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탄압 의혹 ‘스님 폭행사건’ 일파만파

2010.02.02 09:45:17 호수 0호

“멱살잡이했는데 코가 찢어져?”


사찰 주지 스님이 술에 취한 경찰관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폭행을 당한 스님이 4대강 운하 개발 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불교탄압이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불교계와 야당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의도적인 폭행이라며 강하게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가져온 파장을 살펴봤다.


용화사 주지 스님 만취한 경찰 두 명에게 폭행 당해
4대강 사업 저지 위원장 수행해 ‘의도적 폭행’ 의혹

이번 사건은 지난달 19일 밤 12시쯤 일어났다. 조계종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김포 용화사 앞에서 이 사찰 주지인 지관(50) 스님이 두 명의 성인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술에 취한 남자들은 소란을 피우다가 스님의 얼굴을 가격했고 스님은 코 주변이 3~4cm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후 스님은 동국대 일산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폭행을 가한 두 남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스님을 폭행한 이들은 다름 아닌 경찰들이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의왕경찰서 김모 경사와 경기청 609 전투경찰대 이모 경사로 밝혀졌다. 김 경사와 이 경사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을 한 적이 없고 스님의 얼굴 상처는 멱살잡이를 하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나뭇가지에 긁힌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다음 날 병원에 입원한 지관 스님을 찾아가 사과를 했고 지관 스님도 스님으로서 용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순 폭행 아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만취한 경찰에게 사찰 주지 스님이 폭행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불교계가 반발에 나선 것.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을 갖고 지관 스님 폭행사건과 관련해 경기경찰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관련자 엄중 문책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호법부장 덕문 스님은 이날 “사찰 인근에서 현직 경찰관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려를 집단으로 때린 사건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국민의 신변을 보호하고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 공무원이 공직자로서 본연의 자세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만당 스님과 조사국장 선웅 스님 등 5명은 지난달 27일 윤재옥 경기경찰청장을 방문해 사건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폭행 당사자 엄중 문책, 재발방지 대책과 복무기강 수립 및 경찰관 인성·소양교육 강화와 함께 경기경찰청장 사과 등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지관 스님이 4대강 운하 개발 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시발점이 됐다. 나라가 운영하는 사업에 제동을 거는 스님이라는 점에서 불교탄압 의혹이 제기된 것.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한 실천불교전국승가회·헌법파괴 종교편향종식 범불교대책위원회 등 8개 단체는 ‘불교계 4대강운하개발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장 지관 스님 폭행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하고 경찰청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단순 사건이 아니라 결코 일어나서도, 일어날 수도 없는 중차대하고 엄중한 사건”이라며 “폭행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철학이 경찰을 비롯한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에 기인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며 “종교인인 스님을 이렇게 대할 지경이면 힘없는 서민들은 어떻게 대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불교인권위원회는 노골적으로 불교탄압의 의혹을 제기했다. 불교인권위장 진관 스님은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지속하며 환경 보호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온 지관 스님에게 신성한 사찰의 인근에서 취한 상태의 경찰이 폭행을 가했다는 점에서 볼 때 불교 탄압의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계 당국에게 2000만 불교도의 이름으로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야권의 거센 반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4대강 공사 저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관 스님에 대한 경찰 폭행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MB 정권의 정부 정책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과 정치 사찰이 스님 폭행에까지 이른 것 아닌가”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정권의 불교계에 대한 차별과 폄훼가 바로잡히기는커녕 경찰이 지관 스님 폭행까지 자행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청장은 이번 폭행 사건은 물론 정치 사찰의 전모를 신속히 밝히고, 공개 사과하는 한편 폭행자 등 관련자를 문책하고 정치 사찰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진보신당 조승우 의원도 논평을 내고 경찰청장 공개사과는 물론 4대강 사업과 강압적 공권력 행사 철회를 주장했다. 조 의원은 논평에서 “경찰의 만행이 우발적이라고 보기 힘든 점은 지관 스님이 불교계 4대강 운하 개발 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는 점에서 그 의혹이 짙다”며 “생명과 평화, 중생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불교계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스님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제정신을 갖고 할 일인가”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불교탄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노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논평에서 “경찰의 지관 스님 폭행은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이 부른 비극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이어 “특히 폭행을 당한 지관 스님은 불교계 ‘4대강 운하 개발 사업 저지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유로 폭행을 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폭행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 분노를 가져올 정치적 문제”라고 의혹을 키웠다.

이처럼 단순 폭행 사건으로 그칠 것처럼 보였던 이번 사건이 불교탄압 의혹으로 번지면서 몇 해 전 벌어졌던 불교계와 경찰의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도 두 가지 석연치 않은 사건으로 불교계의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불교계·경찰 갈등 재현?

첫 번째는 ‘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 전 경찰청장과 기독교계 목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긴 논란이다. 두 번째는 그해 7월 경찰이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지관 스님 차량을 검문한 사실이 드러나 불교계와 경찰 사이에 또 한 번 냉기류가 흐른 사건이다. 한편 사건을 담당한 김포 경찰은 지난달 27일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을 폭행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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