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118)이랜드그룹-이랜드월드

2013.10.02 14:07:55 호수 0호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야금야금'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50위(공기업 제외)인 이랜드그룹은 2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 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이랜드월드’등이다. 이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82년 설립된 이랜드월드는 셔츠, 체육복, 캐주얼, 아동, 여성 등 의류 제조업체다. 처음 귀주란 회사였다가 2004년 이천일아울렛과 합병하면서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20% 가량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천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 20% 안방서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매출 1조6342억원 가운데 3406억원(21%)을 종속회사(3401억원), 관계회사(5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이랜드리테일(2513억원)과 이랜드파크(111억원), 데코네티션(24억원), 이랜드위시디자인(21억원), 이랜드건설(11억원) 등이다.


상품 위탁판매, 대행 용역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이랜드 계열사들은 2011년에도 매출 1조3380억원 중 2756억원(21%)에 달하는 일감을 이랜드월드에 퍼줬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재화와 용역은 정찰가격과 제3자와의 거래에서 결정됐을 거래조건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월드의 내부거래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전까지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평균 10∼20%대로 집계됐다. 이랜드월드의 관계사 의존도는 ▲2005년 15% ▲2006년 16% ▲2007년 13% ▲2008년 9% ▲2009년 9% ▲2010년 19%로 조사됐다.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랜드월드는 ▲2005년 1003억원(매출 6706억원) ▲2006년 1491억원(9381억원) ▲2007년 1507억원(1조1281억원) ▲2008년 1073억원(1조1841억원) ▲2009년 900억원(9902억원) ▲2010년 1748억원(9032억원)을 내부에서 채웠다.

이랜드월드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2000년대 들어 2008년 단 한해(순손실 5억원)만 제외하고 적자 없이 매년 수십억∼1000억원대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352억원, 순이익은 127억원을 기록했다.

의존도 낮지만 연 1000억∼3000억대 거래
박성수 회장이 대주주…부인도 지분 소유

설립 당시 5000만원이었던 총자본이 증자와 분할 및 합병 등을 통해 2001년 1057억원에서 지난해 8476억원으로 8배나 불었다. 같은 기간 2346억원이던 총자산도 2조2726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랜드월드는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지분 40.03%(191만7918주)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 그의 부인 곽숙재씨도 7.94%(38만405주)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자사주(45.47%·217만8366주), 이랜드복지재단(5.62%·26만9134주), 이랜드재단(0.52%·2만4835주) 등이 갖고 있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이화여대 앞에 7㎡(2평)짜리 작은 옷가게를 차린 뒤 지금의 이랜드로 키운 박 회장은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박 회장의 사생활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최근 '주식부자 사모님'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이 오른 곽씨도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일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이들 부부의 자녀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자산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기본 정보조차 찾기 힘들다. 입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랜드 직원들 사이에선 "회장님 가족이 누군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베일 싸인 가족들

대신 박 회장의 여동생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그룹 2인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종 외부행사도 박 부회장의 몫이다. 박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지분이 없어 '얼굴마담'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2011년 탤런트 최정윤씨를 며느리로 맞아 화제를 모았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다음호에 이랜드그룹 내부거래 실태 「수상한 좀비회사들」편이 이어집니다]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이랜드월드 기부는?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51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1조6342억원) 대비 0.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1년엔 매출(1조3380억원)의 0.1%인 18억원을 기부했었다. 2010년의 경우 10억원을 기부했는데, 이 역시 매출(9032억원) 대비 0.1%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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