포럼’ 사무실을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고연호 민주당 은평지역위원장이 장 최고위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은평에는 힘 있게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장 최고위원에 대한 지원설을 일축했다.
한 고문도 주소지를 은평을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는 등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출마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열심이다.
김 고문은 주변의 출마 권유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유시민 전 장관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출마 여부가 눈길을 끈다. 유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 받았다. 심 전 대표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의 경우 친노 진영의 대표적인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방향 전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은평을 재보선 출마도 그중 한 방안으로 꼽힌다.
심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는 했지만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은평을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로 마음을 굳히기 전 은평을 재보선을 고려했었기 때문이다.
이재오 vs 유시민?
정치권 한 인사는 “이 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은 지 오래되지 않은데다 강력한 추진의사를 내비친 ‘부패 척결’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여의도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이 위원장과 유 전 장관 등 거물급 인사와 맞닥뜨리면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