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뒷이야기

2009.08.18 10:08:28 호수 0호



수십억원대 재산 형성 의혹투성이, ‘귀족검사’ 논란
이상한 공동상속 평택 땅, 자로 잰 듯 변함없는 예금액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후 뒷담화가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철저한 검증을 자신했고 검찰은 매머드 청문회준비단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응했지만 구설수가 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23억원대에 이르는 재산형성 과정과 호화 취미생활, 근무시간 중 미스코리아대회 심사위원 활동 등 내정 이후 삐거덕 소리가 요란했다. 스스로 두 차례에 이르는 위장전입을 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 청문회를 달군 이슈들은 따로 있다. 돋보기와 망원경으로 살핀 뒷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는 이른바 ‘준비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도 낙마 이후 청와대는 고심 끝에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

보통 검찰 수장은 수사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잔뼈가 굵은 이가 대부분이었다. ‘특수통’ ‘공안통’으로 불렸으며 그가 처리한 주요 사건들이 프로필 이력의 대부분을 채웠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수사관련 요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김 후보자가 조직 내 실세가 아님에도 차기 검찰 수장으로 내정된 데는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으로 한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것. 실제 검찰 내에서도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패”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차기 검찰 수장으로 내정했고 고강도 인사검증을 펼쳤다. 검찰 간부의 검증은 법무부에 맡기던 관행을 깨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을 비롯해 법무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검증’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총동원됐을 정도다.

샅샅이 훑었다더니
먼지가 아니라 바윗돌


김 후보자도 “백옥처럼 100% 흴 수야 없겠지만 25년 검사생활을 하면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23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의 형성 과정과 요트, 승마 등 고급 스포츠를 즐긴다는 점이 부각된 것. 미스코리아들과 자주 어울린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조목조목 해명했다. 요트는 지난해 부산고검장 시절 아시아 태평양지역 고위급 검사회의를 열면서 요트협회의 지원을 받아 참석자들을 요트 관광시켜 줬던 걸 계기로 5주간 세일링요트를 배워 본 것이 전부이며, 승마는 올해 대전고검장을 하면서 대전시장의 권유로 시가 운영하는 승마장에서 1만2000원권 티켓 20장을 끊어 승마를 배웠다는 것. 김 후보자 측은 “술과 골프를 하지 않는 대신 스포츠를 즐기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출신과 어울린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대전지검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지난 5월 ‘2009 미스코리아 대전 충남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무시간 중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야당이 김 후보자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하는 것은 위장전입이다. 김 후보자는 아내가 교사로 재직했던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 두 딸을 진학시키기 위해 1992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했다.

그는 큰딸을 세화여중에 보내기 위해 1년간 부인과 딸의 주소를 자신의 지인 주소로 옮기며 첫 번째 위장전입을 했다. 또한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하다 귀국 직후 대방동으로 이사를 했으나 가족 주소지는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두 번째 위장전입을 했다.

이 같은 위장전입 사실은 김 후보자가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자는 1997년 위장전입에 대해 “미국에서 근무하다 혼자 계신 어머니가 암에 걸리셔서 조기 귀국했다. 반포동에 살기로 결정하고 일단 아이들의 학교등록을 위해 불가피하게 자신의 집 주소로 전입신고를 한 것”이라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반포동 집을 못 구해 소유했던 대방동 아파트가 비어 이사했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김 후보자는 두 차례 추가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다. 그가 전남 장흥지청으로 발령이 난 직후인 1987년 4월 장흥으로 주소를 옮기지 않고 장인 소유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아파트로 주민등록을 했다.

1988년 3월에도 서울북부지청으로 발령을 받은 후 실제 과천에서 거주했지만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장인 아파트에 주민등록을 한 바 있다.

위장전입은 사실상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범법행위다. 때문에 스스로 털어놓기는 했지만 아킬레스건임엔 틀림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소시효인 3년이 지났지만 법을 집행해야 하는 사정기관의 수장이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현 정부 들어서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으로 낙마한 이가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부터 위장전입을 했는데 누가 위장전입 문제에 신경을 쓰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대 아킬레스건 ‘위장전입’
MB정부에선 스리슬쩍 패스


실제 전 정권에서는 위장전입으로 인한 낙마가 잦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주양자 복지부장관을 시작으로 장상 전 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에 지명됐지만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으로 낙마했다. 장 대표에 이어 국무총리로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 역시 자녀 취학용 위장전입으로 돌아서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부인의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장관직을 사임하거나 자진사퇴했다. 홍석현 주미대사, 김원웅 국회윤리위원장, 김명곤 문화부장관, 김병준 교육부장관의 낙마에도 위장전입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자녀들 취학을 위해 5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한 것을 시작으로 위장전입은 더 이상 낙마의 이유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박은경 전 환경부장관 내정자처럼 투기성 위장전입이 아니라면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태도다.

김 후보자도 위장전입에 대해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한다”면서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모두 설명했다”고 시인했다. 청와대가 위장전입을 알고도 내정을 강행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 야당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낙마의 결정적 사유가 되기에는 청와대나 김 후보자의 당당함이 만만찮다.

일찌감치 인사청문회 이슈가 된 사안들 외에도 갖은 의혹들이 그물을 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김 후보자가 형제들과 공동소유하고 있는 경기 평택시의 땅이다. 김 후보자는 경기 평택시 안증읍 대반리에 588㎡의 밭을 가지고 있다. 2007년 8월 김 후보자 4남매가 공동소유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했다.

문제는 이 밭이 위치한 안중읍이 고덕 신도시와 평택항 배후단지로 개발 중인 국제업무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평택은 개발속도가 불붙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국제화도시인 고덕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쾌적한 친환경 택지지구로 인기몰이 중이다.

평택시가 확정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은 시 중심부에 있는 고덕면 일대를 남평택을 대체하는 새로운 도심으로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덕면 일대는 평택항 일대 개발과 연계된 국제화 신도시로 조성된다는 것. 또한 평택항 일대 안중읍, 포승읍, 현덕면과 고덕면 북쪽 송탄동이 새로운 부도심으로 개발된다.

의혹 그 뒷이야기
재산 형성부터 취미까지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5년간 공시지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각종 개발호재로 서해안 인근의 땅값이 2배 이상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 영향권을 받을 수 있는 입지를 가지고 있어 향후 상승요인까지 가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등기를 한 2007년 8월은 평택에 개발열풍이 불 때여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김 후보자 측은 이 땅에 대해 “부친 소유의 미등기 땅으로 큰집에서 관리하던 것을 뒤늦게 넘겨받아 등기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남매가 공동상속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동상속의 경우 남매간 지분이 일정한 것과는 달리 이 땅의 경우 지분이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의 두 형은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권자로 땅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음에도 각각 36분의 15, 36분의 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평택 땅은 한 언론사의 취재 결과 인삼밭과 논으로 이용 중이었다. 주변 부동산에선 “도로와 떨어져 있어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인 3.3㎡당 3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평택 땅의 현재 가액은 1600만원 정도다. 하지만 현재 시세는 5000만원 정도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김 후보자에게는 형제들과 소유하고 있는 땅 주변에 넓은 땅을 숨겨놨다는 소문도 투기 의혹을 부채질 하고 있다.

8억4960만원에 달하는 예금의 ‘변함없는’ 모습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의 예금은 2006년 8억4959만원에서 2007년 8억7427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다시 2008년에는 8억496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연도별 예금액이 비슷할 뿐 아니라 2006년과 2008년 예금은 1만원 차이도 나지 않는 수치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 등 수많은 이유로 예금액은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일정한 예금액은 일부러 맞추지 않고는 힘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재산공개에서 김 후보자의 배우자 동양종합금융증권 예금액이 1억9931원 줄어든 대신 본인의 동양종합금융증권 예금액이 1억8876만원이 늘은 것도 액수를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소유한 유일한 회원권인 사단법인 서울클럽의 회원권도 ‘귀족검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7500만원에 달하는 회원권을 가져야 하는 서울클럽은 사회 저명인사와 재벌2세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함없는 예금 액수
일부러 맞췄는지 의문


또한 ‘독특한’ 취미 활동에 대한 구설도 많다. 김 후보자는 현재 서울 온누리교회의 장로를 맡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취미를 조소와 풍수지리라고 밝힐 정도로 풍수지리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미를 넘어서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추고 있다는 것.

김 후보자는 스님들에게 풍수지리를 배웠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전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역학, 풍수지리 등의 동양철학에 대한 학문적 교류를 하고 있다.

정가 인사들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를 의심하게 한다”면서 “수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검증했다는 인사의 도덕성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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