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제21탄] 옥시 ‘데톨’

2009.09.22 09:38:32 호수 0호

신종플루가 띄운 손세정제 “써도 불안 안 써도 불안”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신종 플루 여파로 개인위생의 기본인 손 닦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손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종 플루 특수를 맞은 관련 업계는 쏟아지는 손세정제 주문에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염성이 강한 세균성 질병은 발병하기 전에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통한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며 “신체 중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는 손으로 질병의 70%가 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손만 철저히 씻어도 대부분의 세균 제거가 가능하다”고 손 청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손소독 대명사
“살균제 효과 뛰어나”

생활용품업계에 따르면 손세정제 시장은 지난해만 해도 100억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신종 플루 대유행 이후 올해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잘나가는 제품은 옥시레킷벤키저의 ‘데톨’이다. 데톨은 각 판매처에서 매일 동이 날 정도로 그 수요가 폭발적이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기 무섭게 품절·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데톨이 없어서 못 판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손세정제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브랜드까지 10여 개에 이르는데 데톨은 신종 플루 발발 이전 대비 판매량이 최대 700%나 늘어났다. 나머지는 같은 기간 200∼500% 판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데톨은 온라인 시장에서도 다른 제품들을 제치고 ‘인기상품 베스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손세정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옥시크린, 물먹는하마, 비트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의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인 ‘레킷벤키저(Reckittbenckiser)’의 한국 내 법인이다. 레킷벤키저는 전 세계 60여 국에 지사를 운영하며 18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01년 옥시를 인수·합병(M&A)해 2005년 옥시레킷벤키저로 재탄생했다. 지분은 현재 레킷벤키저 네덜란드 법인이 100% 보유 중이다. 완전히 외국계기업이란 얘기다. 옥시레킷벤키저는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로 1000억원대의 연매출을 기록하다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매출이 동아시아 지역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데톨이다. 1933년 영국에서 처음 출시됐고 국내엔 2004년 첫선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항균 제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데톨의 손세정제는 손소독 청결제와 항균 핸드워시, 항균 비누 등이다

‘손소독 청결제’(50㎖ 2900원, 200㎖ 6900원)는 물과 비누 없이 사용하는 세정제다. 피부에 바르면 곧장 증발해 끈적이지 않고 상쾌한 느낌만 남는다. 등산, 여행 등 야외활동과 지폐 사용 후, 수유 전 등 손 씻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항균 성분 질병 걱정 ‘뚝’ 품절 현상 ‘판매 불티’
“플루 등 유해세균·각종 바이러스 99.9% 제거”

회사 한 관계자는 “손소독 청결제는 대한의사협회 추천을 받는 등 살균제로서의 뛰어난 효과를 인정받아 유명 종합병원 등에서 원내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피부테스트를 완료하고 보습 성분을 첨가해 유아 및 아동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균 핸드워시’(250㎖ 4200원, 500㎖ 6200원)는 물로 손 씻을 때 비누 대신 사용하는 세정제다. 항균·보습 기능에 따라 우수한 항균력이 장점인 오리지널, 보습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모이스쳐라이징, 민감한 피부에 순하게 작용하는 센서티브, 천연 식물 추출물과 알로에베라가 함유된 허브, 우수한 항균력에 상쾌한 향을 더한 후레쉬 등 5종류가 있다. ‘항균 포밍핸드워시’(250㎖ 5200원)는 내용물이 거품 형태로 나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손 씻는 습관을 길러준다.

‘항균 비누’(100g 1400원)는 기존의 제품에서 항균 성분 특유의 향을 없애고 향기롭고 부드럽게 개선했다. 상쾌한 향으로 더욱 청결하게 해주는 오리지널, 풍부한 보습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모이스쳐라이징, 알로에베라와 천연 식물 추출물이 함유된 허브, 시원한 멘톨 향이 함유된 쿨 등 4종류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이들 제품은 항균 성분인 PCMX(Para Chloro Meta Xylenol·클로록시레놀)가 들어있어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렐라균, 대장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세균 및 각종 바이러스를 99.9% 제거한다”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도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없애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톨을 비롯한 손세정제들의 살균효과에 의문이 적지 않다. 일반 비누와 비교해 세정력이 얼마나 탁월하냐는 것이다. 특히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 ‘강한 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굳이 세정제 불필요”
비누나 물로도 충분

우선 제품을 만드는 업체 등 예찬론자들은 “손세정제를 사용하면 비누나 물로만 씻는 것보다 소독력이 2배 이상 높다”고 단언한다. 


또 일반 비누는 보관상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자체에 이미 많은 세균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도 있다. 외부로부터 완전 차단된 액상타입의 세정제를 그때그때 사용하는 게 손에 서식하는 세균·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최근엔 ‘굳이 손세정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누의 계면활성제도 세균이 잘 씻길 뿐더러 꼭 손세정제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방법으로 손을 씻으면 신종 플루 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여러 실험에서 비누와 손세정제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실제 한 연구팀에서 똑같은 세균을 손바닥에 떨어뜨린 뒤 비누와 손세정제로 손을 씻게 한 결과 비누로 씻은 그룹은 최소 84%에서 최대 98%, 세정제 그룹은 최소 60%에서 98%까지 세균이 제거됐다. 

결국 손세정제의 효과를 부인할 수 없고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신종 플루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제품을 쓰느냐’보다 “얼마만큼 자주 잘 씻느냐”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비누 없이 30초 이상 흐르는 물로만 꼼꼼히 씻어도 세균 예방효과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손세정제의 성분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화학물질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그것이다. 데톨 손세정제의 살균능력을 높이는 주요 성분인 클로록시레놀은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무독성 다용도 살균소독제로 분류한 물질이다. 인체에 안전하면서 유해세균을 죽인다. 항균·항진균·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해 손위생에 제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위해 미생물 저감화를 위한 효율적인 손세척 방법으로 클로록시레놀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 순천향대학 연구팀(고부가 생물소재산업 혁신센터)의 피부자극 테스트 결과 비자극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다만 복용할 경우 복통, 토혈, 혈뇨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으며 심하면 의식불명, 복부 팽창, 호흡성폐렴, 폐수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과호흡 증후군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어린이들의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비누 vs 세정제 ‘강한 놈’은?

인체·환경유해 논란으로 시끌 


하지만 나머지 성분들은 인체·환경유해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액상 형태의 항균 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들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항균 핸드워시(오리지널)의 경우 클로록시레놀과 정제수, 글리세린 등 대체로 알려진 물질 외에 10여 가지의 화학물질로 만들어진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음이온계 계면활성제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습진, 아토피 등 피부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알코올 성분이 많이 포함된 세정제는 순간적으로 세균을 박멸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면서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고 민감성이나 아토피성 피부는 심한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정전기방지제 등으로 쓰이는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은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환경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각질제거와 모발 제품에 활용되는 살리실릭애씨드는 발암의심물질로 분류되며 피부에 흡수될 수 있다. 시트릭애씨드는 눈과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향료도 알레르기나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두통, 우울증 등의 신경계를 교란할 수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들 물질을 포함한 다른 물질들은 비교적 안전한 성분들이지만 화학물질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항을 미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항균 제품을 오래 쓰면 좋은 세균도 다 죽을 수 있고 세균에 내성이 생겨 점점 독한 성분을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성분은 TCC(트리클로카본)다. 옥시레킷벤키저는 항균 비누를 출시하면서 항균 기능을 더욱 향상시키고 특유의 향을 제거하기 위해 클로록시레놀 대신 트리클로카본으로 성분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관련법상 액상비누는 화장품법으로, 고형비누는 공산품법으로 규제받고 있다. ‘트리클로산’ 성분은 화장품엔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공산품엔 사용할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이와 관련 홈페이지와 메일을 통해 ‘신종 플루와 항균 손세정제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트리클로카본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부작용 우려 커진다
화학물질 위험 지적

여성환경연대는 퀴즈 방식으로 트리클로카본의 유해성을 지적한 카툰에서 “트리클로카본은 성 호르몬을 교란하고 신경체계에 영향을 주는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받는 물질”이라며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 결과 트리클로카본이 폐수 정화시설을 통과해도 75%가 멀쩡하게 살아남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하수구로 흘러들어간 트리클로카본은 분해가 어려워 그대로 해양으로 배출되거나 땅 속으로 축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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