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개입 논란 안고 강릉 재선거 친박후보 지원 나서
MB 친서 가지고 특사로 헝가리·덴마크·EU 방문
박근혜 전 대표의 발걸음의 빨라지고 있다. 웬만해서는 정치 일선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박 전 대표지만 미디어법 처리를 전후로 정중동 행보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10월 재보선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 방문이다. 또한 이달 말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 방문을 앞두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입각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한 걸음에 수많은 의미를 담은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쫓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종잡을 수 없는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과 친박계 입각, 유럽 특사 등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공천을 앞두고 강원도 강릉을 찾았다. 선거개입 논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가 찾은 곳은 강릉 재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었다.
베일 속 행보 청산
연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박 전 대표는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경주 재보선에 출마한 친박계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으로 ‘박심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재보선에 거리를 뒀음에도 친박계 후보는 박풍을 타고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이번 강릉 방문도 이와 비슷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의리 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유정복 서상기 의원 등 친박 의원들을 대동한 것은 “확실히 친박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강릉 재선거에 친박계 후보 외에도 친이계 김해수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권성동 법무비서관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심기섭 전 강릉시장, 최돈웅 전 의원, 최재규 도의회 의장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재보선을 직접 지원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와 관련해 여태까지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파장은 커질 대로 커졌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이미 자신의 행보가 가져올 정치적 파급효과를 ‘학습’하고도 강릉 방문을 강행한 속내를 분석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친이계의 ‘충청연대론’과 맞물려 있다.
친이계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간 ‘한자동맹’을 통한 ‘충청연대론’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목적이 박 전 대표의 고립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다. 박 전 대표는 영남에서 자신의 지역적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TK와 PK로 나뉜 일부만을 얻었을 뿐이다. 호남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수도권의 민심은 유동적이다. 때문에 친이계가 선진당과 충청권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면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이를 넋 놓고 지켜보지만은 않겠지만 ‘충청연대론’은 전국적인 지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고 눈에 들어온 것이 강원도라는 것이다. 강원도는 친이계가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지만 정부여당의 입김이 강하지 않은 곳이어서 판을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방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도 박 전 대표의 발길을 강릉으로 돌리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MB특사로 유렵 방문
“나랏일인데 해야죠”
강릉을 방문한 박 전 대표에게는 재보선에 대한 의중 외에도 유럽 방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가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헝가리와 덴마크, 유럽연합을 방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나라를 위해서 해야 되는 일은 기꺼이 해야 되는 것”이라며 “나라 일을 하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고, 너와 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될 것을 염려한 듯 “이는 벌써 지난 1월에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사 파견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묻는 질문에 “싸움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미디어법 처리에서 결국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친이계, 즉 이 대통령과 함께한다는 인식을 주는 데 대해서는 상당히 인색한 반응이다.

박 전 대표의 뜨뜻미지근한 반응과는 달리 이 대통령은 ‘박근혜 끌어안기’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박계 인사의 입각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박희태 대표와의 회동에서 “개각 문제는 맡겨 달라”고 말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여부에 시선이 쏠렸지만 여권은 ‘긍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이 대통령이 정치인의 입각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바 있고 4월 재보선 이후 개각설이 계속되는 동안 생각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법 처리에서 보았던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는 것. 이 대통령이 정무장관직을 신설해 친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전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친박계 인사 1~2명과 친이계 인사 1~2명 등 3~4명의 의원이 입각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친박 측에선 김무성 의원 외에 최경환 서병수 의원이 후보군에 올랐으며 친이계에선 이재오 전 의원과 홍준표 임태희 나경원 정두언 의원이 고려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의 입각을 타진한다는 언론의 보도를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다.
아예 한나라당 친박계 복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여의포럼’ 소속 의원들과 15일부터 20일까지 가족동반으로 호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소속의원 10여 명과 비회원 등 15명의 의원, 동반 가족까지 23명이다.
일부 비회원이 참가하는 관계로 이름도 ‘여의동우회’로 바꿨다. 또한 “순수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회원들끼리 여름휴가를 같이 가는 것”이라며 “여행 경비도 회비가 아닌 사비로 부담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 다수가 해외로 나서는 시기는 이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의중을 담은 ‘8·15’ 메시지를 발표하는 시점이다. 또한 개각이 임박하거나 발표될 시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지난 5월 원내대표 추대설이 나올 때도 국회 국방위 외교로 터키를 찾았던 것처럼 미묘한 시기에 한국을 떠나 있으려 하는 것은 입각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의중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라 밖으로 가는 친박
올인 하기엔 위험부담 커
정가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는 철저히 ‘적과의 동침’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허점을 보일수록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해진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최소의 도움으로 한 발은 담그고 있지만 나머지 한 발을 마저 담그는 순간 공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박 전 대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