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실에서 여야가 구분없이 뭉치고 있다. DJ의 병실은 정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동교동계, 상도동계, 친이, 친박, 친노 할 것 없이 수많은 인사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른바 ‘문병정국’이다.
11일 DJ의 병실에는 그로부터 ‘독재자’란 비판을 들었던 이 대통령이 찾아왔다. 이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기도하며 DJ의 쾌유를 빌었다. 또한 DJ를 “민주화와 민족 화해에 큰 발자취를 남긴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같은 날 김덕룡 전 의원, 김무성 의원 등 옛 상도동계 의원들도 병실을 찾아 병실을 지키고 있던 동교동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지역주의 해소를 제2의 민주화운동으로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동교동계 박양수 전 의원은 “앞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 대신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며 두 계파와 지역 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에는 비공식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병실을 방문했다. 반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이 빨리 쾌차해 한반도 통일, 평화와 안정을 보셔야 할 텐데 큰 걱정”이라고 말했고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세계평화를 위해 일을 좀 더 하다 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 이란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등도 병실을 찾아 DJ의 쾌유를 기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나와 미국인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라고 말했다.
DJ의 햇볕정책을 비판했던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DJ를 “대한민국 민주화의 대들보”라며 높이 평가했으며 동교동계 한광옥 전 의원은 빗속에서 그를 배웅하는 것으로 예를 갖췄다.
이 수석부의장과 함께 병실을 찾은 박계동 국회 사무처장은 미디어법 문제로 대치점에 섰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인사를 나눴다.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 초청강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던 정동영 의원도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해 병문안했다. 정 의원은 “DJ는 나의 정치적 사부”라며 DJ와의 인연을 되새겼다.
오후엔 이재오 전 의원이 병원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이 전 의원은 “민주화를 위해 큰일을 하신 분이라 더 사셔야 한다”며 “민주화로 나라의 기틀을 잡으신 분이다. 아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명숙 이한동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문병했다.
DJ를 비난해온 한나라당 내에서도 DJ를 향한 극찬이 이어졌다. 박희태 대표는 병문안 후 DJ에 대해 “정치 민주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사명을 완수한 분”이라며 “분단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큰 노력과 기여를 했다. 그 노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우리의 민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DJ는) 5년간 훌륭한 치적을 많이 남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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