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G 두얼굴 5탄] 로열패밀리 병역 실태

2010.02.02 09:27:56 호수 0호

구씨성 가진 검은머리 외국인‘신의 아들’ 널렸다

‘정도(正道) 경영’. 구본무 회장이 1995년 회장 취임식에서 처음 화두로 던진 이후 줄곧 추구해 온 경영철학이다. 한마디로 부당·편법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뜻이다. 이는 곧 LG그룹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LG일가는 구 회장이 강조하는 ‘바른 길’을 걷고 있을까. 이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보기 위해 앞으로 LG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방계 3∼4세들의 병역 여부를 따져봤다.

LG일가는 대가족이다. 고 구인회 창업주는 자손이 많다. 특히 아들이 많은데 ‘회’자 돌림이 6명, ‘자’자 돌림은 23명이나 된다. ‘본’자 돌림은 구 창업주 직계로만 11명이다. 형제가 6명인 구 창업주는 6남4녀를 낳았고, 그의 장남 구자경 명예회장은 4남2녀를 뒀다.

구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무 LG그룹 회장(2녀),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1남1녀), 3남 구본준 LG상사 부회장(1남1녀), 4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1남2녀) 등 3세들은 평균 1명의 아들이 있다.

‘소나기’ 피한 뒤
슬그머니 제자리



이 가운데 만 19세부터 30세까지 병역의무 나이를 지난 LG일가 4세들의 병역 여부를 살펴보면 군필자 못지않게 미필자가 많다.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재벌가와 달리 면제 사유가 질병보다 외국 국적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을 내세워 ‘소나기’를 피한 뒤 병역의무 나이가 지나면 슬그머니 국내에 들어와 한자리씩 꿰차고 있다.

LG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광모씨는 올해 32세(1978년생)다. 영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공대에 입학한 광모씨는 유학 도중 현역병이 아닌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그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25∼28세) 3년간 국내 IT 솔루션 회사에서 근무했다. 산업기능요원은 기술자격이나 면허소지자로서 국가가 지정한 특정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영주권, 시민권 등 외국 국적 내세워 군미필
신체질병 등 사유로 제2국민역 출신 ‘수두룩’

광모씨는 군복무 중인 2004년 12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그의 친부모는 구본무 회장의 아랫동생 구본능 회장이다. 1994년 외아들 원모씨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구본무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자의 대를 잇고 집안 대소사에 아들이 필요하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가족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후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한 광모씨는 다시 유학길에 올라 지난해 10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마치고 LG전자(과장)로 복직했다. 구본무 회장 직계인 ‘모’자 돌림의 나머지 4세들은 아직 나이가 병역의무 기간을 지나지 않았다. 구본준 부회장의 외아들 형모씨(1987년생·23세)는 현재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식 사장의 외아들 웅모씨(1989년생·21세) 역시 유학생 신분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다른 LG일가 방계 3∼4세들의 병역 실태다. 입대 면제를 받은 이른바 ‘신의 아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두 아들이 대표적이다. 구자준 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고 구철회 회장의 4남4녀 중 막내로 구본무 회장의 당숙이다.

구자준 회장은 슬하에 아들만 둘을 뒀다. 동범(1975년생·35세)·동진(1977년생·33세)씨로 이들은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국가에 영원히 체류할 수 있는 권리인 영주권은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반면 시민권은 한국 국적 대신 해당 국가의 국적만 유지된다.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보통 최소 5년 이상 영주권을 쥐고 있으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국민 기본의무 저버린 사람들,
과연 정상적인 경영 가능할까”


구자준 회장은 2006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큰 아들(동범씨)은 미국 코넬대 졸업 후 뉴욕에 머물며 글로벌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작은 아들(동진씨)도 미국 유학을 마치고 현지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자준 회장은 평소 등산과 마라톤 등 험한 취미를 즐겨 ‘마라톤 전도사’ 또는 ‘모험가 CEO’로 불린다.

그가 완주한 마라톤 경기만 풀코스 9회, 하프코스 20여 회에 이르며 K2,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 등을 오르내린 경험이 있다. 주식투자 ‘미다스의 손’에서 LG일가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한 본호(1975년생·35세)씨는 미국 시민권을 내세워 입대를 피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호씨는 복무기간을 넘긴 31세 때인 2006년 주식시장에 등장했다. 손대는 종목마다 상한가를 기록해 ‘투자 귀재’로 회자됐지만, 결국 2008년 160억원대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나 쇠고랑을 찼다. 본호씨는 구인회 창업주의 둘째 동생 고 구정회 고문의 손자로 구본무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본석, 본재, 본우씨 등 LG가 방계 3세들도 시민권자 사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본석(1971년생·39세)씨와 본재(1973년생·37세)씨는 영국 국적을, 본우(1989년생·31세)씨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구본무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형제인 본석·본재씨는 구정회 고문의 손자로 부친은 구 고문의 차남 구형우 전 부민상호저축은행 회장이다. 본우씨는 구인회 창업주의 손자로 부친은 구 창업주의 6남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이다.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고 군복을 입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제2국민역으로 결정된 사람은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 등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어 민방위 훈련만 받는다.

평균 면제율 24%
일반인은 불과 6%

구철회 회장의 장손인 구본상 LIG넥스원 사장(1970년생·40세)은 신체검사 결과 질병 등 사유로 제2국민역 통보를 받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3남 구본진 LG패션 부사장(1953년생·47세)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LG일가 2세 중에선 구자홍 LS그룹 회장(1946년생·64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1932년생·78세), 구자은 LS전선 전무(1964년생·46세) 등이 제2국민역으로 병역을 감면받았다.

이외에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장남 동휘(1982년생·28세)씨는 산업기능요원, 구자경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 구자일 일양전기 회장의 장남 구본길씨는 특례보충역으로 군복무를 끝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가 아들들이 일반인에 비해 유독 입대 면제자가 많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회사 지휘봉을 잡았을 때 과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LG그룹 측은 “오너 일가의 병역 사항을 일일이 확인해 주기 어렵지만 나름의 정당한 사유로 고의적인 병역 기피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다. 군복무는 질병, 가난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과 같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비극적 현실은 누구나 당연한 기본으로 인식하게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인 탓에 병역 여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군대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정 인물을 평가할 때 도덕성 잣대로 우선 병역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병역 비리 사건이 매번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재벌가의 병역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벌가 자녀들의 ‘석연치 않은’ 군면제 실태는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알 만한 집안은 하나같이 그랬다.

한 시사 프로그램은 2006년 사회 지도층의 병역 문제를 집중 조명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병역 이행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주요 총수일가의 병역면제율이 일반인보다 무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로열패밀리들의 평균 면제율은 33%인 반면 일반인은 6%에 불과했다.

당시 그룹별 면제율은 삼성그룹(73%), SK그룹(57%), 한진그룹(50%), 롯데그룹(38%), 현대그룹(28%), GS그룹(25%), LG그룹(24%) 순으로 조사된 바 있다.물론 LG일가엔 정상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가 더 많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구본능 회장, 구본준 부회장, 구본식 사장 등 4형제가 모두 병장으로 전역했다. 또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균 LG산전 부회장, 구자열 LS전선 회장, 구자일 일양화학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구자홍 LS 회장의 장남 본웅씨 등도 병장 제대했다.

직계 4세들은 유학중
병역 제대로 마칠까

구자명 LS동제련-예스코 회장(중위), 구자용 E1 부회장(중위), 구자학 아워홈 회장(소령), 구본걸 LG패션 사장(중위) 등은 장교 출신이다.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구자민 LF푸드 사장,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구본엽 LIG건영 부사장 등은 상병으로 복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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