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제15탄] 현대카드 ‘레드카드’

2009.08.04 12:09:09 호수 0호

‘서민은 꿈도 꾸지마!’… 하류인생, 귀족카드에 뿔났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신용카드 업계는 지금 프리미엄 서비스가 대세다. 경기 악화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리스크가 적은 우량고객을 잡는 데 혈안이다.
각 카드사들은 희소성을 의미하는 높은 연회비와 까다로운 자격 심사,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 등을 내세워 앞 다퉈 극소수 상류계층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모지였던 ‘VVIP카드’시장을 개척한 카드사가 현대카드다.

“젊은층 겨냥 맞아?”
발급조건은 30∼40대

다른 카드사보다 한 발 늦은 2001년 출범한 현대카드는 그동안 내놓은 카드마다 히트를 쳤다. 이 결과 선발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놀라운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재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론칭 초기 신용카드 점유율 1%대에서 올 상반기 16%대로 성장했다. 카드업계 투톱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27%대, 14%대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카드 점유율에서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제친 셈이다.

현대카드는 신용판매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합한 총취급액이 지난 1분기 11조287억원으로 삼성카드(11조8604억원)를 바짝 추격하더니 급기야 2분기 12조5600억원을 올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카드(12조4893억원)를 눌렀다.

현대카드는 건전성 또한 탄탄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73%가량이다. 상위 5개사 평균 연체율이 3.4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가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타사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꼽힌다. 특히 상류층 고객을 타깃으로 한 VVIP카드 마케팅이 유효했다는 평이다. 현대카드의 ‘명품카드’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의 주머니를 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VVIP카드 마케팅을 처음 시작할 당시 비용 대비 효용성이 적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며 “그러나 출시한 상품이 줄줄이 히트 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같은 우려를 넘어 주요카드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VVIP카드는 컬러시리즈로 유명한 ‘블랙카드’ ‘퍼플카드’ ‘레드카드’등이다. 현대카드는 2005년 업계 최초로 ‘상위 0.05%’를 대상으로 한 슈퍼프리미엄급 카드 ‘블랙카드’에 이어 ‘상위 5%’에 속하는 프리미엄 계층을 위한 ‘퍼플카드’를 출시했다.
두 상품은 연회비만 각각 200만원, 30만원일 정도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들 카드보다 한 단계 아래 수준인 ‘레드카드’가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카드가 출시한 ‘레드카드’는 일반적인 플래티늄 카드에 만족하지 않는 20∼30대 젊은 프리미엄 고객들을 겨냥했다.

20~30대 젊은 프리미엄 고객 겨냥… 연회비 15만원
특별상품권, 항공 마일리지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대기업 과장 이상’발급 직군 제한 
자세한 설명없이 서비스 중단 빈축

현대카드는 일과 삶의 여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회원들의 특성을 반영해 열정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브랜드로 형상화하고, 영문명에 고유성을 뜻하는 ‘the’를 결합해 레드카드만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또 강렬한 붉은색과 차가운 금속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단색 ‘메탈릭 레드’ 컬러 디자인으로 세련된 감각을 극대화했다.
‘레드카드’는 차별화된 가치만큼 혜택 역시 특별하다.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 카드를 신청하면 가입과 함께 15만원 상당의 특별상품권이 지급된다. 연회비가 15만원이지만 특별상품권이 지급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별상품권은 ▲국내선 왕복항공권 구입 시 동반자 왕복항공권 ▲호텔신라, 하얏트호텔, W호텔 내 5개 레스토랑 이용권 ▲전국 7개 롯데면세점 이용권 ▲프리미엄 레스토랑, 스파, 뷰티 이용권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W 서울 워커힐 호텔 등 국내 10개 특급호텔에서 무료 발렛파킹 서비스가 제공되고, 코치(청담점), 센존(청담점) 등 20개 명품 패션매장에서 5∼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전국 400여 유명 레스토랑과 주요 특1급 호텔 F&B, 뷰티 가맹점 할인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클럽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연간 누적사용액 실적에 따라 명품 패션 소품부터 최고급 와인, 미주·유럽 비즈니스석 항공권, 맞춤 골프클럽 풀세트 등의 경품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따라 신분
나뉘는 현실 씁쓸”

레드카드엔 ‘비자 시그니처’서비스도 탑재됐다. 이 서비스는 전 세계 160여 곳의 호텔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 110여 개 레스토랑 할인 및 우대서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카드는 ‘레드카드’회원들의 카드 사용액(일시불/할부)에 따라 각종 특전을 제공한다. 기프트카드 서비스를 선택한 회원은 누적 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이 될 때마다 10만원권 기프트카드를 지급받는다.

항공 마일리지 서비스 선택 고객은 카드 사용액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의 마일리지를 준다. 면세점과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대한항공은 1500원당 각각 2마일과 3마일이 적립된다.
현대카드 측은 “레드카드는 그 가치에 어울리는 카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200여 종의 견본 카드를 제작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상품”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프리미엄 고객들의 감성적 욕구와 이성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새로운 금융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레드카드’가 출시된 지 1년이 흐른 최근 가입자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자격 요건이 논란이다. 소비자가 ‘레드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선 회사가 정한 ‘커트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현대카드 한 설계사는 “레드카드는 프리미엄 고객만 소지할 수 있는 만큼 연체 등 신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직군을 나눠 발급심사를 하고 있다”며 “VIP카드 전담 부서에서 발급 심사를 진행해 아무리 신용이 좋아도 자격기준에 미달되면 발급이 거부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레드카드’발급 기준은 ▲대기업 과장 이상 ▲중소기업 차장 이상 ▲공무원 6급 이상 ▲사업소득 연 6000만원 이상 ▲주택·건물소유 재산세 75만원 이상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기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발급 신청시 탈락된다. 일반 서민은 발급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이 카드를 신청했다가 탈락된 박모씨(영업사원·33)는 “‘레드카드’의 다양한 혜택이 마음에 들어 가입을 신청했는데 시간만 질질 끌다 직군 미달로 발급을 거절당해 다시 내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줬더니 이번엔 사업소득이 적어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20∼30대 젊은층을 위한 카드라면서 20∼30대에 이루지 못할 희박한 조건을 단 것이 아이러니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카드 발급을 거부당한 노모(중소기업 과장·35)씨는 “카드 발급 기준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연회비 15만원짜리 인생도 안 되나’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신용카드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고 비꼬았다.

현대카드가 ‘레드카드’의 혜택을 슬그머니 폐지했다는 가입자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가입자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서비스를 중단해 빈축을 사고 있는 것.

‘행사 끝난지 모르고…’
몇 개월 뒤 이자 폭탄

현대카드는 ‘레드카드’출시 당시 ‘무이자 3개월’행사를 진행했다. 레드카드뿐만 아니라 현대카드 상품 모든 가입자에게 2008년 1년간 혜택을 주는 서비스였다. 이 행사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가 ‘레드카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1년간 ‘무이자 3개월’혜택을 준다고 가입자를 모집해 말썽을 빚고 있다. ‘레드카드’가 첫 출시한 시점이 지난해 7월인 점을 감안하면 무이자 행사가 지난달까지 계속될 것으로 인지한 가입자들이 지난 1월부터 수수료를 결제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카드회원에게 약속한 연회비, 수수료, 이자율, 부가서비스 등을 부당하게 축소하거나 지나치게 부풀릴 수 없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지난 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0대 약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지난해 기존의 의약품 전용 카드인 ‘팜코카드’를 사용하다 1년간 무이자 혜택이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레드카드’로 변경해 매월 1000만원 정도 결제를 했다”며 “가입 당시 혜택 기간이 1년이란 영업사원의 설명만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올초부터 3개월 할부에 대한 이자가 매월 20만원씩 붙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대카드 측에 몇 차례 항의를 했지만 이자는 어쩔 수 없고, 다만 할부이용분의 1% 캐시백 기프트카드를 준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무이자 행사가 끝난지 모르고 있다가 2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수수료가 빠져 알게 됐다”며 “꼼꼼히 체크를 못한 잘못도 있지만 당초 카드사의 설명과 달랐기 때문에 너무 화가 나고 어이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대카드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때 정확한 통보를 통해 행사를 중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카드 모든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 3개월 혜택은 지난해 1년간만 진행했다”며 “‘레드카드’의 경우 지난해 7월 출시해 5개월만 이 서비스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이자 행사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전 이미 행사기간을 공지했고, 지난해 12월 명세서와 회원소식지 등을 통해 종료를 개별 통보했다”며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소비자의 부주의 탓이지 회사에서 1000만명이나 되는 회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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