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의 횡포<고발>

2009.10.13 09:40:35 호수 0호

“뇌경색증 또 걸리면 보험금 줄게(?)”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구설수에 올랐다. 환자를 치료한 적도 없는 자문의사의 소견서 한 장으로 고객에게 보험금 지급 불가를 통보한 탓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보험사는 ‘동일 질병이 재차 발생할 시 보험금 지급을 하겠다’는 황당한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고객은 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사연을 쫓아봤다. 

만난 적도 없는 의사소견서로 보험금 지불 불가
보험사, 질병 재차 발병시 보험금 지급 제안 논란


지난 7월28일 오전, 윤모(51)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회사에 가질 못했다. 몸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고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오며 말은 어눌해졌다. 팔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질 않아 걷기조차 힘들었다.
윤씨는 서둘러 인근 외과로 향했다. 중풍이 의심된다는 의사에 말에 MRI, MRA, 방사선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진단결과는 ‘뇌경색증’ 이후 2주간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고 직장 사정상 퇴원 후 통원치료를 계속했다.

위임장 어디에 쓰려고?



윤씨는 장기간 치료에 따른 진료비가 부담스러웠지만 5년 전 한화손해보험 ‘무배당카네이션 하나로보험’에 가입해 두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보험약관에 따르면 뇌경색 판정 시 300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받도록 되어 있다.
윤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고 장기손해사정팀 A씨가 보상담당자로 결정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며칠 후 A씨는 윤씨의 구리시 자택으로 찾아와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요구했다. 

윤씨는 “A씨는 자신을 한화 직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알고 봤더니 보험사가 아닌 사고조사 의뢰를 받은 손해사정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어 “그는 인감과 위임장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보험금 지급을 위한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이라고만 답할 뿐 사용 용도와 사용처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그가 자택에 머문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손해사정인은 고객에게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모든 권리를 위임하는 위임장의 사용처를 상세하게 알릴 의무가 있음에도 현재 보험업계에선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결국 고객은 자신의 ‘백지위임장’이 어디에 사용되며 추후 보험금 지급 여부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한 달이나 걸린 심사 끝에 윤씨는 지난 9월2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 불가 통보를 받았다. 보험사의 자문의사가 윤씨의 진료기록과 방사선 자료를 검토한 결과 뇌경색증이 아닌 ‘일과성 뇌허혈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윤씨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나를 치료한 적도 없는 의사가 필름과 종이 몇 장을 보고 판단한 소견을 무기 삼아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보험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 했다.

이 같은 보험사의 결정에 업계 한 관계자도 “고객에 대해 직접 진료를 하지 않은 제 3 의료진을 통한 진단서(의견서)는 의료법 17조에 의거해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만약 보험사가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법적인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뇌경색증 이후 한쪽 감각이 마비돼 한 달이 넘게 치료를 계속해 오던 윤씨는 억울한 마음에 즉시 보험사 민원팀에 항의했다.
윤씨는 “담당자를 만나 ‘자신을 진료하고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는 무시되고 만난 적도 없는 자문의의 소견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따지자 담당자는 ‘자문의의 의료자문 결과를 근거로 지급불가 판단을 내렸다’는 답변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윤씨는 “담당자는 심지어 ‘이번에 진단비의 일부를 지급받고 다음에 재발하면 나머지 진단비를 지급받는 게 어떻겠냐’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며 “보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흥정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화손해보험 한 관계자는 “담당자가 고객과 좋은 뜻으로 빨리 합의를 보기 위해 그런 것 같다”며 “질병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고객을 위해 일부 가지급금을 지급하고 최종결과가 나온 뒤 나머지를 주는 것은 약관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이 아닌 ‘질병 재발 시 나머지 진단비를 지급하겠다’는 제안 역시 약관에 포함된 사항이냐는 질문에는 “담당자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고객의 불만이 거세지자 보험사는 윤씨에게 정확한 판단을 위해 제3의 의료기관에서 동시감정을 받자고 제안했다. 윤씨는 이에 동의하고 최근 이사한 안산지역 인근의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했으나 보험사는 대학병원에 가야한다며 인천의 한 대학병원을 지정했다.

윤씨는 “대학병원이라면 안산지역에도 있음에도 보험사는 특정 병원만을 고집했다”며 “다른 병원을 제안해도 보험사는 나를 치료한 의사의 출신대학 병원은 안 된다고 재차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윤씨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고객이 처음부터 한 병원을 일방적으로 지목한 후 다른 병원을 재지정하는 등 수 차례 말을 바꿔 곤란했으며 더 이상의 절충이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자문의 소견이 법(?)

결국 보험사와의 입장차는 줄어들지 못한 채 윤씨는 9월 15일자로 금융감독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화손해보험도 논란이 커진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손해보험은 금감원에 민원이 제기된 지난달 15일, 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다는 내용증명을 윤씨에게 보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오는 15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양쪽 관계자 입회하에 민사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보험금 지급에 대한 모든 판단은 법원이 결정할 것이므로 보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조정에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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