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선 지방선거, 열기는 이미 본선 방불케 ‘후끈’
대권 가는 지름길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 거물 열전
지방선거가 출발선에 섰다. 각 당 공천 등 본격적인 대결은 2~3월경 시작될 예정이지만 후보들 간 신경전은 이미 뜨겁다. 후보들은 앞 다퉈 출마 선언을 하고 현역 지자체장의 잘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후보단일화에 대한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작게는 개인의 당선 여부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로 향후 정국 주도권과 대선 판도를 가늠할 수 있어 각 당은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도 중간평가장이 될 지방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둘러싼 각축전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쫓았다.
지방선거는 이미 시작됐다. 각 당은 지방선거에서 뛸 후보 영입을 위해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심 지방선거를 복귀 혹은 데뷔 무대로 눈도장 찍어뒀던 이들도 출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다. 당선되는 것만으로 대선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작지 않은 곳이라 여야를 막론하고 굵직한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전국서 예비전 치열
틈날 때마다 재선 의지를 피력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참이다. 하지만 공천을 다툴 여권 인사들도 만만치 않다. 오 시장과는 동지였던 원희룡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 것.
원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전시행정을 그만해라,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낀다”고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원 의원으로부터 후보단일화를 제안받은 정두언 의원도 가세했다. 정 의원은 “오 시장은 사실 선거를 굉장히 쉽게 치른 것으로 다들 알고 있잖냐”며 “무임승차했다”고 힐난하며 ‘오세훈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이밖에 나경원·권영세 의원,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후보들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출마를 선언했으며 이계안 전 의원도 ‘서울 100일 걷기’를 마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밝혔다.
친노 인사 중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서도 심경 변화가 읽혀진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 전 총리는 재단 일에 전념하겠다며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접었었지만 최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얽혀 검찰을 오가면서 출마로 마음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사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져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로 한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밖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신계륜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추미애 의원의 이름도 나오지만 추 의원은 차기 당 대표로 무게추를 옮겼다.
서울시장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기도지사 선거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재선과 대권도전 중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도청 근처에서는 김 지사의 재선 도전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 외에도 여권은 막강한 후보군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선·원유철·남경필·심재철 의원과 김황식 하남시장,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경기도지사 도전 의사를 밝혀왔던 김진표 의원이 첫손에 꼽힌다. 이종걸 의원도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원혜영, 이석현, 박기춘, 김부겸 의원 등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진보신당에서는 심상정 전 대표의 출마가 유력하다.
인천시장에는 안상수 시장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윤성·박상은 의원이 도전 의사를 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병호·김교흥 전 의원, 이기문 변호사 등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인천시당위원장인 유필우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주노동당에선 김성진 전 시당위원장이 단독 출마한다.
세종시 정국의 중심에 있는 충청권 지자체장 선거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중 세종시가 자리잡은 충남의 열기는 남다르다. 가장 큰 변수는 이완구 충남지사의 재선 도전 여부다. 이 지사는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탈당은 하지 않아 여전히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 지사가 출마할 경우 충남지사 선거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사가 재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정종환 국토부 장관과 김학원 전 의원, 전용학 조폐공사 사장이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최고위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한 문석호 전 의원, 오영교 동국대 총장,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박상돈·이명수 의원의 출마설과 함께 외부영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장을 둔 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박성효 대전시장은 세종시 원안 추진에 찬성하고 있는데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는 점에서 재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시장 외에 정종환 국토부 장관,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희 전 의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원웅 전 의원과 대전시당위원장인 선병렬 전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최근 입당한 염홍철 전 대전시장을 히든카드로 내밀었다.
세종시 수정 문제로
충청도는 ‘뜨거운 감자’
충북지사에는 정우택 충북지사가 재선 의지를 밝혔으며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병수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 사무총장, 한대수 전 청주시장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시종 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한범덕 전 행정자치부 2차관, 홍재형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진선 강원지사의 ‘포스트’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김 지사가 3선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계진 의원과 도당위원장인 허천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조일현·이창복 전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당초 민주당에서는 이광재 의원의 출마가 점쳐졌지만 이 의원이 박연차 게이트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라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본선보다 예선전이 더 치열할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세대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당장 광주시장 선거가 가열되는 분위기다.
박광태 시장의 3선 도전 뒤로 강운태·이용섭·조영택 의원과 양형일·정동채 전 의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 등이 출마 의사를 굳혔거나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박광태 시장과 정동채 전 의원, 전갑길 구청장은 동교동계, 강운태 의원은 구민주계, 이용섭·조영택 의원은 친노, 양형일 전 의원은 정동영계로 분류돼 계파간 기싸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당 밖에서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설도 들린다.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
이기면 만사순탄
전남지사엔 박준영 지사가 3선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승용 의원과 이석형 함평군수가 도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남은 박준영 지사의 3선 도전에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을 기반으로 한 주승용 의원이 도전 채비를 갖췄다. 이석현 함평군수도 도전 가능성이 높다.
김완주 전북지사의 재선 도전에는 강봉균 의원과 정균환 전 의원이 맞서고 있다. 한광옥 전 의원도 전북지사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으나 서울 은평을 재보선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한나라당 문용주 전 전북교육감과 염경석 진보신당 도당위원장이 전북지사를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집안싸움에 친노 진영의 돌풍이 더해지고 있다. 부산·대구시장 선거는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부산은 한나라당의 텃밭이기는 하지만 친노 정서가 강한 곳이다. 때문에 허남식 부산시장의 3선 도전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에서는 안경률 전 사무총장과 정의화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고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재범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김칠두 전 산업부 차관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친박계에서는 서병수 의원이 나설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조경태 의원과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 노재철 전 사학연금관리공단 감사가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구시장 선거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친박계 서상기 의원의 공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윤덕홍 전 부총리와 이승천 대구시당위원장이, 국민참여당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과 김충환 전 대통령비서관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야권의 후보단일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영남서 살랑대는 노풍
찻잔 밖 태풍 될까
경북지사에는 김관용 지사가 재선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친이계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권오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박명재 전 행자부 장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사는 김태호 지사가 3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완수 창원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이학렬 고성군수, 농림부2차관의 도전 가능성도 읽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창원?마산?진해의 행정구역 통합이 성사될 경우 박완수 창원시장과 황철곤 마산시장은 통합시장 쪽으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반 한나라당, 반 MB의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범도민 또는 시민 후보의 형태로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박맹우 울산지사의 3선 도전에 정갑윤·강길부·최병국 의원이 맞수로 나설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과 노옥희 진보신당 울산시당위원장이 각기 시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는 무소속인 김태환 지사와 우근민 전 지사, 김한욱 전 행정부지사,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현동훈 현 서대문구청장,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김경택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이 이뤄지면 결국 김 지사와 한나라당, 민주당 후보가 3파전을 벌일 수 있다. 또한 무소속인 김 지사의 정당 선택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