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혈투 2라운드> 박삼구-박찬구 ‘히든카드’ 시나리오

2009.08.11 10:25:03 호수 0호

‘최후의 결전’ 막장 폭로전 시작됐다!

금호가 두 형제의 혈투가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내세울 ‘히든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각 서로 한 번씩 치고받은 이들은 본격적인 ‘골육상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그룹 안팎의 시선을 염두에 둔 ‘물밑 탐색전’이었다면 이제부턴 감투를 벗은 만큼 물불 안 가리는 ‘거친 육탄전’이 예상된다. 형 박 명예회장의 ‘굳히기’냐, 아니면 동생 박 전 회장의 ‘뒤집기’냐. 본게임에 들어간 금호가 형제간 대격돌을 미리 들여다봤다.

금호가의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경영 현안을 놓고 맞서던 두 형제는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집한 동생 박찬구 전 회장의 ‘쿠데타’에 형 박삼구 명예회장이 ‘동반 퇴진’이란 초강수를 꺼내드는 일진일퇴를 주고받았다.
이도 모자라 이들 사이에서 ‘일전불사’ 전운이 감돌더니 급기야 재계 호사가들의 예상대로 ‘혈투 2라운드’에 접어든 형국이다. ‘쫓겨난’ 박 전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3일 금호석유화학 사내게시판에 ‘금호그룹 임직원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반박문을 통해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진일퇴 주고받은 양측 승기잡기 총력전 태세 
박삼구 ‘굳히기’ 시동 VS 박찬구 ‘뒤집기’ 시도


형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 우선 박 명예회장이 주도한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 해임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박 명예회장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나를) 회장직에서 몰아냈다”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무효 소송 또는 대표이사 해임 무효 가처분 소송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호가 ‘형제의 난’은 이에 따라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 전 회장은 이미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만약 두 형제가 법정에서 만나면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될 게 뻔하다.

전세 역전될까



박 전 회장은 이와 함께 ‘전세 역전용’으로 박 명예회장 쪽을 정조준한 총부리를 들이댔다. 박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 매입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
박 전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아들 박세창 그룹전략경영본부 상무 등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 계열사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 등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각각 금호산업 주식 110만6270주와 122만6270주를 모두 340여 억원에 넘겼다.

박 전 회장은 “완전 자본잠식인 금호렌터카가 어떻게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호개발상사도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왜 150억원의 주식을 매입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누가 이런 불법적 거래를 지시했는지 모르지만 이 거래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사실상 배후로 박 명예회장을 지목했다.

박 전 회장의 최종 타깃은 금호석유화학이다. 그가 금호가의 ‘황금 지분율(10.01%)’을 깨고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이유도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 경영이다. 이를 위해 박 전 회장이 물밑에서 금호석유화학 주요 인사들의 세 결집을 통해 박 명예회장에 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이사들을 설득해 임시 주주총회를 재소집하는 등 역공으로 박 명예회장을 압박할 수도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30년간 금호석유화학을 안정적으로 맡아 연매출 3조원대의 ‘알짜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만큼 내부 결속력과 신망이 두텁다.

금호석유화학 한 직원은 “내부 임원 등 박 전 회장을 지지하는 사내 여론이 적지 않다”며 “개인적인 의견도 무리한 사업으로 궁지에 몰린 박 명예회장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한 박 전 회장이 낫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박 전 회장이 이번에 문제 삼은 박 명예회장 측의 주식거래 외에 또 다른 ‘뇌관’을 쥐고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검찰 주변에선 박 전 회장 측 인사가 박 명예회장의 치부를 드러낼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박삼구 X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는 박 전 회장이 이 히든카드로 박 명예회장과 협상에 나서 그룹에서 금호석유화학을 떼어내는 ‘빅딜’이 성사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박 명예회장 측은 박 전 회장의 강도 높은 공세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일단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박 명예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경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평소 막역한 사이인 박찬법 신임 회장을 내세워 오너-전문경영인 공존체제를 암시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 명예회장이 비록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빼고 있더라도 사실상 그룹을 쥐락펴락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박 명예회장은 이번 사태의 격전지인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박 전 회장이 노리는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직은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절대로 박 전 회장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비친다.

그룹 측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금호석유화학의 분리 가능성은 제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는 박 명예회장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박 전 회장이 재반격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1일 이들의 둘째 형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철완 부장이 아시아나항공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긴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관측된다.

‘X파일’ 만지작?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일부터 박 부장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 내 전략기획부문 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고 밝혔다.
박세창 상무가 이미 투입된 전략경영본부는 그룹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이번 인사는 금호가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과 동시에 박 명예회장이 박 부장을 확실히 ‘아군’으로 포섭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는 박 전 회장 측이 18.47%, 박 부장(11.76%)을 포함한 박 명예회장 측이 23.52%다. 박 명예회장 측에 첫째 형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재영(4.65%)씨까지 가세하면 28.17%에 달한다. 박 명예회장은 혹시나 모를 지분경쟁을 앞두고 금호석유화학과 양대 주력사인 금호산업 등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는 등 ‘실탄’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여차하면 ‘쌈짓돈’까지 총동원할 태세다. 반면 박 전 회장 측은 돈 될 만한 ‘곳간’이 모두 바닥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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