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뒤흔든 리베이트 파문‘초긴장’

2010.02.02 09:41:13 호수 0호

공정위 융단폭격에 제약사 ‘벌벌’


제약업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정부가 약값인하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이후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정위의 조사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는 것.

실제 공정위 조사관들은 연초부터 제약사 곳곳을 급습해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업계 일부에선 ‘달라는 쪽이 있는데 왜 주는 쪽만 때려잡느냐’는 식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제약협회는 최근 일부 병원을 상대로 리베이트 요청 자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의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 이달 들어 태평양·삼아·CJ제일제당·한국얀센 등 급습 조사
제약업계 정부의 옥죄기에 전전긍긍…약값인하 ‘철퇴’ 첫 타자는 누구?


“업계 분위기는 한마디로 ‘전전긍긍’입니다. 솔직히 (공정위가) 언제 어떻게 쳐들어올지 모르니 노심초사할 수밖에요.” 중견제약사 한 관계자의 말처럼 요즘 제약업계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과 같다. 공정위의 날 선 수사에 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지난달 26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정위 직원 8명이 삼아제약 본사를 급습했다. 바로 전날 태평양제약에 대한 공정위의 갑작스런 조사로 제약사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전해진 또 한 번의 공습 경보였다.

공정위 ‘옥죄기’에 벌벌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에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앞서 지난해 말 영진약품에 대해서도 불법 금품 제공 등 부당거래 혐의로 식양청과 함께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와 함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는 지난해 3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3차 리베이트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지난달 12일 CJ제일제당을 방문해 오후 늦은 시간까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보강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다음 날인 13일에는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얀센을 압수수색해 매출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제약사에 대한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가 쉴 틈 없이 이어지자 업계는 내부 기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걱정에 다들 내부 단속이나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서울사무소의 조사는 공정위 본원의 3차 리베이트 조사와는 달리 제보에 의한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업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며 “만약 제보가 내부고발에 의한 것이라면 공정위에서는 증거를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기에 회사는 직원들의 입단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제약사 관계자들이 공정위의 조사 압박에 이렇게 노심초사 하는 이유는 정부의 ‘약값인하’ 정책이 원인이다. 앞서 정부는 제약업계의 약값인하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7년 공정위의 1차 리베이트 조사가 실시됐고 그 결과 동아제약·유한양행·한미약품·녹십자 등 총 10개 제약사가 리베이트 혐의로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결국 약값 인상의 주요 원인이 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에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이후 공정위, 식약청, 보건복지부가 총동원 돼 제약사 ‘옥죄기’에 들어갔다. 실제 공정위는 1차 조사 이후 지난해 1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불과 두 달 뒤 다시 3차 리베이트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해 8월1일 이후부터 리베이트와 관련된 의약품의 건강보험 약가를 인하하는 ‘리베이트 연동 약값인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은 무조건 20%의 약값이 깎이게 된다.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의약품은 부담이 가중돼 최대 44%까지 약값이 인하된다. 정부의 이 같은 제도는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적발된 제약사는 없다. 최근 코오롱제약, 한국파마 등 여러 제약사 대표들이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소환됐지만 이들의 리베이트 거래는 지난해 8월 이전에 이뤄진 것들로 해당 사안이 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이에 연초부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리베이트 혐의가 밝혀질 경우 약값인하가 결정될 일종의 시범케이스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약값인하 정책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로 수백만원의 벌금형보다 훨씬 무서운 조치인 탓이다. 또한 제약사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약값 인하 제도로 적발되는 첫 제약사는 수익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브랜드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범케이스라는 낙인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수 있어 다들 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제약사 vs 의사 ‘대립각’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업계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리베이트 문제를 비단 제약사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정부의 분위기 탓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제약사와 병원 사이에서 이미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온 부분”이라며 “그런데 최근 정부는 제약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가중시켜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에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일부 병원에 대해 일제히 리베이트 요구를 자재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요양기관을 신고해줄 것을 부탁했고 이를 바탕으로 선정된 병·의원 35곳에 공문이 발송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제약협회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병원에 공문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협회 한 대변인은 인터뷰를 통해 “병원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약사가 먼저 리베이트를 제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제약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협회의 싸움은 솔직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다툼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기회에 양측이 모두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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