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 후 정치권 관련 수사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부정선거 수사를 시작으로 전 정권에 얽힌 의혹에, 현 정권과 관련된 비리 의혹 수사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국회 폭력사태와 여야의 고소·고발전도 사태를 키웠다. 한해 내내 검찰의 시선이 여의도를 떠나지 않은 셈이다. 끊임없이 쏟아진 일거리에 덩달아 바쁜 나날을 보낸 검찰이 이룬 성과는 얼마나 될까. 굵직한 사안들의 ‘결과물’로 검찰의 성적표를 돌아봤다.
정치권 관련 수사 결과 나오거나 현재진행형이거나
각종 권력형 게이트, 폭력국회에 금배지 ‘간당간당’
검찰의 칼날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은 아직도 검찰을 따라다니고 있지만 탄탄한 수사로 뒤끝 없는 결말을 내는 일이 늘고 있다. 18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들이 가장 먼저 검찰의 날 선 칼날 아래 놓였다. 18대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구본철·윤두환·허범도·홍장표·박종희 의원과 민주당 김세웅·정국교·김종률 의원, 친박연대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 창조한국당 이한정 의원, 무소속 이무영·김일윤·최욱철 의원 등 16명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18대 국회 시작부터 우수수
이어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 2009년의 마침표를 찍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에 해를 넘겼다. 안 의원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의원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을 향한 수사 중 가장 큰 파급효과는 박연차 게이트가 몰고 왔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연루된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 수사에 이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수많은 여야 정치인과 정관계 인사들을 그물에 건져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가 적지 않았던 것. 박 전 회장은 TK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여권도 된서리를 피하지 못했다.
박연차 게이트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1심 재판은 마무리 됐지만 대부분 항소해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유죄 선고를 받아 대강의 윤곽은 나온 상태다. 박 전 회장을 포함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송은복 전 경남김해시장,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등 모두 8명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진 한나라당 의원, 이광재·서갑원·최철국 민주당 의원,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 이상철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이택순 전 경찰청장, 김태웅 전 김해시장, 전 국회의원 보좌관 원모씨 등 모두 11명에 대해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김태웅 전 김해시장은 양측이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의장은 1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2345만원을, 김 전 시장은 장인태 전 차관에게 자금 전달한 혐의로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1심에서 유일하게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의원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검찰이 기소를 잘못했음을 지적,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세무청탁관련 5억2300만원 채무면제 요구, 증여세 10억원 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1심 진행 중이다. 현역 의원들은 박연차 게이트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의원 대부분의 의원직이 불안한 상태다.
불법정치자금 2만 달러와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진 의원은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313만원을 선고받았다. 14만 달러와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의원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에 추징금 1억4800만원을,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철국 의원은 벌금 7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갑원 의원은 6000만원, 2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국회폭력 사태도 검찰의 개입을 불렀다.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로 불구속 기소된 현직 의원은 5명이다. 이중 문학진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항의하며 국회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아야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에 두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폭력오간 국회에 된서리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미디어법 관련 국회 대치 중 서갑원 민주당 의원에게 상처를 입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약식 기소됐다. 지난해 1월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소동을 부리고 국회 경위과장 등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강기갑 민노당 의원에겐 징역 1년6월이 구형됐다. 이 형이 확정되면 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