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인 대통령들의 밥상이 화제다. 산해진미만 먹을 것 같은 최고 권력자지만 실제 좋아하던 음식들은 추억이 서린 소박한 상차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즐겨먹은 음식은 ‘갱시기’다. 경상도 지방 음식으로 멸치국물에 김장김치와 콩나물, 쌀밥 등을 넣어 끓여낸 것이다. 산골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갱시기와 된장류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반면 바닷가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물 요리를 좋아했다. 대통령 재임시절 ‘칼국수’를 즐겼는데 이는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의 호사스러운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설렁탕과 김치찌개를 좋아했다. 또한 유난히 옥수수를 좋아해 1년 내내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종종 쪄 먹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식탁에 홍어, 톳나물 등 호남 음식이 오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긴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청와대 인근에 위치한 한 삼계탕집은 노 전 대통령이 종로 지역구 의원이었을 때 다니던 단골집이다. 이곳에서 재계 총수들과 식사 회동을 갖기도 했으며 사석에서 “청와대 삼계탕은 호텔음식 같다. 단골집에서 요리법을 배워오라”고 했을 정도다. 게다가 이 집 주인은 노 전 대통령의 부탁에도 요리 비법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거절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식성이 무난하고 까다롭지 않다. 특히 순두부와 김치찌개, 비빔밥 등을 즐긴다. 입맛이 없을 때는 맨밥에 날달걀을 풀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한다. 그러나 밥은 꼭 흰쌀밥을 고집한다. 어릴 적 겪은 가난 때문인지 보리밥이나 잡곡밥은 즐기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라면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이날 행사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 “자장면이 청와대에 몰래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면 요리를 좋아한다.
정권 출범 초기 청와대 공식 만찬의 단골 메뉴는 쌀가루로 면을 뽑은 국수였다. 즐겨 찾던 단골식당 음식을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찾는 편이다. 지난해 여름 여의도의 한 한식당 요리사를 청와대로 몇 차례 불러 냉면을 먹었으며 단골 영양탕집 음식을 경호처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포장 구입하기도 했다. 만두, 풀빵, 빵, 떡, 케이크, 뻥튀기 등 간식도 가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 부부가 좋아하는 단골 간식은 강남의 모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파는 떡볶이, 순대와 시내의 한 식당에서 파는 단팥죽으로 가끔 관저 직원들이나 딸 사위들에게 배달을 부탁하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