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임한 양원모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M&A 큰손’ 군인공제회의 주먹구구식 투자가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또 사업실적에 따라 이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군인공제회법 개정으로 심적 부담도 커졌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 국방부 산하 군인공제회가 고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투자해 재무건전성과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군인공제회는 회원들에게 시중금리(5년간 평균 4.79%)보다 월등히 높은 이자(지난 4월 현재 7%)를 보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부분 만기 1년 이내 단기자금을 과도하게 차입해 장기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집중 투자했다”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2006년 2월 Y업체의 바다골재 채취 사업에 10년간 44억원의 투자 이익을 예상하고 186억원을 투자했으나 투자 이익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006년 12월 영국의 상하수도 운영사인 T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외국 펀드에 3억2000만여 달러를 투자했으나 예상수익률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지난해 83억원의 손실을 봤다.
단기 자금 차입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려 보유 주식을 저가로 매각하는 바람에 190억원의 기회손실이 발생한 사실도 적발됐다. 특히 군인공제회는 2008 회계연도 결산을 하면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고정’(대손충당금 설정률 20%)으로 분류해야 할 PF대출채권을 ‘정상’(대손충당금 설정률 1%)으로 잘못 분류하는 등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고 회수가 불확실한 채권에 대한 미수수익을 계상해 자산 및 당기순이익 1330억원을 과다 계상했다.
감사원은 양 이사장에게 투자손실을 초래한 관련 부서 팀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상급기관인 국방부가 군인공제회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군인공제회의 경영실적이 부진할 경우 국방부 장관이 공제회 이사장과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 장관이 군인공제회 이사장 및 이사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하는 경영평가 결과 경영실적이 부진해 그 직무를 담당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다.
현행법은 이사장은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되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되며, 이사장 및 이사의 임기는 3년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해임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를 위해 개정안은 공제회의 정관에 경영실적 평가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담도록 규정했다.
국방부 측은 “군인공제회는 자산규모가 7조원이 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사업손실 등 재정운영이 부실화되면 현역군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사업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공제회는 투자자금 회수 지연, 회원부담금 인출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투자재원 중 차입금 비중은 2004년 말 14.1%에서 2007년 말 25.7%(6조3931억원 중 1조6459억원)로 증가했고, 이 중 99.8%가 단기 차입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