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자천타천’ 오너일가 짐승남 열전

2009.10.06 09:52:44 호수 0호

약육강식 경제정글“강한 회장님 뜬다”

‘완소남, 훈남, 엣지남, 건어물남, 철벽남, 우엉남, 고충남, 초식남…’ 단순히 ‘얼짱시대’는 갔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남성의 신체 일부나 매력, 허점 등을 부각시킨 ‘○○남’ 시리즈가 유행이다. 재계도 예외가 아니다. 각 기업의 오너들에게 이미지를 빗댄 수식어가 별명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그중 강한 남성의 의미를 가진 ‘짐승남’이 대세다. 살벌한 약육강식의 경제정글에서 ‘강한 회장님’이 뜨고 있는 것. ‘자천타천’ 재계 오너 중 짐승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꼽아봤다.

경영인 새 아이콘 ‘남자다운’ 매력 오너 급부상
때론 강력한 카리스마로, 때론 섬세한 감성으로


‘강해야 살아남는다.’ 재계에 ‘짐승남’이 뜨고 있다. ‘이미지 시대’인 만큼 외모에 신경 쓰는 기업인들이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곱상한 외모와 부드러운 성격을 밀어낸 짐승남이 경영인의 새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짐승남은 ‘남자다움’을 최고로 여기는 열혈남아로, 과거 ‘마초’ 개념에서 발전된 남성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성격이 온순하고 혼자 있기를 즐기며 연애와 결혼보다는 자신의 취미활동에 적극적인 ‘초식남’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강해야 살아남는다’

거칠고 강인한 야성적인 외모를 가진 짐승남은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위기 때 먼저 주변을 살피는 기사도 정신은 기본. 한번 결정한 일을 추진할 땐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한편 아니다 싶으면 단칼에 잘라 버린다. 그런가 하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주변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인으로 치면 살벌한 약육강식의 경제정글에 ‘딱인’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짐승남 캐릭터는 창업세대부터 전통적으로 강조하고 계승한 오너의 필수 조건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기업도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는 초식남보다 짐승남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28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2%가 ‘초식남보다 짐승남의 업무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 샐러리맨 사이에선 보호하고 싶은 약한 이미지를 가진 기업인보다 열정적인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하는 강한 기업인이 더 각광받고 있다”며 “특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짐승남 오너십이 절실하고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계 오너 중 자천타천 거론되는 짐승남은 누가 있을까. 짐승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소문난 ‘몸짱’이다.

단단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빠듯한 일과를 쪼개 매일 2∼3시간씩 몸만들기에 열중한다. 하루만 쉬어도 표가 나기 때문에 365일 거의 매일 헬스클럽을 찾는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할리데이비슨 등 바이크를 타는 취미도 갖고 있다. 물론 비지니스 협상이나 의사 결정 등 경영자로서 자질과 직무수행 능력이 뒷받침되기에 취미활동도 가능하다. 정 부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성을 적절하게 버무린(?) 경영으로 그룹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항간에 떠도는 연예인과의 열애설을 일축하면서 평범한 여성과의 교제 사실을 인정해 솔직한 오너로 화제가 됐었다. 또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자신의 사생활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정 부회장과 자주 비교되는 라이벌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짐승남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수더분한 외모의 정 회장이 2007년 30대 중반 나이로 회장직에 오를 당시만 해도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우려가 많았지만 취임 뒤 곧바로 그룹 핵심 부문을 장악하는 저력을 보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조직의 신진대사 활성화를 위해 젊고 경영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전격 발탁하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의리파’로 유명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짐승남으로 분류된다.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회장은 재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대표적인 카리스마 리더다. 그는 핵심 경영현안을 직접 챙기며 신속한 판단과 책임 있는 결정 등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이 중소 협력사와 상생을 공언하는 자리에 그룹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김 회장이 직접 협력사 대표 앞에 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승부사 김승연’의 뚝심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달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산하의 국제복싱발전재단(FBB) 초대 이사장를 맡는 등 어린 시절부터 권투를 유난히 좋아하는 점도 짐승남 캐릭터와 맞다. 가끔 독단적이란 오해를 받는 김 회장의 강렬한 인상은 봉사현장에선 금세 ‘옆집 아저씨’로 변한다.

김 회장은 복지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갓난아이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외로운 노인들에겐 아들 노릇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손발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재계에서 짐승남으로 꼽힌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들의 야성미는 현장에서 두드러진다. 불같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것.

정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보고만 받는 ‘오너형 경영자’가 아닌 직접 현장경영을 지휘하고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실무형 경영자’다. 수시로 국내외 생산기지를 방문해 고삐를 죈다. 회의에선 임원이 주요사안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못하면 십중팔구 불호령이 떨어진다. 하루아침에 내치고, 내쳤던 임원들의 재등용도 서슴지 않는 정 회장의 신상필벌식 수시 인사도 짐승남의 과감한 결단력과 일맥상통한다. 정 회장은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달리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특유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영자 조건과 맞아

최태원 회장도 현장경영을 빼면 얘기가 안 된다. 매년 엄청난 해외 출장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는 현장에서 직원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은 아니지만 항상 토론 등을 통해 원칙을 도출하면 불굴의 의지로 저돌적인 추진력을 보여준다. 그의 이런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글로벌 도약을 이끈 요인이다.

하지만 일상에선 대기업 총수란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어깨에 힘을 쫙 뺀 ‘격식 파괴’ 행보로 화제를 모은다. 야구장의 귀빈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회장님’은 일반 서포터즈나 다름없었다. 남북정상회담 때 디지털카메라로 행사장 곳곳을 찍는 장면은 호기심 많은 ‘디카족’을 연상케 했다. 방북 당시 명품이 아닌 ‘젤리시계’를 착용한 모습은 ‘친근한 회장님’으로 네티즌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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