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콜!’ 전화 한통으로 출금 해제?

2009.10.27 09:02:20 호수 0호

이국철 SLS조선 회장 출국 미스터리

이춘석 의원, 이 회장 변호 임채진 배후로 지목
“검찰이 전 총장 눈치” 주장 …‘전관예우’ 논란

이국철 SLS조선 회장이 갑자기 ‘출금 해제’돼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비리 혐의로 출국금지 신세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돌연 ‘족쇄’가 풀렸고 이 회장은 곧장 공항 출국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불과 20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외국에 나간 ‘그날’의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중견 조선업체인 SLS조선이 받고 있는 혐의는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다. 이 사건은 창원지검 특수부가 맡아 지난 9월15일부터 수사가 본격화됐다. 여기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회계분석팀 수사관들까지 가세했다.

검찰은 SLS조선과 계열사들이 선박 수주 과정에 공사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경남 통영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SLS조선 임원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SLS조선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성장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는 답보 상태

검찰은 SLS조선 압수수색 전날인 9월14일 이국철 SLS조선 회장을 출국금지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검찰은 이틀 뒤인 16일 이 회장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21일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회장이 외국에 나갈 수 있었던 석연치 않은 ‘그날’의 미스터리는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SLS조선을 압수수색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이 회장에 대해 이틀 만에 출국금지를 해제해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9월14일 출국금지된 이 회장은 16일 12시37분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전화로 자신의 출국금지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장은 22분 뒤인 12시59분 다시 전화를 걸어 출국금지가 해제된 것을 알았고 13시08분 출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검찰은 혐의가 짙은 대상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 법무부장관이 ‘범죄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효력이 발생한다. 출국금지 해제는 해당 수사팀이 올린 신청서를 지검이 법무부의 결재를 받아야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 회장이 단 3번의 법원 조회를 통해 출국금지가 해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 분”이라며 “20분 만에 출국금지를 확인하고 누군가가 창원지검에 연락해서 창원지검장 명의로 해제신청서가 법무부에 접수돼 출금이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이런 행태는 최근 무죄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검찰의 출국금지로 공식 초청받은 북경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것과 국제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던 최열 환경연합 대표가 검찰이 출국금지를 해제해주지 않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사례 등과 극명히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창세 창원지검장은 “이 회장의 출금 해제는 20분 만에 이뤄진 게 아니라 압수수색 다음날 회사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은 “그렇다면 해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회장이 공항에 나갔다는 것인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갑작스런 이 회장의 출국금지 해제 배후에 ‘거물’이 있다고 의심했다. 바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다. 임 전 총장이 평소 친분관계가 있는 이 회장의 개인 변호를 맡은 것으로 확인된 것. SLS조선은 대형 로펌이 따로 변론을 맡고 있다. 지난 6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임 전 총장으로선 퇴임하자마자 친정이었던 검찰과 맞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임 전 총장은 검찰을 떠난 지 한 달 만인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물론 임 전 총장이 변호사 신분으로 사건을 수임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선 그가 검찰총장 출신이란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임 전 총장이 이 회장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은 부인하겠지만 SLS조선 수사가 답보 상태에 있는 것도 임 전 총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자칫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탓이다. 노철래 친박연대 의원은 지난달 19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역대 검찰총장들은 변호사 개업 후 가급적 사회적 이목을 끄는 대형사건은 수임하지 않았고 특히 형사사건과 같이 ‘전관예우’논란이 있는 사건은 수임 자체를 자제해 왔다”며 “임 전 총장이 퇴임 후 넉 달도 안 돼 대형사건을 수임한 것이 전직 검찰총수로서 바른 선택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법대로 조치” 반박

임 전 총장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회장이 이미 출국금지가 해제돼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변호를 맡아 달라고 요청받았기 때문에 출국금지 해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모든 피의자가 변호 받을 권리가 있는데 변호사가 변론을 맡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SLS조선 측도 이 회장의 출국금지 해제가 법대로 공정하게 결정 난 조치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불황에 검찰 수사도 부담인 상황에서 무슨 또 의혹이 있을 수 있냐”며 “이 회장의 출국금지 해제는 임 전 총장과 무관할 뿐더러 별도의 법무팀에서 진행한 만큼 원칙에 맞게 합리적으로 추진했고 관련 기관들이 승인한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SLS조선은?
이국철 SLS조선 회장은 철도청 공무원으로 10년간 일한 뒤 조선업체를 세워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초반 철도 차량 제작업체인 디자인리미트를 설립한 이후 SLS중공업으로 확장했다. 이어 신아조선을 인수해 SLS조선으로 이름을 바꿨다. 1946년 설립된 신아조선은 1978년 대우조선공업에 편입됐다가 SLS 품으로 들어갔다.

SLS조선과 SLS중공업, SLS캐피탈, SP로지텍 등이 계열사다. 지난해 SLS조선과 10여 개 계열사의 매출은 9800억원대로 조선업계 7위 정도다. 2008년 11월말 기준으로 SLS조선의 수주잔량은 세계 10위권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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