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폭탄 주의보> 재계 비자금 실체추적

2009.11.10 09:43:17 호수 0호

재계 노심초사…‘검찰 칼바람 어디까지?’

기업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매서운 칼끝이 재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추석을 전후로 시작된 검찰의 기업 비자금관련 수사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등 다수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고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도 줄줄이 검찰로 향하고 있다.

검찰의 초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도마에 오른 기업들은 비자금 논란이 자칫 그룹 전체로 퍼질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어지면서 정·재계는 검찰이 현 정부 사돈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날 선 수사를 벌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숨 고르기 하던 검찰 새롭게 빼든 칼날에 재계 일제히 ‘긴장’
그룹 계열사 줄지어 압수수색에 오너 소환까지…다음 타깃은?

재계에 검찰 사정의 칼날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따라 실시하면서 재벌기업의 비자금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SLS조선, SK건설, 태광그룹, 한진그룹 등 이미 공개적으로 검찰의 도마에 오른 기업만도 여러 곳이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은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재벌 옥죄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방위로 퍼지는
검찰 날 선 수사

고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지난 4개월 동안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8월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김준규 총장 취임 후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대한통운이었다.

지난 9월22일 검찰은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부산지사와 경남·마산지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가 대한통운이 물동량이 많은 부산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파악했다. 검찰은 대한통운이 운송,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에 운송물량을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송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참여정부 고위 인사에게 뇌물로 전달된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얘기들도 전해진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부산지사 기획팀장으로 근무했던 유모 지사장을 소환해 조사하는가 하면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적극적인 행보에 지난해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칫 ‘불통’이 그룹 전체로 튈까 전전긍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기 이전에 발생한 범죄로 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전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조사과정 중 그룹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같은 날 인천지검은 국내 최대 종합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천본사와 공장, 서울사무소, 전산센터 등 4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8억원대의 ‘검은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군 관계자에게 흘러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와 함께 지난 2003년부터 국책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해 수십억원대의 국책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인천지검이 해군 고속정 납품 비리와 국책과제 연구비 횡령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 전직 임원 2명을 구속한 것. 구속된 두산그룹 계열 A사 사장 B(58)씨와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위원 C(58)씨 등 2명은 국책과제 연구비 등 7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임직원 구속 이후 즉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국책연구비 횡령은 일선에서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처리되어 왔던 방식으로 잘못된 관행인 만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극적인 수습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가 그룹차원의 비자금 조성 루트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 후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에 발생한 횡령혐의는 그 이전부터 기업 내에서 관행적으로 처리되어 왔던 것”이라며 “이를 두산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밝혔다.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중견 조선업체 SLS조선에 대한 검찰 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15일 창원지검 특수부는 SLS조선과 중공업 등 계열사들이 선박 수주 과정에 공사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경남 통영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월27일에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서울에 있는 한 계열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성된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사용처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 중이며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찰의 날 선 수사에 재계가 바짝 긴장한 가운에 SK건설도 사면초가에 놓였다. SK건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에 국세청까지 일제히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9월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K건설이 아파트 공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SK건설이 부산 오륙도 SK뷰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시행사인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이면계약을 맺고 시행과 시공 수익을 모두 챙겼다는 혐의다. 검찰은 SK건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올린 추가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SK건설이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이면계약을 통해 수익을 낮춰 신고하는 등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잡고 두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SK건설 측은 ‘이면합의는 존재하지 않고 이행합의만 있었을 뿐 위법사항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SK건설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기업비리 리스트에는 태광그룹도 함께 이름을 올린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태광이 올해 초 케이블 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편법으로 지분을 소유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는 없었는지에 대해 내사 중이다.



금호·두산·SLS
꼬리 잡힐라 ‘쉿!’

검찰은 지난 3월 태광 계열사 티브로드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유흥업소 접대를 한 사건을 수사한 기록과 인수 관련 서류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 부동산 취득 및 증여 내역 등의 자료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도마에 오른 모든 기업이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단연 효성그룹이다. ‘MB사돈기업’으로 유명한 효성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다시 재기되면서 정치권은 매일같이 날 선 공방으로 검찰 조사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 한 블로거를 통해 효성그룹 3세들이 수백억원대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입 자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SK·태광·한진 검찰 내사에 가슴 ‘철렁’
MB사돈그룹 효성 ‘비자금의혹’ 연일 도마 


효성 측은 “개인 보유자금과 은행 대출, 미국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계 관계자들은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전무의 주식 배당금과 급여가 적지 않은 규모라고 하더라도 구입 자금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조성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며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은 뒤늦게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10여 일간의 내사 끝에 지난 2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발표된 수사결과는 조 사장의 LA 주택과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 콘도 3건, 3남 조 전무의 하와이 콘도, 조장래 효성 전무에게 무상 양도한 효성아메리카 주택 등 5건의 부동산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해당 부동산 구입의 위법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사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새로운 혐의점이 있다면 철저히 재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검찰이 효성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시간 끌지 말고 당사자를 불러 재수사하겠다는 것이 맞다. 나중에 외국 나갔다는 얘기하지 마라”고 질타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정·재계 관심집중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 불거진 효성 비자금 의혹이 올 1월 일부 임원의 개인 횡령혐의로만 밝혀져 수사가 조기 종결된 점을 지적하며 “검찰이 현 정부의 사돈그룹에게 이번에도 특혜를 주려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효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재계에서도 관심사항이다. 이 장관이 공개적으로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재계는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조사가 어느 수위까지 진행될지에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전방위적 기업 수사에 재계가 잔뜩 얼어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칼날이 MB사돈기업에는 어느 정도 예리하게 적용될 지 궁금하다”며 “이후 효성의 비자금 수사가 재계 전체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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