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131) 최종회

2014.01.02 11:09:01 호수 0호

지금도 계속되는 오너곳간 채우기

[일요시사=경제1팀] <일요시사>의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131회를 맞았다. 지면에 오른 곳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도마에 올랐던 기업들을 되짚어봤다.





 
<일요시사>가 2011년 4월부터 매주 연재한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에 거론된 기업집단(그룹)은 모두 102곳. 여기에 속한 '기생회사' 259개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에 붙어 사실상 빌어먹는 '절름발이'들이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내부거래율 50% 이상·내부거래 금액 100억원 이상) 유지되는 회사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나타났다. 무려 13개사가 그룹 물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는 총 77개. 이중 20%에 이르는 자회사가 이른바 '좀비회사'인 셈이다.

기생하는 좀비들

이랜드그룹도 13개 계열사에 그룹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금액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나 됐다. 다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그룹·대우조선해양(9개) ▲대성그룹(7개) ▲동원그룹·하림그룹(6개) ▲교보그룹·태광그룹·BYC(5개) ▲코오롱그룹·영풍그룹·부영그룹·한미약품·보람상조(4개) 순이었다.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회사에서 '배당 잔치'를 벌인 오너 일가는 한둘이 아니다. 수천만원에서 10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을 챙겼다. 순이익보다 많거나 적자가 난 회사에서 보너스를 챙긴 '철면피'도 있다. 재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시스템 개발·공급, 건물 임대, 부동산 개발, 물류 대행, 창고, 부품 제조, 인테리어 공사, 용역 공급, 시설물 유지관리 서비스 등의 분야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업종은 자동차, 화학제품, 1차금속 등 제조업 분야다. 그중에서도 연료도매업, 화학물 제조업, 토목시설물 건설업 등의 내부거래 금액이 많았다.

정부 으름장에 줄줄이 백기투항
합병하거나 오너 일가 지분 처분
아예 해산해 논란 없앤 기업도

그렇다면 <일요시사>의 연재 이후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단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자진신고 받았는데, 우선 1만324명(1859억원)이 손을 들었다.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들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지만, 자칫 전체 지배구조가 뒤엉키거나 흔들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 고민 고민하다 결국 짜낸 방법이 바로 '합병'이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했던 기업들 가운데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같이 회사 측은  "경영효율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게 정리된 회사들이 하나같이 오너 지분이 있으면서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처분, 내부거래 논란을 없앤 기업도 있다. 이중엔 지분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겨 구설에 오르내린 '회장님 댁'도 있다. 극히 드물지만 아예 오너가 법인을 해산하는 큰 결단을 내려 오해를 완전 차단한 곳도 있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그룹들은 "불필요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회사가 해산돼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1년 4월부터 연재
259개사 도마에 올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주요 대기업의 경쟁입찰 자율선언 이행현황에 따르면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년간 상위 10대 재벌이 광고·시스템통합(SI)·건설·물류 등 4개 분야에서 일감을 경쟁입찰에 부친 비율은 37.8%로 이전 1년(30.6%)보다 7.2%포인트 늘었다. 대기업의 일감 나누기가 개선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발표도 다르지 않다. 재벌그룹 3곳 중 2곳은 내부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최근 재벌 총수가 있는 그룹 중 분기별로 기업집단 현황공시를 하는 36개 그룹 가운데 63.9%인 23곳이 올 1∼3분기 내부거래가 줄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재벌그룹의 내부거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은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자 대기업들이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비중 및 금액이 다소 감소했으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긴 곤란하다"며 "SI, 광고, 물류 등 그동안 문제됐던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서히 감소 추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은 업종에서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사익추구행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총수일가 지분율 또는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이 분야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알립니다>

이번호를 끝으로 「연속기획 '일감 몰아주기'기업 내부거래 실태」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신 애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요시사>는 다음 호부터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란 제목의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내에서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들을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담을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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