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0탄] 현대종합상조 ‘프리드’

2009.09.15 09:31:29 호수 0호

‘알맹이 쏙 빠진’ 빛 좋은 개살구식 장례서비스


[일요시사=사회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회원수 약 35만명 업계 선두…전체 가입자 13% 차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선진국형 ‘프리드’ 인기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무분별한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상조업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일요시사>는 지난 7월30일자(706호)에서 업계 1위인 보람상조의 재무 상태 등을 통해 상조업의 전체적인 충격적 부실 실태를 집중 점검한 바 있다.

“회원↑ 직원 학력↑”
공정위, 과장광고 적발
 
그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상조회사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는 한마디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특히 보람상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믿었던’ 현대종합상조마저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국 상조업체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해 2004년 100개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281개로 늘어났다. 281개 상조업체에 가입된 회원은 2007년(189만명)에 비해 40% 정도 증가한 약 265만명이다. 이 중 90% 이상이 수도권과 영남권에 몰려있다.
영세업체와 미등록업체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시장 규모만 3조원이란 추정도 있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 시장은 자본금 5000만원이면 쉽게 설립할 수 있는 낮은 문턱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만큼 구조적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비스가 부실하거나 파산하는 상조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덩달아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반면 부실할 대로 부실한 상조업계의 리더가 바로 현대종합상조다. 박헌준 사장이 2002년 설립한 현대종합상조는 뒤늦게 상조업에 뛰어들어 불과 8년 사이 국내 대표 상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대종합상조는 자산이나 매출, 고객불입금 등에선 보람상조에 이어 2위에 올라있지만 회원수로 따지면 단연 선두다. 업계 최대인 약 35만명의 회원을 보유해 전체 가입자(265만명) 중 13%를 차지한다.
인력, 영업망 역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직원수만 1만8000여 명(설계사 포함)에 이르고 전국 120여 개 지점 및 영업소를 모두 본사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조의 성공 요인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선진국형 장례서비스다. 지난해 9월 론칭한 ‘프리드(Preed)’가 그것. 프리드는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활성화돼 있는 개념인 ‘프리니드’(Pre-need)에서 착안했다. 프리니드는 죽음을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는 행위나 제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보편화된 상품이다.
프리드 장례 상품은 ▲다이아몬드형(월 2만8000원×125회) ▲퍼펙트형(월 3만3000원×120회) ▲임페리얼형(월 7만3000원×120회) 등 3가지로 나뉘는데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골라 선택할 수 있다. 퍼펙트형의 경우 최고급 장의 리무진과 제단꽃 제작비(25만원), 장례전문도우미(5명), 화장시 고급형 유골함 등 60여 가지 장례용품을 제공한다.

경영 불안 불구
광고에만 매달려 
 
박 사장은 “어둡고 부정적이었던 우리 장례문화의 개선을 위해 선진국형 장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단지 상업적인 장례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밝고 새로운 선진 장례문화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캠페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조는 이외에도 신속하고 완벽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4시간 고객감동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또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모바일 시스템, 최첨단 GPS를 이용한 위치확인 시스템 등 체계적인 장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꾸준한 사회환원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소방관 등 순직한 서울시 공무원들과 독거노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장례서비스를 무료로 치러주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고객들에게 단순히 상을 치러주고 장례용품만 파는 상조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아픔을 내 가족의 아픔처럼 정성껏 모시고 있다”며 “단지 이윤 추구보다 고객이 언제나 최우선, 최고란 생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진정한 고객만족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현대종합상조에 돈을 믿고 맡길 만 할까.
회사 측은 “나중에 일어날 일을 안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선 탄탄한 상조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끊임없는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고객이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는 국민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조의 운영 실태와 재정 상태 등 내실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지난 6일 회사의 존폐와 관계없이 상조서비스가 보장되는 것처럼 표현하는 등의 허위·과장광고를 한 10개 상조업체를 적발했다. 이 중 현대종합상조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조는 상조서비스 구매 회원 수를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자사 소속 장례지도사가 모두 대학에서 장의학을 전공한 ‘1급 장례지도사’인 것처럼 광고했다. 현대종합상조의 장례지도사 95명 중 대학에서 장의학을 전공하거나 대학의 장례 관련 과정을 이수한 직원은 16명에 불과하다.
현대종합상조는 지난해 3월 중국산 삼베원단을 사용한 수의를 국내산인 것처럼 광고했다가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방문판매업 신고만 하고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상조보증회사에 적립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 상조서비스 제공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존폐와 관계없이 전액 보장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종합상조는 전국상조협회 17개 회원사들이 주축인 전국상조보증에 가입, 2007년 6월부터 매월 회원이 납부하는 회비의 일정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고객들에게 “회비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 고객의 안정된 자산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재무상태 갈수록 불안 “존속능력 의문”
자산보다 빚 많아…순이익 적자폭 확대

하지만 현대종합상조가 지난해 말까지 예치한 금액은 7700여 만원뿐이다. 이는 회원들이 납입한 고객불입금(518억원)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공정위는 “상조서비스 회원들에 대한 납입금 보장은 상조업체들이 상조보증회사에 적립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며 “상조업체가 폐업·파산 등으로 회원들에게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상조보증회사를 통한 상조서비스 보장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상조업체를 선택할 때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립연도, 자산, 고객불입금, 자본 등 거래하려는 업체의 재무상황 점검이 필수란 얘기다.
현대종합상조의 재무상태는 다소 불안정하다. 자산에 비해 빚이 많고 적자도 늘어난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 정보 등에 따르면 자본금 5억원인 현대종합상조의 매출은 2006년 47억4300만원, 2007년 127억6000만원, 지난해 180억46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총자산도 2007년 230억1500만원에서 지난해 464억340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07년 -114억1800만원에서 지난해 -129억2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07년 -96억6200만원에서 지난해 -120억2100만원으로 각각 적자폭이 커졌다.
고객 불입금 518억원
적립금 불과 7700만원

특히 현대종합상조는 지난해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많은 753억7200만원(2007년 399억원)으로 나타나 결손금이 무려 289억3800만원(2007년 168억8500만원)에 달했다. 현금보유액도 지난해 말 현재 31억7900만원으로, 2007년(88억7200만원)에 비해 56억9300만원이나 줄어들었다.
결국 고객이 낸 돈이 축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보람상조는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사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킬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감사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종합상조는 여전히 사업 확장에만 혈안이다. 대대적인 홍보마케팅 공세가 대표적이다. 현대종합상조는 지난해 전체 영업비용(309억6600만원)의 20%가 넘는 돈을 광고선전비(67억7900만원)로 쏟아 부었다.
광고선전비는 2006년 27억5400만원, 2007년 42억2200만원으로 매년 20억원가량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금액은 고객불입금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2006년 이전의 광고선전비까지 더해지면 고객불입금 대비 광고 지출 비율은 더 늘어난다.
현대종합상조는 프리드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중파, 케이블방송, 신문 등 각 매체에 거액을 들여 시리즈 형식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최고의 중년 배우인 노주현씨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는 미국편, 일본편, 종합편 등 3편으로 구성됐다.
미국·일본 편에선 각각의 장례문화를 소개하고 종합편에선 미국의 ‘디그니티 메모리얼’, 호주의 ‘가디언 퓨너럴즈’, 일본의 ‘파뮤’ 등 각국의 장례서비스 사례를 담았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광고 남발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도·폐업으로 서비스를 이행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행태는 회사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방만 경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상조업법이 제정되지 않아 일반 회계가 적용, 회원들이 납입한 돈이 100% 부채로 잡혀 부실로 비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영업이 활성화될수록 부채가 증가하며 수익은 고객의 장례서비스가 발생한 이후 산정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그는 적은 예치금과 대대적 홍보 공세에 대해선 “고객불입금에 비해 보증사에 예치한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일체 안 내는 상조업체보단 낫지 않냐”며 “광고비를 늘리는 것은 공격적인 기업활동에 있어서 당연한 결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