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 지방선거는 지난 2008년 4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MB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이런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사활이 걸린 중대 선거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진검승부처다. 차기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지면서 정치거물들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MB 버림받자 박근혜 ‘헬프콜’?
‘리틀MB’ 김문수 경기지사, 압도적인 지지율 1위
6·2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의 승패를 가를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예비후보들의 보폭도 덩달아 넓어지고 있다.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의 경우, 현 오세훈 시장이 일찌감치 재선 행보에 들어간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경기선거는 김문수 지사가 ‘재선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독주체제에 들어갔다.
서울시장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모양새는 험난하기만 하다. 원희룡, 김충환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고 오 시장을 향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 또 정두언, 권영세 의원 등도 추격을 벌일 태세이다.
‘오세훈 불가론’ 확산
특히 원 의원은 오 시장의 ‘전시행정 타파’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워 여권 내 ‘양자구도’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원 의원은 오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광화문광장을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고 혹평한 데 이어 지난 2일 서울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카드를 발표하면서 발 빠르게 뛰고 있다.
김충환 의원도 ‘광화문광장’ ‘서울시 복지사업’ 등 오 시장의 시정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동시에 3선 강동구청장을 지낸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이번 선거의 공천을 감당할 지방선거기획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서울시장 출마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중도 성향의 서울시당위원장 권영세 의원도 거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권 의원은 “이미지를 다투는, 인기투표 형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라며 오 시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당내 후보자들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오 시장을 공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 시장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오세훈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친이계에서 오 시장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이 ‘뉴타운 공약’과 ‘박근혜 접촉설’, ‘세종시 관망론’까지 대두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고 공천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오 시장의 문제는 정체성의 문제다. 서울시장으로써 세종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박 전 대표 측과 만난 것이 언론에 공표에 되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면서 “후보경선을 통해 공정하게 후보를 선출하겠지만 서울시 의회의원들도 썩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재선 가도에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다. 그것은 야권 공조이다. 특히 민주당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단일화할 경우, 오 시장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출마 여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대한통운 비자금 뇌물수수 혐의사건’의 향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한 전 총리가 재판에서 승리한다면 유 전 장관과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경우 지난 12일 <한겨레> 광역단체장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과 한 전 총리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원희룡 의원(13.5%)보다 2배가 넘는 31.6%의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당내 후보 적합도에서 30.4%(지난해 12월), 32.6%(1월), 31.6%(2월) 등 제자리걸음에 있고, 한 전 총리와의 맞대결에서도 47.6%(1월), 47.2%(2월)로 47%대에 묶여있다는 것.
이에 반해 한 전 총리는 오 시장과의 대결에서 38.4%(1월), 38.1%(2월) 등 상대와의 격차를 9%선에서 지켜내고 있다. 현직 시장으로서 활발한 행보를 하는 것에 견주어보면 ‘현상 유지’라기보다 지지율 답보 쪽에 가깝다.
경기지사 선거전 경우 김문수 현 지사에 여야의 유력 정치거물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때 김 지사는 대권, 당권 등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재선도전이 확실히 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 독주하고 있는 김 지사에 대해 ‘김문수 추대론’이 흘러나오고는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의 대항마로 친박계 김영선 의원과 소장파 남경필 의원, 심재철, 원유철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권핵심부에서는 친이계이면서도 이재오 권익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김 지사에 대해 흠잡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리틀 MB로 통하는 김 지사는 ‘세종시 원안추진’에 대해 이 위원장과 적극반대 해왔으며, ‘수정안’에 대해서도 “충청도는 보이고 경기도는 안보이냐”며 ‘세종시 역차별론’을 제기해 경기 민심까지 얻고 있다. 아울러 MB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업무보고’에서 “김문수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경기도가 더 큰 기여를 해 달라”는 등 “김 지사를 중심으로”라는 발언을 4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MB의 이 같은 행보는 ‘충북도 업무보고’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에 반해 야권은 김 지사의 대항마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주류, 비주류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김진표 최고위원(정세균계)과 이종걸 의원(정동영계)의 당내 공천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두 사람의 공천경쟁은 DY의 복당 이후 세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
김문수 ‘꿩 먹고 닭 먹고’
이와 함께 법무부 장관을 지낸 4선의 천정배 의원과 3선인 원혜영, 김부겸, 정장선 의원 등도 꾸준히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시민 전 장관도 상황에 따라 경기지사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친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의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 지사의 독주를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민주당 김 최고위원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대결할 경우 47.8%(1월)에서 53.6%(2월)로 더 올랐다. 반면에 김 최고위원은 34.4%(1월)에서 30.7%로 떨어졌다는 것.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민주당 천 의원의 경우, 김 지사와 대결하면 천 의원 33.7%, 김 지사 50.6%로 오히려 출마를 선언한 야권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