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17탄] 올림푸스 ‘PEN’

2009.08.18 09:56:57 호수 0호

밤새 줄서 기다린 희귀품, 인터넷·남대문에 깔렸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흥국생명빌딩. 이 빌딩 1층에 있는 올림푸스 강남직영점 앞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식 판매에 들어간 올림푸스의 카메라 신제품 ‘펜(PEN)’을 구입하려는 행렬이었다.

이날 새벽부터 PEN 구매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원정 쇼핑에 나선 외국인들도 눈에 띠었다.



PEN 첫 구매자인 김모씨는 “PEN을 손에 넣기 위해 전날 안양에서 상경해 매장 앞에서 밤 12시부터 밤을 새며 기다렸다”며 “온라인 구매보다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구매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새벽 1시쯤부터 이미 사람들이 조금씩 몰려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보자, 사진촬영 쉽게 
전문가, 휴대 편하게

한 외국인은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웠는데 한국에서 출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한국에 왔다”며 “한국에서도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정말 몰랐다”고 전했다.

같은 날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올림푸스 매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길게 줄을 선 150여 명의 PEN 구매자들로 장사진을 이룬 것. 이들 중 앞쪽에 자리 잡은 소비자들 역시 전날 밤부터 PEN을 기다렸다.

올림푸스한국이 준비한 PEN은 500대. 올림푸스한국은 전 세계적인 인기 탓에 PEN 물량수급이 여의치 않아 한정수량으로 직영점(강남점·코엑스점)과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했다. 


각 매장엔 사전 공지를 통해 판매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회사 측은 구매자 번호표까지 발급하는 등 이날 오전 10시부터 온·오프라인 동시판매에 들어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출시 2시간 만에 한정 물량 500대가 모두 팔린 것. 온라인 채널의 경우 판매개시 15분 만에 물건이 동났다. 앞서 PEN은 지난달 14일 국내 예약판매 5시간 만에 한정판 1000대가 조기 품절된 바 있다.

PEN의 매진 사례는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올림푸스 본사가 있는 일본에선 PEN이 나오자마자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휩쓸었다. 

올림푸스 기종으론 최초로 출시 첫 주부터 디지털카메라 판매순위 2위에 오르는 등 일본 내 전체 판매순위 1위에서 10위까지 모델 중 PEN의 3개 모델(더블렌즈킷 구성/실버 2위, 17mm 전용렌즈 포함/실버 3위, 더블렌즈킷 구성/화이트 9위)이 전부 10위 안에 포함됐다. 

미국, 유럽 등은 예약판매가 동난데 이어 정식판매 이후에도 물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최근 대만은 재고 물량이 모두 팔려 다른 국가에 PEN을 빌려달라는 ‘SOS’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출시 첫날 새벽부터 긴 줄…5백대 한정품 2시간만에 매진
초절정 인기 폭발로 전세계 품귀 현상 “판매 재개일 미정”

PEN의 이 같은 성과는 전 세계 카메라 시장에서 보기 힘든 ‘돌풍’이다. 특히 국내에선 휴가철을 맞아 카메라 신제품 경쟁이 치열한 상황상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DSLR(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제품만 놓고 보면 후발주자인 올림푸스가 PEN으로 단숨에 캐논이나 니콘 등 선두 그룹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림푸스는 내친김에 PEN을 통해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재편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올림푸스한국 측은 “이번 직영점에서 PEN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광경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 3G 구입을 위해 미국 어바인 스펙트럼 센터의 애플 스토어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며 “이는 각각 카메라 업계, 핸드폰 업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PEN과 아이폰이 이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푸스가 필름카메라 ‘PEN’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신개념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PEN(모델명 E-P1)은 휴대성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았다.


일반 DSLR 카메라들은 크고 무거워 휴대하기 불편하다. 하지만 PEN은 ‘마이크로 포 서드’란 새로운 규격을 개발 적용해 몸집을 줄였다. 가로, 세로, 두께 길이가 각각 12cm, 7cm, 3.5cm이며 무게는 335g(배터리 제외)으로 초경량이다. 따라서 야외 촬영활동에 큰 제약이 없어 언제 어디서나 DSLR급의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도 손색이 없다. 기존 DSLR 카메라의 검은 바디를 과감하게 탈피해 실버, 화이트의 클래식한 무광택 금속 재질을 연출했다. 과거 올림푸스 필름카메라 PEN 시리즈의 스타일을 감성적이고 고급스럽게 재창조했다.

고화질 사진 촬영이 장점인 DSLR 카메라의 성능은 그대로 담겼다. PEN은 렌즈 교환은 물론 DSLR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초당 3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720P급 HD 동영상 촬영 기능과 팝아트, 소프트 포커스, 라이트 톤, 거친 필름 효과 등 6개의 색감 기능인 ‘아트필터’효과로 다양한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화면 비율 기능, CD음질의 스테레오 녹음 기능, 손 떨림 방지 기능 등 부가기능도 제공한다.

올림푸스한국 마케팅 담당자는 “PEN은 단순히 작아진 DSLR 카메라가 아니라 기존의 카메라 패턴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혁신 제품”이라며 “새로움을 열망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엔 트렌디한 문화 아이콘으로, 기능을 중시하는 사진 애호가들에겐 뛰어난 휴대성을 바탕으로 야외출사 시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애용품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PEN 대박’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진 애호가들을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도 추가 판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두 차례의 예약·한정판매에서 PEN를 구하지 못한 국내 ‘대기자’만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론 4만대가 이미 예약된 상태라고 한다.

20∼30만원 비싸게
인터넷 쇼핑몰서 판매

그러나 PEN이 다시 시중에 나올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올림푸스한국은 국내 고객들을 위해 물량 확보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각 국가별로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때그때 한정 수량만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공급물량의 한계로 전 판매 경로를 통해 물건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일반 매장 등으로 구매 채널을 확대한 본격적인 판매는 PEN의 물량 수급이 원활해지는 대로 곧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PEN은 오프라인의 품귀 현상과 달리 온라인 시장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역수입 또는 사재기로 의심되는 일부 제품은 ‘웃돈 거래’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품들은 “초대박난 PEN을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다.

PEN의 가격은 본체 기준 79만5000원이다. 여기에 14-42mm 전용 렌즈를 포함한 가격은 99만5000원, 17mm 전용 렌즈 포함 가격은 109만5000원이다. 2개 렌즈를 모두 합한 풀 세트 가격이 129만5000원인 셈이다. 이 가격은 해외 출시가격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본보다 최대 25만원, 미국보다 최대 15만원 낮게 책정됐다는 게 회사 측의 전언이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PEN의 가격은 하나같이 이를 상회한다. 보통 온라인에서 시판되는 제품들이 오프라인 시중가보다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생소한 현상이다.


실제 모 쇼핑몰에선 PEN(17mm 렌즈 포함)이 13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구매대행 업체인 A사는 “미국에서 직배송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5∼14일 정도 소요된다”며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쇼핑몰은 14-42mm 렌즈를 포함한 PEN이 124만원에, 17mm 렌즈를 포함한 PEN이 128만원에 팔리고 있다. 두 렌즈를 포함한 풀 세트는 14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수량은 각각 색상별로 1∼2세트씩 구비돼 있다. 

B사는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정품으로 상품이 다량 확보돼 있어 주문 시 서울지역은 당일 받을 수 있으며 지방은 1∼2일 내 배송이 가능하다”며 PEN을 권했다.

사정은 용산, 남대문 등에 밀집해 있는 전가상가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에선 보따리상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PEN을 렌즈 구성에 따라 120∼150만원에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한 판매원은 진열대에 전시된 PEN을 가리키며 “짝퉁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해외 내수용을 직수입한 제품”이라며 “다른 나라에 적용된 110v 전용으로 나와 국내용인 220v로 전환할 수 있는 변압기만 따로 구입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수입된 PEN 상품들은 국내에서 A/S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향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올림푸스한국은 서울 5곳을 비롯해 인천(1곳), 경기(3곳), 충청(2곳), 대전(1곳), 광주(1곳), 강원(1곳), 경남(1곳), 대구(2곳), 부산(1곳) 등 전국 18곳의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PEN과 같은 DSLR 제품은 강남직영점 A/S센터, 용산 A/S센터, 수원 A/S센터에서 수리할 수 있다. 

다만 올림푸스한국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들은 일체 A/S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수리를 할 때는 소비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번외거래’ 원천 차단
자체 시스템 강화

올림푸스한국 측은 ‘번외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자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노리고 온라인 시장 등에서 제품이 웃돈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회사도 알고 있다”며 “대부분 개인 매물로 파악하고 있지만 사재기를 이용한 재판매와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수입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 예약·한정판매 당시와 같이 앞으로도 일일이 신원 확인을 통해 ‘1인당 1대씩’원칙으로 사재기를 통제할 것”이라며 “또 PEN의 국내 가격을 해외에 비해 최대한 낮추는 경쟁력으로 역수입될 위험을 줄이는가 하면 일본 본사 측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등의 모니터링과 현장 마케팅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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