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1명 빠진 ‘도박 중독’<현주소>

2009.09.22 09:39:44 호수 0호

오로지 일확천금… 건강·직장·가족 “필요 없어!”

‘도박광풍’이 도를 넘어섰다. 성인 10명 중 1명이 도박 중독에 허우적댄다는 충격적인 실태까지 보고될 정도다. 선진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도박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방에서도 손쉽게 도박을 즐길 수 있는 최적화된 도박 환경은 더 많은 이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도박 중독자 가운데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의 수렁에 빠지는 이들도 적지 않아 또 다른 피해자를 낳고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도박 중독자들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성인 9.5% 도박 중독 증세 시달려… 영국보다 5배 많은 중독자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도박 갈수록 늘어 중독자도 증가


“도박을 하는 순간에는 가족도, 친구도, 통장잔고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도박을 하는 동안 느끼는 희열과 일확천금을 얻는 꿈밖엔 없었다. 손가락을 자르고도 다시 도박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어떤 것보다 강한 것이 도박 중독이다.”

너도 나도 도박 중독

10여 년 전 처음 화투판에 발을 들였다가 최근에야 도박 끊기에 성공했다는 A(46)씨. 그는 누구보다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도박에 빠져 건강도, 직장도 잃고 술에만 의지해 살던 그는 수년에 걸쳐 간신히 단도박의 꿈을 이뤘다. 무서운 의지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도박판을 멀리하게 됐지만 화투장만 봐도 가슴이 뛴다는 것이 솔직한 A씨의 심정.

A씨는 “화투판에 있다 보면 자식 등록금을 훔쳐와 화투를 치는 사람, 냉장고를 팔아 자금을 마련해 온 사람 등 보통 사람들이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도박 중독의 무서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가 어려울수록 도박장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박 중독에 빠지면 가족까지도 잃게 된다는 걸 안다면 섣불리 도박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처럼 어렵게나마 도박에서 손을 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마저 힘겨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 중독자 실태는 통계로도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말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9.5%인 359만명이 도박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도박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선진국의 도박 중독자 수치와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이다. 평균 도박 중독률이 4%인 선진국보다 2배가 넘는 이들이 도박 중독에 빠진 것이다. 1.9%인 영국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높기도 하다. 이처럼 나날이 도박 중독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박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도박의 종류가 증가했다는 게 그것이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사행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6조6977억원에 불과했던 사행산업의 매출이 지난해에는 16조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사행산업이 급성장한 데는 인터넷 도박 역시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안방에서 즐기는 도박판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적발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간다.

적발 건수는 2005년에 비해 올 상반기에만 84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송훈석 의원(무소속)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인터넷 불법사이트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도박 사이트 적발 건수는 277건이었으나 올해에는 7월까지 2만2695건으로 83.8배 늘었다. 불법도박 사이트 적발 건수는 매년 급증해 2005년 277건에서 2006년 5874건, 2007년 2714건이었고, 지난해 6640건에서 올 7월까지 2만 건이 넘었다.

인터넷 도박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컴퓨터만 있으면 판돈의 제약 없이 마음껏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오프라인에 있는 웬만한 도박과 게임은 사이버상에도 나타나 도박꾼들의 구미를 맞추기도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다이야기’다. 몇 년 전 사라졌던 바다이야기는 어느새 인터넷에서 도박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모(30·무직)씨는 인터넷 바다이야기를 하다 빚까지 져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업도 없는 그에게 1000만원이란 빚은 처리하기엔 너무나 큰  돈이다. 3년 전 온라인 도박에 빠져 각종 게임을 섭렵했다는 이씨. 이미 다른 도박 게임에서도 벌어놓은 돈을 모두 잃었다는 그는 우연히 바다이야기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곳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욕심에 밤낮 할 것 없이 베팅에 몰두했다.

하지만 접속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 갔다. 어떤 도박에서도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빠져나오기엔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와 버렸다. 결국 사채까지 얻어쓰다가 1000만원이라는 빚더미에 눌려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도박중독의 또 다른 문제는 자금마련을 위해 범죄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다음 판에 뛰어드는 도박꾼들은 늘 도박자금이 필요하게 마련이고 일부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사기에 나선 택시기사 등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들끼리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추돌하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6년여 간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택시기사 등 145명을 검거해 정모(50)씨 등 7명을 구속하고 유모(41)씨 등 1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도박하다 범죄까지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택시끼리 고의로 추돌한 뒤 병원에 입원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등 지난 2003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0회에 걸쳐 6억 2000여 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보험사기를 벌인 이유 중 하나는 도박 자금을 위해서였다. 범행에 연루된 기사들은 근무 시간 중 도박을 일삼았고 돈이 떨어지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들 가운데는 하루 종일 운행 한 번 하지 않고 도박에만 몰두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도박의 강력한 중독성은 두뇌 반응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스스로 도박을 끊기 어려운 만큼 의사나 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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