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파이시티 후폭풍

2013.10.08 09:49:04 호수 0호

고위험을 고금리로…알면서? 모르고?

[일요시사=경제1팀] 비리로 얼룩진 파이시티 사업이 또 다시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파이시티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사산신탁제3호 C2’로 불리는 펀드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을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약 1900억원 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고객기만 정황이 불거졌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와 ‘우리은행-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상품 피해자모임’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를 고발한 뒤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학영·정호준 민주당 의원도 이 문제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할 예정이다.

20억 뇌물 받더니…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비 2조4000억원의 대규모 사업으로, 지난 2004년 추진됐지만 인허가가 지연되며 자금난을 겪다 결국 2011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수억 원대 로비 자금을 전달한 것이 드러나 MB 정부 권력형 비리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간부도 20억 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하나UBS운용은 지난 2007년 7∼8월 파이시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PF펀드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를 만들어 우리은행, 동양증권 등을 통해 판매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1500여 명으로, 투자 규모는 1900억 원대에 이른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예탁 받아 특정 주식이나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매입해 일정한 기간 후 이익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으로,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우리은행은 당시 시중 금리보다 2∼3% 높은 연 8% 배당률을 앞세워 적금 만기, 퇴직금 등으로 여윳돈이 있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신탁상품 홍보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각 지점 부지점장이나 평소 자신들을 담당하던 지점 과장 등으로부터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당 상품을 권유 받았다.

1년 6개월 만기로 설정된 상품은 이후 2009년 3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5차례에 걸쳐 만기가 연장됐고 현재 자산 규모는 1/4로 줄어든 상태다.   

일반 고객들 투자상품 ‘불완전판매’정황
1500여명 1900억 피해…국감 난타전 예고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이나 만기 연장 가능성 등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가입금액의 80%까지 담보대출이 된다”“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하는 사업으로 원금이 손실될 걱정이 없는 상품이다”라거나  “대우자동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보증(채무인수)해서 안전하다” “좋은 상품이라 곧 마감될 것 같으니 서둘러서 가입해라”는 등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며 가입을 부추겼다.

또 일반 예금상품이 아닌 투자신탁상품인데도, 배당 수익률을 ‘이자’나 ‘금리’라고 표현해 마치 해당 펀드 상품이 안전한 예금인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한편, 통장의 표지면은 ‘저축성 통장’이라고 쓰여 있는 반면 안쪽면에는 ‘특정금전신탁’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투자자 이모씨는 “‘금리가 매우 좋은 예금상품’이라는 권유를 받고 정기예금하고 있는 9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지하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 문제될 것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란 직원 말만 믿고 3500만 원을 투자했다”며 “계약 당시 부동산투자신탁이니,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이 제3호C2라는 펀드 상품을 경유해 파이시티 사업에 투자된다는 설명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런 사실을 종합했을 때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판매 방식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위반한 불완전 판매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판매가 다른 모든 계약자들에게도 광범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금감원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백주선 참여연대 서민금융보호사업단장(변호사)은 “참여연대가 지난 6월 입법청원한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모든 금융상품의 위험성 등급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구분해 한눈에 상품 위험 정도를 식별하게 했다”면서 “만약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계약자들이 상품의 위험 정도를 색깔을 통해 시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면 잠재적 피해 규모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완전 판매 강요?

이어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판매 방식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본법의 제정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의 시급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강화된 제도가 없으면 금융상품 판매자의 행위 규제는 절반의 효과만을 가져올 뿐, 금융피해발생시 금융소비자의 권리 행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상품을 판매할 때 회사의 상황이나 위험성 등을 충실히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만 설명할 경우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밝혔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