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 국민참여당 창당 엇갈린 속내

2010.01.26 09:15:00 호수 0호


국민참여당 창당, 야권 지방선거 연합 구상 ‘원점으로’
정세균 친노 때문에 안팎으로 몸살, 꽃놀이패 쥔 정동영

친노 신당의 출현에 야권의 지형도가 출렁이고 있다. 국민참여당이 ‘대안정당’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개혁진영의 통합 작업도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바라보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시선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선거연합에 힘을 실어온 정 대표는 참여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정 의원은 회심의 미소로 신당을 반기는 분위기다.



친노 신당인 국민참여당이 출범했다. 참여당은 지난 17일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지방선거에 출마, 2%의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참여당의 재채기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참여당의 창당으로 그동안 구상해놓았던 일들이 어긋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세균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진보개혁진영의 통합작업에 열의를 보여 왔다. 동교동계 인사들을 복당시키고 당 밖의 친노 진영을 품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온 것. 그러나 참여당의 창당으로 그의 통합작업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득은 없고 실만 가득

정 대표는 동교동계, 구민주계, 친노, 정동영 의원 식으로 ‘순차 복당’을 주장해왔다. 동교동계는 이미 복당됐고 정 의원의 복당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친노 진영은 민주당과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그의 통합 구상은 한 축을 잃게 됐다. 정 대표가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겠다”고까지 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참여당 창당은 정 대표에게 ‘대오 이탈’ 이상의 상처를 주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참여당을 ‘때리고 어르고’ 있다. 그는 참여당 창당이 야권 분열이라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특히 수도권 현장에선 우려가 대단히 크다. 대의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구 열린우리당 선배들도 찬성할 것 같지 않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서울서 배지를 버리고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싸웠던 것도 한나라당 독점구조를 깨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 한나라당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야권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가 차선이며 분열이 최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통합되지 않으면 연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 5당(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과 ‘민주통합시민행동’ ‘희망과 대안’ ‘시민주권모임’ ‘2010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5+4’ 선거연합 논의를 진보개혁진영 통합의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삼은 것.

민주당의 분위기도 정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참여당 창당에 대해 “가치나 의미에 있어 아무리 찾아봐도 민주당과 다른 것을 찾을 수가 없다”며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곳을 향하여 같은 길을 가야하는 상황에서 굳이 또 다른 정당을 만들고 다투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냉랭한 시선을 던졌다.

이어 “일시적인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젠가 다시 합쳐 같은 길을 가야하는 형제요 동지”라며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당의 출범을 만류했던 박지원 의원도 “참여당이 창당되기는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이룩한 민주정부 10년을 함께한 한솥밥 식구”라며 “민주당과 뿌리가 같고 이념과 정책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어떤 형태로든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길만이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참여당이 ‘대안정당’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민주당과 참여당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참여당 대표는 첫 최고위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구태정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이어 “여론조사를 보면 참여당 창당이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밝힌 응답이 70%나 됐고 야권분열이란 우려는 29%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굳건한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은 참여당 창당이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다. 복당을 앞두고 있는 정 의원으로서는 당내에 들어갔을 때 경쟁해야 하는 계파가 줄어든 게 된다. 또한 유시민 전 장관 등 유력 대권주자와의 당내 경쟁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정 대표가 친노 인사들을 주류로 품고 있다는 것도 정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참여당의 창당으로 당내 친노 인사들의 입지가 위축된 데다 정 대표도 비주류로부터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의원은 “민주당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며 참여당 창당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통합의 산파 나설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향후 민주개혁진영 통합의 산파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에 관심을 보여 온 정 의원이 참여당과 민주당의 통합 혹은 연대를 돕는 것으로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친노 진영에 열렬한 구애를 하고도 바람을 맞은 정 대표보다 당내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참여당 창당이 정 의원에게 당장은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친노 진영의 이탈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 의원의 복당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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