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 먼(?) 현대산업개발 행보<고발>

2009.08.18 09:44:48 호수 0호

“어른들 욕심에 피지도 못한 꽃들만 쓰러져 갔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놀던 어린 형제가 변을 당했다. 공사현장 내 깊이 5m의 물웅덩이에 빠져 동생은 숨지고 형은 중태에 빠진 것이다. 웅덩이는 건설업체가 기존 건물 철거시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용수 확보를 위해 파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현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왔으며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 1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한창 증축공사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은 철거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수개월간 공사가 중단되어 있었다. 지난해 말, 현대산업개발 측이 착공을 불과 두 달 앞두고 거액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조합 측과 마찰을 빚어 온 탓이다. <일요시사>가 내막을 살펴봤다.

부천 재개발 공사현장 물웅덩이에 형제 빠져…동생 사망, 형 중태
현대산업개발 측 공사비 증액 요구로 장기간 공사 지연된 채 ‘방치’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어 있던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어린 형제들이 사고를 당했다. 무방비로 노출된 집 인근 공사현장에서 놀다 건설사의 용수 확보용 웅덩이에 빠져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 11일 오후 1시45분쯤. 문모(8)군 3형제는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주공아파트 재개발 사업 현장 내에서 놀다 지름 5~6m, 깊이 5m가량의 웅덩이에 빠졌다. 당시 웅덩이에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수심 1m가량의 물이 차있었고, 웅덩이는 비닐로 덮여져 있었다. 각각 8살, 5살, 3살의 어린 형제들은 웅덩이에서 빠져 나오려 했지만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비닐을 잡고 웅덩이를 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방비로 방치된 공사장



겨우 빠져나온 첫째 형이 집으로 도움을 청하러 갔고 마침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던 어머니를 만나 현장으로 달려갔다. 문군의 어머니는 지인과 함께 두 아이를 구조했고 아이들은 출동한 구급차에 실려 인근 순천향대 부천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그러나 구조 당시부터 의식이 없었던 막내는 끝내 숨을 거뒀고, 3층 중환자실에 있는 둘째도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 12일 소식을 듣고 직접 찾은 공사 현장에는 철거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폐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깨진 유리 조각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반면 사고 현장인 물웅덩이 주변만 사뭇 정돈된 모습이었다. 깊이 5m의 물웅덩이는 흙으로 매워져 있었고 주변은 철근 구조물로 안전망이 쳐져있었다. 소방서 측이 사고 직후 재발 방지를 이유로 수습해 놓은 것이다. 문군의 아버지는 “병원에 도착해 1시간 40여 분 뒤 아이의 유품 등을 챙기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는데 이미 웅덩이가 메워져 있었다”며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걸 왜 수개월간 방치해 이런 사고를 일으켰냐”고 울분을 토했다.

문군 아버지의 진술처럼 공사 현장은 사고 당시까지 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물웅덩이 주변에는 주의를 요하는 어떤 안내문구나 안전펜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 관리도 허술해 작은 쪽문으로 어린 아이들이 수시로 현장을 지나다녔다. 한 주민은 “공사 현장 바로 뒤편에 초등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집으로 오가는 지름길로 자주 이용했다”고 전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민들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을 비난하고 나섰다. 장기간 중단된 건물 철거작업의 원인이 현산에 있는 탓이다.

현산은 지난 2007년 10월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시공사로 선정돼 11월 2900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현산은 즉시 (주)미강ENG 측에 공사를 발주,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철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말 현산이 돌발 발언을 했다. 조합 측에 730억원에 달하는 추가부담금을 요청한 것이다. 현산이 요구한 금액은 전체 공사비 2900여 억원의 1/4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합원 1인당 약 74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규모였다.

조합은 계약 당시 현산이 2011년 일반분양 시까지 조합원 부담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약체결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산은 원자재 가격상승,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사유로 공사비를 증액시키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재개발 철거 공사는 착공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잠정 중단됐다.

공사비 증액 마찰이 원인

조합은 현산의 일방적인 통보와 공사 중단에 항의하며 본사 앞 시위를 벌이는 등 맞섰지만 현산은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공사 지연으로 월 10억원의 손실이 이어졌던 조합은 할 수 있는 범위 내 업무는 최대한 진행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철거 공사를 재개했다. 조합 측에서 지급 보증하는 조건으로 (주)미강ENG에 공사 재개를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지 내 남은 가구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비용 지급 등 여의치 않은 점이 많아 철거는 다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지역민들은 “결국 돈에 눈먼 어른들 욕심에 죄 없는 아이만 죽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지역민은 “인근 주민들이 장기간 방치된 공사현장의 위험성을 수차례 현산에 알렸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매번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조합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전했다. 이 같은 비난에 현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현산 한 관계자는 “본사가 시공사이긴 하지만 아직 현장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현장 개설을 직접 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철거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곳도 조합 측으로 안다”면서 현산과 이번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을 꺼려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현산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어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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