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반 ‘밖으로’ 눈 돌리는 MB 노림수

2009.11.24 09:25:16 호수 0호



집권 2년 자갈밭 가는 MB 지지율 ‘출렁’ 정책 ‘흔들’
11차례 해외 출장, 38차례 정상회담 외교성과 ‘톡톡’
세종시 수정, 4대강, 미디어법 등 주요정책 당정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부터 수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미국산 소고기 파문으로 지지율이 한 자리까지 떨어졌었고 오랫동안 품어왔던 한반도대운하사업은 끝내 포기선언을 해야 했다. 그와 보폭을 맞춰야 하는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 이후 둘로 쪼개진 그대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대통령에게 ‘무조건 전진’은 없다. 정면 돌파로 밀어붙이고 난 뒤 거센 역풍에 시달리면서 나름의 ‘학습효과’를 갖게 된 것. 특히 정운찬 총리의 임명 후 안과 밖의 이슈를 분리, 관리하는 것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엔 뭐든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세론’을 이끌었던 지지율의 하락도, 정권을 흔들었던 사건도 정권 초에 일어났다.

집권 2년차도 ‘자갈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정책·개혁 등 국정운영에 속도감을 높여야 할 시기지만 채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사회·정치 이슈들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허다했다. 용산참사, 미디어법 파문이 일어났고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세상을 달리하면서 조문정국이 펼쳐진 것.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했던 ‘박연차 게이트’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깊게 관여하면서 역대 정권에서 집권 3년차에 잇따라 터졌던 대형 ‘권력형 비리’가 현 정권에선 2년차에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기도 했다.

정권교체 호된 적응기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당정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정권을 두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이 술에 취해 시민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경내에서 위계질서를 무시한 욕설 논란이 벌어진 것. 이는 이 대통령의 경고에도 반복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하다.


최근에는 여권 인사들이 인허가 문제와 관련, 골프장 관계자에게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이 사건에 대해 “고위당직자·현역 의원·현역 고위지자체장이 깊이 관련 되어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TF까지 구성했다. 골프장 로비 의혹에 관련된 정치권 인사들이 정권의 실세와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골프장 게이트’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야당 생활을 청산하고 여당이 된 한나라당에서도 삐거덕 소리가 요란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창당 12주년을 맞아 “앞으로도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전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믿음직스런 정당으로 남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하지만 당이 안고 있는 고민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 여당’ ‘초식공룡정당’ ‘두나라당’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이 둘로 갈라져 있다 보니 세종시 원안 수정,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을 돕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안에서 편을 갈라 언성을 높이다가 야권에 좋은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통령은 “인기를 끌고 인심을 얻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말도 서슴없다. 2년간의 마이웨이 행보의 결론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곳곳에서 ‘해법’을 노출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인기도 인심에도 관심이 없지만 국정운영을 위한 위기탈출 비법이 펼쳐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펼치며 얻은 게 많다”고 말한다. 단순히 지지율이 올랐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실험’을 경험했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통해 민심을 ‘학습’했다. 또한 각종 사안마다 요동치는 지지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부동층’을 확인했다”면서 “‘인기를 끌고 인심을 얻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발언은 더 이상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눈 감고 귀 막는 대신
입 닫고 ‘직설화법’ 경계

‘학습’의 결과 민심을 흔들 수 있는 이 대통령의 직접 발언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사회·정치적 이슈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줄기도 했다.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공도 정운찬 총리에게로 넘어간 상태다.

정 총리는 취임과 함께 세종시 문제를 짊어지더니 야권의 집중사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마련도 그의 몫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위한 첫 고위당정회의에서 “세종시는 국가대계를 위해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세종시가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면 나라에도, 충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정안이 나오는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세종시 ‘대안’이 마련되고서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여권의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주호영 특임장관을 통해 “세종시와 관련해 최대한 빨리 개선안을 만들 테니 이 안이 나올 때까지는 참고 지켜봐 달라”는 뜻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했다. 현 시점에서 비생산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국민과 정부, 당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두언, 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초·재선 의원, 장광근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이계 중진 의원들과 만나기도 했다. 박 수석은 친이계와의 만남에서 “수정안이 나올 때까지 친박계를 자극하는 공세를 자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정부 질문 전 친이계에 박 전 대표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지 말라는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에도 다시 한번 친이계에 이런 내용이 전해졌지만 매파가 박 전 대표를 겨냥했고, 친박계가 대응에 나서면서 전면전이 벌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자제 요청’ 후 친이계 내부에서도 세종시 문제로 박 전 대표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친이·친박계의 대치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세종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친박계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내년에 줄줄이 놓인 선거를 위해서도 손을 잡고 갈 수밖에 없다”고 여권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이 대통령 자신이 박 전 대표와 같이 거론되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만 키워주는 일”이라며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 총리를 박 전 대표의 반대편에 세움으로써 박 전 대표에 대한 경계와 정 총리의 정치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로 동분서주하는 동안 이 대통령은 외교전을 뛰었다.


청와대가 내놓은 ‘2009년 외교성과 총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11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라 16개국을 방문했다. 국제회의 등을 포함해 총 38차례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총 비행시간만 190시간. 8일 정도를 특별기 기내에서 보낸 셈이다.

안에선 ‘음메 기죽어’
밖에선 ‘음메 기살어’

청와대는 올해 정상외교의 4대 성과로 국가이미지 제고, 신아시아 외교 천명, 녹색성장 분야 실질협력 증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꼽았다.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내년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가장 큰 외교 성과로 꼽힌다. 관가 주변에서는 G20 유치 후 국제무대에서 대접이 달라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정운영의 방식이 이 대통령이 ‘바깥 일’을, 정 총리가 ‘집안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이 대통령이 내린다고 해도 수많은 잡음을 동반하는 처리과정에까지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역할분담으로 인한 성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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