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유미 아트 딜러

2013.10.14 13:52:45 호수 0호

"신뢰 바탕으로 그림 팝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아트 딜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아트 컨설팅'에서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미씨는 자신만의 전문화된 노하우로 국내 미술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트 컨설팅'이란 개념은 일부 대기업에서만 통용됐다. 그림을 사고파는 행위가 일종의 '사치'로 인식됐던 탓에 시장이 제한됐던 건 사실. 그러나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미씨는 일찍이 '문화적 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했다.

아트 컨설팅

"산업적인 의미로서의 상품과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예술의 콜라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들이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면서 컬렉팅을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일이고요. 심지어는 사업장 벽면에 예술품이 걸려 있는 것도 이젠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렇듯 예술품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저는 구매자에게 가장 적합한 예술품을 찾아주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고요."

이씨는 본인의 직업인 '아트 딜러'를 설명하면서 '중개업자'란 표현을 썼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파는 사람을 딜러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림을 판다'고 함은 단순한 매매가 아닌 컬렉터의 기호에 맞는 작품 탐색과 컨설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흔히 '갤러리스트'라고 하는 갤러리 소속 직원도 작품을 거래합니다. 그림을 직접 산 뒤 되파는 화상도 넓은 의미의 딜러고요. 저처럼 사적인 거래는 물론 기업 의뢰를 받고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도 딜러입니다. 하지만 '큐레이터(학예사)'는 좀 다른데요.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과 작품에 대한 조망 혹은 연구 분야에서 좀 더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업적인 아트 딜러와 학술적인 큐레이터의 개념이 종종 혼용되기도 하죠."


이씨는 직업적인 특성상 컬렉터를 만나는 일이 잦다. 이씨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활동 중인 컬렉터를 크게 두 부류로 구분했다. 첫째는 자신만의 심미안이 확고한 컬렉터. 둘째는 투자 목적을 가진 컬렉터다.

"어떤 작가가 좋아지면 그 작가의 다음 시리즈를 소장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한 컬렉터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5점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투자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겠죠. 다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컬렉터들은 저명하거나 가격이 안정된 작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시장에 덜 알려진 작가들은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책임을 컬렉터가 몰리는 갤러리에게 돌릴 순 없어요. 갤러리 역시 프로모션에 대한 부담이 있긴 마찬가지니까요."

작가와 구매자 사이서 예술품 중개
'아트 컨설팅' 탁월한 재능 인정받아
"좋은 딜러는 많이 먹어봐야"

이씨는 "실질적으로 작가를 키우는 건 컬렉터"라고 말했다. 컬렉터가 유망한 한 작가에게 꾸준히 투자했을 때 작가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미술계에서는 '자기 집 사고, 옷 사고, 차 사고, 보석까지 산 다음에 남는 돈으로 미술품을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그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녜요. 하지만 미술품이 부유층의 전유물이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유럽의 경우는 미술이 상위 1%만을 위한 예술은 아니에요. 외의로 중산층 애호가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 '미술은 원래 쟤네거야'라고 포기하는 것과 비영리단체 혹은 대중이 외부에서 미술계를 자극하는 건 결과적으로 봤을 때 후자가 낫다고 봐요. 클래식이나 뮤지컬도 처음엔 고급예술이었잖아요."

이씨는 "국내 미술품 가격이 조금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2007년 이후 가격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나이브한 관점에서 보면 그림이 비싸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체감의 문제죠. 외국에 비해 그림이 엄청 비싼 건 아니에요. 결국은 기호의 문제인데, 안목 높은 컬렉터들은 큐레이터 이상의 전문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어요. 무턱대고 가격을 깎는 일은 없고요.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어떤 작가가, 몇 년도에, 누가 나오는, 몇 호'인지까지 정확하게 짚어요. 대신 저도 어떤 그림을 구해 달라고 했을 때 '적정 가치'보다 높게 평가돼 있다면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다. 나중에 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요. 돈보다 중요한 건 컬렉터와의 신뢰거든요."

신뢰가 첫째

이씨는 아트 딜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작가와 컬렉터 사이를 중개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되는데 눈앞의 이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딜러는 컬렉터 각자의 취향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해요. (컬렉터가) A작가의 그림을 원한다면 A작가의 시대별 작품 가격과 수요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 딜러가 전체 사조를 통틀어서 모든 작품을 다 알 순 없어요. 그래서 작품을 많이 보고 꾸준히 안목을 키우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음식을 많이 먹어봐야 맛있는 걸 골라낼 수 있고, 친구에게도 같이 먹으러 가자며 권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유미 딜러는?]

▲06∼08년 2007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팀장
▲09∼11년 동덕여대 예술대학 출강
▲11년 C.O.L art consulting (북경 헤이차오 residence 프로그램)
▲11∼12년 <비앤빛갤러리> 개관 컨설팅 및 아트 디렉터
▲12∼13년 <갤러리그리다> 개관 컨설팅 및 <아토아트> 운영
▲현재 예술만세<갤러리192> 기업전문 아트컨설턴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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