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에 ‘영호남 드림팀’ 뜬다?

2009.11.24 09:28:34 호수 0호

정동영·한화갑·박근혜 연대설 전모



한화갑 중심으로 박근혜·정동영 연대설 모락모락
민주당 가도 비주류 신세 … 제3의 길로 방향전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정치권에 난데없는 영호남 연대설이 꿈틀대고 있다.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영남과 호남의 대표 정치인들이 연대를 하거나 하나로 뭉쳐 대권에 도전한다는 게 설의 골자다. 연대설의 중심에 선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무소속 의원과 동교동계의 핵심 인사인 한화갑 전 대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표 등이다. 이들은 영호남의 대표주자라는 것 외에도 ‘비주류’라는 처지마저 같다. 때문에 물밑에서만 맴돌던 연대설에 차츰 살이 붙고 있다.



수면 아래서 거론되던 ‘영호남 연대설’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가엔 ‘영호남 연대설’이 돌았다. 한화갑 전 대표 등 동교동계와 박근혜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면 영호남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여야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거론되자 시선을 줬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 전 대표와 정 의원까지라면 모를까 박 전 대표와의 연대까지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설마 하던 ‘연대설’
심중에 품은 오랜 구상

그러나 지난 17일 한 전 대표가 ‘영호남 연대’에 대한 구상을 품어왔음을 내비치면서 ‘연대설’은 급속히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전 대표는 ‘영호남 화해를 위해 양 지역에 터전을 둔 정치세력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돼야 하지만 국민 화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전 대표는 “지금 우리는 대외적으로 ‘세계로’라고 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지역으로’의 현상이 일어난다”며 “이는 상호 모순되는 것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백인이 절대 다수인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당선된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인들이 흑인 대통령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백인이 대통령 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해 오바마를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찬가지로 이제는 우리가 향우회식으로 국정을 다룰 게 아니라, 어떤 인물에 대해서 또는 후보에 대해서 누가 우리나라 전체에 이득을 갖다 주느냐 이것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야 자동적으로 국민 화합도 되고, 국민의 의견 일치도 된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어느 지역으로 갖다 묶어 놓고 아무리 해봐야, 서로 싫은데 어떻게 한 집에서 사는 부부가 될 수 있겠냐”며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된 것처럼 경상도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밀어서 당선시켜 주면 대한민국이 모두 한꺼번에 화합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기에 대해선 “정당 정치가 정책정당으로서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번 재보궐 선거에서 양산에서 민주당 후보가 여당 후보와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등 옛날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도 이 같은 구상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한 전 대표의 행보는 이미 동교동계나 민주당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화합을 기치로 한 신당 창당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수면 아래에 잠들어있던 한 전 대표의 ‘영호남 연대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연대설’에 거론된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를 거론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경우 민주당으로 복당을 하기는 했지만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당내에 박지원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버티고 있는 이상 한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와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후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며 “박 의원이 당내에서 ‘신 동교동계’를 형성하고 있으니 비주류격인 동교동계 인사들의 활동 범위는 상당히 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내에서도 주류가 아니면 중진·원로들의 말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판국”이라며 “그 안에서 과거의 영광을 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 당내보다는 당외에서 동교동계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다는 것.


정동영 의원도 ‘비주류’라는 처지는 한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탈당한 후 무소속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복당에 관한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당 안팎에선 ‘아직’이라는 반응이다.

여야 비주류 거물
한데 모여 사고칠까

정 의원의 복당은 지난 6일 민주당 대변인인 노영민 의원이 “정기국회가 끝난 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부각됐다. 노 의원은 “당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시기를 조율해 복당한다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며 “정세균 대표는 이미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 대표의 결단이나 리더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 의원이 최근 박주선 최고위원과 식사를 겸한 회동을 가진 것이 알려지며 복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하게 정 의원의 복당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복당 논의’는 당사자들의 부인으로 급격히 사그라졌다. 박 최고위원은 “같은 상임위 소속으로 식사를 같이 한 것일 뿐 복당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도 개인적인 식사 자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복당에 대해 “정치 현장에 서게 된 이유를 말이 아닌 몸으로 설명하고 싶어 묵묵히 할 일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조만간 때가 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정치변방에 선 이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알아’ 
 
정 의원이 복당을 해도 당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은 한 전 대표와 정 의원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 방문에서 보였듯 정 의원과 정 대표 사이의 감정의 골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날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일본을 방문한 두 사람은 추모행사 일정 외엔 철저하게 개별 일정을 소화했다. 같은 호텔에 머물렀지만 추모행사장 외에서는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추모행사에서도 도쿄에서는 정 대표가, 오사카에서는 정 의원이 각각 추도사를 맡으면서 ‘포스트 DJ’를 둔 경쟁 구도를 이어갔다.


둘 사이를 ‘냉랭’하게 보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정 의원은 복당신청서도 내지 않았다. 설사 복당신청서를 냈다고 해도 당헌당규에 따르면 탈당 후 1년 내 복당은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예외 조항이 있다는 지적에도 “예외 조항으로 정 의원을 복당시키기 위해서는 명분이나 실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 측은 “복당은 서류를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며 당과 복당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민주진영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점에 자신의 복당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한 정치분석가는 “한 전 대표가 당 내에서 자리를 잡든, 박근혜 전 대표와 자리를 잡든 중요한 것은 ‘호남’이라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호남을 얻은 뒤에라야 정 의원을 지원하거나 영남과 연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한 전 대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호남기반을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9일 전북도의회를 방문해 “복당한 만큼 정권 재창출에 온 힘을 쏟겠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그간 소외됐던 구민주계 인사들의 진출을 위해 당 지도부에 공정한 공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서 거의 합의가 됐다”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오겠다는 사람에 대해 당에서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설에 대해 “지금은 거론할 시기가 아니고 가볍게 처리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호남 연대가 동서화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3당 합당, DJP연합 등 정권을 창출해 낸 지역간의 연대라는 의미도 품고 있는 만큼 다음 대선까지는 유효하다는 의미의 ‘보류’인 셈이다.

정가 일부 인사들은 한 전 대표와 정 의원 혹은 박 전 대표의 연대보다는 정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정 의원과 박 전 대표 모두에게 연대는 ‘급하지 않은 선택’이지만 만약을 생각한다면 염두에 둬볼 만한 시나리오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근혜 바라보는 한화갑
정가엔 박근혜·정동영 연대

정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정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이 만남을 가졌다는 말이 은연중 떠돌아 ‘연대설’의 단초를 제공했다.

정 의원과 박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제기한 한 인사는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의 상황 변화, 대통령제의 변화를 ‘경우의 수’로 뒀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호남 맹주’로 떠오르고 있는 정 의원과 영남과 충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여야 대표주자”라며 “그만큼 당 안팎의 견제가 강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둘이 손을 잡으면 영호남의 통합은 자연스레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이는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획을 긋는 일”이라며 “정치는 살아있어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는 만큼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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