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아이들 놀이 발명가' 김은 아루마루 대표

2014.06.02 11:57:34 호수 0호

"우리 아이들은 우리 놀이를 해야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2014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여성발명협회와 특허청이 개최한 이번 대회에서 김은 아루마루 대표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수여하는 해외특별상을 수상했다. 직접 입고 해보는 새로운 체험형 교육교구인 '곤충을 잡아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 대표. 맵시 좋은 한복을 입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발명품을 소개했던 김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기획으로 세계인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저 상 탔어요." 수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은 아루마루 대표였다. 지난달 열린 '2014대한민국세계여성발병대회'에 참가했던 김 대표는 출품명 '곤충을 잡아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체험이 중요 

'곤충을 잡아라'는 아이들 11명이 각각 곤충옷을 입고 거미와 벌 등으로 역할을 나눠 놀이를 즐기는 신개념 교육교구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모형화된 배추와 조미료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직접 김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김장놀이세트'도 선보였다.

이 두 작품은 모두 김 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짠 것이다. 앞서 기발한 발명품으로 몇 차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 대표는 '상복이 많다'는 말에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웃어보였다.

"가령 김장을 예로 들면요. 우리가 1년에 딱 한 번 김치를 담가보잖아요. 그런데 교육교구를 이용하면 아이들에게 1년 내내 김장을 알려줄 수 있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놀이를 하면서 우리 전통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김장세트의 경우 디자인 등록은 이미 마친 상태고요. 시판도 하고 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요. 한 어린이집 원장님은 '그 전에 보지 못한 교육교구'라며 칭찬을 해주셨어요. 또 한 번은 어린이집 친구들 70명 정도가 견학을 왔는데요. 제가 직접 김치를 담그는 항아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니까 좋아하더라고요. 흥미로워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어른들이 전통을 알리는 데 소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김 대표는 우리 옛것과 전통놀이에 한국인 고유의 감성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교육교구는 수입품이며, 전통놀이가 설 자리는 비좁기만 하다. 동네 앞 놀이터에 모여 비석치기와 땅따먹기, 팽이돌리기를 했던 우리 놀이문화는 어느덧 낡은 것이 돼버렸다.  

각종 발명대회 수상 한국적인 소재 특색
교구는 대부분 수입품 유아교육에 전통 접목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단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 교육 현장에서 수입교구를 90% 이상 쓰고 있는데 정작 우리 교구는 하나도 없다고요. 그래서 저는 전통놀이배우기를 콘셉트로 썰매 등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또 하회탈과 각시탈 등으로 구성된 전통물건배우기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고요. 가만 보면 요즘 놀이는 대체로 혼자 하는 것들이 많은데요. 저는 혼자하는 것보다 '단체로, 함께, 다같이' 이런 것들이 좋아요. 어릴 때부터 서로가 어울려서 사는 법을 배우려면 우리 전통을 활용한 교재가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유아교육기구 발명전문가로 알려진 김 대표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순간은 있었다. 2007년 창업 후 주문이 없어 회사가 폐업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를 지켜준 건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였다.

"제가 이곳저곳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그냥 놀러 다니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 해요. 뻔한 말 같지만 생활 속의 모든 것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불편한 것들을 그냥 불편하게 놔두는 게 아니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제 발명품 중에서는 빛도 못보고 실패한 것이 있어요.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재밌게 일을 하고 있어요. 한때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계속 부딪히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상도 받게 되고 일은 제법 잘 풀리고 있습니다."

김 대표가 개발한 미술교육교구는 어림잡아 200여개가 넘는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오늘도 쉼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최근 유럽으로 견학을 다녀온 김 대표는 '물건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200여개 개발 

"인형, 모빌, 종이접기, 구슬 등 웬만한 건 거의 다 만들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유아교육에 전통을 입혀라'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 연단에 섰죠. 사실 요즘 들어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전통기획자'예요. 나전칠기 등 우리 것을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예로 유명하신 이칠용 선생님이 제 멘토이기도 해요.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서 나전칠기협회 홍보이사 겸 나전칠기체험관 부관장을 맡고 있어요."

"우리 전통을 다들 어렵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통을 친숙하게 해주고 싶어요. 우선은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에 다가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초가집이나 장독대, 허수아비 등으로 만든 전통민속마을 세트처럼 꼭 거창한 게 아니라도 소소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우리 것을 재밌게 보여주고 싶어요."

 

<angeli@ilyosisa.co.kr>

 


<김은 대표는?>

▲아루마루 대표
▲남양주 나전칠기체험관 부관장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원
▲2014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 WIPO 특별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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