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속 보이는’ 소송 전말

2009.10.27 09:13:39 호수 0호

화장실 갈 때 ‘사탕발림’ 나올 땐 ‘나 몰라라’

‘다 된 밥에 재 들어갈라.’ 현대산업개발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 완료된 재개발 지역의 조합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의 ‘말 바꾸기’를 문제 삼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소송 전말을 들여다봤다.

석수아이파크 조합, 발코니 설치 약속 불이행 주장
손해배상 소송 제기…공문, 공증서 등 증거로 제출


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 지역 조합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안양시 석수주공 2단지 ‘석수아이파크’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2년 5월 안양 석수동 795번지 일대의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 2006년 12월 첫 삽을 뜬 이후 지난 7월 공사를 마치고 9월 준공했다.
석수아이파크는 지하 3층∼30층 규모로 15개동 총 1134세대 가운데 126세대(84∼167㎡)가 다음 달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후분양아파트로 계약 후 즉시 입주할 수 있다.

입주 앞두고 돌변?



이 단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일부 동과 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앞 라인 배정시 안양천 조망이 가능하다. 여기에 안양천, 충훈산, 꽃메산 등 녹지공간도 풍부하다. 주변 교육시설은 만안초, 박달초, 석수초, 안양여중, 안양중 등이 단지와 접해 있다.
다른 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사업이 진행된 석수아이파크에 예상치 못한 파고가 들이닥친 것은 공사를 막 끝낸 지난 8월이다. 조합원들이 현대산업개발의 약속 불이행 문제를 제기한 것.

석수아이파크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 소속 126명의 조합원들은 발코니 무료 시공을 공언한 현대산업개발이 약속을 어겼다며 재건축 조합장과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대산업개발이 1000만원 지급 또는 확장형 발코니 무상 공사를 시행하고 조합장 및 조합 임원들은 50~100만원씩 배상하라는 요구다.

조합원들은 소장에서 “당초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원들에게 발코니를 무료로 시공해 주기로 공지했지만 막상 입주할 때가 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회사 측이 조합원 각자가 알아서 발코니를 설치하고 비용도 각자 부담하라면서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현대산업개발이 석수주공 2단지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등 수도권 재개발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현대산업개발은 그해 5월 안양시청 강당에서 열린 재건축위원회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림산업과 경쟁한 현대산업개발의 개발안이 더 나았던 것.

현대산업개발은 대림산업 측의 무상지분율 128.5%보다 높은 132%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이자 이주비도 대림산업의 7000만원보다 많은 7500만원을 써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듯 했지만 조합원들이 불리한 계약조건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다시 한 번 입찰공고를 내 현대산업개발이 뛰어들었다”며 “양측이 내놓은 사업계획서의 내용들을 검토한 결과 근소한 차이로 현대산업개발이 좋아 거의 반대 없이 선정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발코니 무료 시공도 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제시안에 포함돼 있다는 게 조합원들의 전언이다. 이번에 소송을 낸 조합원들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사업계획서에 확장형 발코니 무상 시공을 제시했는데 현대산업개발도 똑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조합원들은 ‘확장형 발코니 무상제공’ 내용이 담긴 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추진위원장에게 보낸 공문을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였던 이방주 전 부회장(현 제이알자산관리 회장) 명의로 발신 처리된 이 공문의 본문은 이렇다.

‘당사는 조합원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에 조합원님의 요청을 수용해 다른 사업조건의 변동 없이 조합원 세대당 무이자 이주비를 7500만원으로 확정해 드립니다. 아울러 대림산업의 사업계획서에 제시된 확장형 발코니를 무상으로 시공해 드리겠습니다. 당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정직한 자세로 성공적인 재건축 사업의 동반자로서의 본분을 지킬 것임을 밝히며 이러한 당사의 사업 참여 의지를 담은 사업조건을 전 조합원님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입주 날짜가 다가오자 갑자기 자세를 바꿨다는 게 조합원들의 얘기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은근슬쩍 넘어가기 위해 어떠한 의견 절충 없이 일방적으로 조합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합원 각자가 발코니 확장공사를 해야 한다’는 공지를 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발코니 시공 서류를 공증까지 했지만 지금 와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결정 따를 것”

조합원들은 공문에 들어있는 ‘7500만원의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약속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대산업개발이 금융비용을 공사비에 포함해 이자 부담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와 관련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일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도 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겠냐”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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