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경기도지사 시절 가신 총선·재보선 통해 여의도 입성
정동영…대선참모진 민주당 포진, 당외 인사 ‘부르면 움직인다’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복귀를 앞두고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곁에 섰던 이들을 챙 조직 정비에 한창이다. 주군인 정 의원과 손 전 대표가 여의도를 떠나면서 이곳저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이들도 슬슬 몸 풀기에 들어갔다. 대선 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조직들도 수면 아래서 여전히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을 대표할 차기 권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 의원과 손 전 대표의 그때 그 사람들과 대선조직의 현주소를 짚었다.
민주당 안팎의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과 손학규 전 대표의 여의도 복귀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3년차에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주군이 돌아오는 것이 본격적이 대권행보를 시작한다는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지금 대권을 위한 사람과 조직, 자금 중 두 가지는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각개약진했던 가신들
주군 귀환 소식에 귀 쫑긋다.
그중 하나가 사람이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당내에서 가장 큰 계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부터 함께한 오래된 측근에 2002년 대선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을 맡으면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 참모진을 측근으로 끌어안았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 구축한 의원 및 참모그룹도 있다.
지난 17대 의원 중 강창일·김낙순·김춘진·김현미·김희선·노웅래·문학진·민병두·박명광·박영선·서혜석·양형일·우윤근·이강래·이상경·이영호·장경수·장복심·정의용·정청래·채수찬·최규식·홍창선 의원 등이 정 의원의 대선캠프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패하자 측근들도 덩달아 숨을 죽여야 했다. 17대 의원 상당수가 18대 총선 과정에서 낙천·낙선한 것. 공천과정에서 박명광·서혜석·윤원호·채수찬 등 비례대표들이 모두 탈락했으며 그나마 공천을 받은 20여 명도 수도권에서 맥을 못 췄다.
정 의원이 급기야 유학길에 오르자 당내에 남은 가신들은 계파색을 죽이고 각개 약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 의원의 재보선 출마를 계기로 당내 정 의원의 우호세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강창일·김재균·김희철·이종걸·이춘석·장세환·주승용·최규식 의원 등 8명이 회동을 갖고 정 의원의 재보선 출마를 지지하고 나선 것.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문학진·박기춘·박영선·안규백·우윤근·천정배·최문순 의원도 정 의원의 재보선 출마를 지지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내에서 정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이 25명에서 30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재보선 출마를 지지한 의원들은 대부분 당내 개혁파 그룹인 민주연대 소속이었다. 민주연대는 이종걸·최규성·최규식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곳으로 공동대표들은 각각 천정배계, 김근태계, 정동영계를 대표한다.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 50대 초반의 재선 의원인 박기춘·양승조·이강래·주승용 의원 등이 속한 ‘10인회’를 정 의원의 우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경선 당시 정 의원 캠프 고문과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이용희 의원은 자유선진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 의원의 생일에 정 의원과 정동영계 전·현직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등 친분은 여전하다. 이 의원 주변에서는 정 의원의 복당이 이뤄지면 이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해 정 의원과 한배를 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배지를 달지 못한 정 의원의 가신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복귀전을 준비하고 있다. 양형일 전 의원은 광주시장 출마를 공식화했으며 전북지역에서도 상당수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도 정 의원의 측근들과 비슷한 처지다. 칩거에 들어간 손 전 대표를 기다리며 힘을 기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주류로 남은 손학규 측근
지방선거 앞두고 몸단장 중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기존 측근들과 일부 결별해야 했다. 한나라당 경선준비위 대리인이었던 정문헌 의원, 박종희 비서실장, 김성식 정무특보, 신현태 직능특보 등이 한나라당에 남았기 때문이다.
범여권으로 합류했을 당시 그의 곁에는 한나라당 시절부터 함께해온 보좌진과 경기도지사 시절 측근들, 서강대 정치학과 제자그룹이 전부였다.
이 중 서강대 제자그룹에는 정성운 조직기획단장, 홍주열 비서팀장, 이윤생 메시지팀장이 손꼽힌다. 정성운 단장은 손 전 대표의 한나라당 의원 시절 보좌관 및 한나라당 경기 광명 당원협의회 위원장까지 15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함께해왔다. 손 전 대표가 탈당할 때 가장 먼저 동반 탈당계를 제출한 의리파이기도 하다. 홍주열·이윤생 팀장도 손 전 대표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경기도 라인도 막강하다. 경기도 공보관으로 활동했던 이수원 실장, 손 전 대표의 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면서 16대 총선 선거정책팀 및 경기도지사 비서관을 지낸 김주한 공보팀장, 경기도 공보관실 홍보기획담당이던 변광탁 팀장 등이 그들이다. 이 외에 강훈식 전략기획실장, 이제학 2030위원회 부위원장도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함께해온 참모들이다.
17대 의원 중에서는 김동철·김부겸·김성곤·김영주·김우남·김태홍·노현송·송영길·신학용·안민석·안영근·오제세·우상호·우제창·유필우·이원영·이은영·이시종·전병헌·정봉주·정장선·조경태·조정식·한광원 의원 등이 손 전 대표의 대선캠프에 참여했었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그가 당 대표를 맡으면서 당내 요직에 기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 불어 닥친 개혁공천의 여파로 낙천된 사례가 적지 않다.
당내 대표적인 손 전 대표 지지그룹인 386그룹의 맏형 격이자, 손 전 대표 취임 후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활약했던 신계륜 전 사무총장과 동교동계인 설훈 전 의원 등이 공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당내에 남은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이찬열 의원은 손 전 대표의 직접적인 지원유세를 받아 당선됐다. 그는 수원 장안 재보선에 출마, 춘천에 칩거하고 있던 손 전 지사를 정치 전면으로 끌어냈다. 선거 종반,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손 전 대표를 지지했던 기반이 되살아나 이 의원의 세력과 결합하면서 ‘역전승’을 이뤄냈다.
여의도로 복귀하지 못한 이들은 6월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 신계륜 전 사무총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정성운 단장은 경기도 광명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손 전 대표의 측근 상당수가 경기도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방선거에서의 지원유세를 부탁하기 위해 손 전 대표를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이 움직이자 조직도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대선 후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면 아래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던 곳이 상당수다.
풀뿌리 지지조직
해 뜨자 꽃 피울 준비
대선을 위해 준비된 조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팬클럽, 싱크탱크, 전국조직 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가 전국적인 조직망과 파워를 보여준 후 ‘팬클럽’은 연예인뿐 아니라 대권을 노리는 이들에게도 ‘필수조건’이 돼 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각종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박사모’가 있듯 정 의원에게는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 그를 엄호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손에 손잡고’와 ‘학규마을’ 등의 팬클럽이 알려져 있다. 이 중 ‘학규마을’은 지난해 수원 장안 10월 재보선에서 정치력을 과시했다.
싱크탱크 혹은 대선조직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조직도 적지 않다. 정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유학 생활을 하는 틈틈이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의 터를 닦았다. 지난해 9월 출범하려 했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하지만 발기인 모집을 계속하고 있어 “때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신 학습·토론모임인 ‘월요포럼’이 싱크탱크로서의 연습을 하고 있다. 월요포럼은 지난달 21일 첫 공개토론회를 가진 데 이어 매달 공개토론 및 강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미 2월까지의 일정은 잡혀 있다. ‘한국사회연구 창간 준비호’ 발간이 준비 중이며 토론과 강의를 기반으로 계간지 형태의 ‘한국사회연구’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정가 인사들은 정 의원의 싱크탱크가 본격 가동되면 지난 대선에서 정 의원을 보좌했던 ‘브레인’들도 조직으로 뭉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의 지기인 권만학 경희대 교수와 류근관 서울대, 김하수 연세대, 이종구 성공회대, 장현준 KIST 교수 등 핵심 브레인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것.
정가 한 인사는 “지난 대선에서 정 의원의 자문그룹으로 활약했던 나라비전연구소와 평화경제포럼에서 ‘정동영표 정책’을 위해 머리를 모았던 이들이 다시 뜻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에게는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 미래재단’, 지지조직인 ‘전진코리아’와 ‘선진평화연대’가 있었다. 이 중 ‘동아시아 미래재단’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손 전 대표와의 동반산행 및 송년모임 일정을 잡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손 전 대표의 경기도지사 캠프를 총괄했던 장준영 전 서대문연구소장은 기업인 등 전문가그룹 모임인 ‘민생경제연대’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2008년 초 공식적인 창립대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으며 주로 영세업종에 종사하는 서민층과 각계 교수진으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에는 이미 각 구별로 100여 명씩의 회원을 갖췄으며 전국적으로 세를 펼쳐나가고 있다.
손 전 대표와의 접점은 장준영 대표와만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향후 민생경제연대가 손 전 대표를 지원하는 외곽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