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시당위원장선거 계파 본색<막전막후>

2009.08.04 09:13:06 호수 0호

영남 들이킨 친박 보약일까 극약일까

한나라당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정비에 들어간 가운데 친박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친이계 원외 인사와 친박계 복당 의원들간 당협위원장 문제에서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면서부터다. 이후 16개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도 친박은 ‘알짜배기’ 지역을 차지했다. 친이계의 세가 강한 서울에서도 친박 소장 중립파의 지원을 받은 권영세 의원이 친이계 전여옥 의원을 누르면서 당 일각에서는 지방권력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협위원장과 시도당위원장이라는 지방권력 다툼을 통해 친박계가 전면에 부상했다.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지만 지방선거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 입후보자를 심사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 등 공천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친박계가 선전한 것.

금싸라기 지역마다 ‘친박’

전국 16개 시도당위원장 가운데 친박계나 친박계와 가까운 중도 성향 위원장이 7명이나 뽑혔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친박계가 차지한 지역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이나 시도의원의 자리가 많은 서울 부산 인천 경남 등 ‘금싸라기’ 지역의 위원장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바뀌었다.
친이계의 세가 강한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권영세 의원이 전여옥 의원을 누른 것이 대표적이다. 중립 성향의 권 의원은 친박계와 소장파, 중도 성향 인사들의 지지를 받아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전 의원과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인천에서는 친박계 이경재 의원이 만장일치로 선출됐으며 대전에서도 친박계 송병대 위원장이 선출됐다.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세가 높은 영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부산에 유기준, 대구 서상기, 경북 김태환 등 친박계 의원이 합의추대됐다. 경남 이주영 의원도 친박 성향의 중도 의원이라 영남권은 친박계가 싹쓸이를 하다시피했다. 울산의 김기현 의원만 친이계와 가까운 중도성향 의원이었다.
반면 친이계는 경기 원유철, 충북 송태영, 충남 이훈규, 강원 허천, 제주 부상일 위원장 등 한나라당의 열세 지역인 충청도와 강원도, 전라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광주 전남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이라 대부분 친이계 원외 인사들 간의 승부가 펼쳐졌다.

즉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도당위원장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마다 친박계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도당위원장은 해당 지역에서 당의 힘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지라 화합형 인사가 많다. 대부분의 시도당위원장이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시도당위원장 선출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신경전이 날카로웠다. 지방선거에서의 고지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시당위원장 친이 vs 친박…서울 잡은 권영세 ‘화합’ 키워드
인천, 부산, 경북, 대구, 경남, 대전 노른자위 거머쥔 친박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시도당위원장 선출은 한나라당 내 계파간 세력을 보여주는 중간평가와도 같았다”며 “합의추대 방식으로 권력이 이양된 것이 아니라 친이계와 친박계가 경선을 통해 주도권을 얻었다는 점에서 지방권력의 역전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선거에서 친박계가 도약할 발판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 이후에는 차기 대선 경선 국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기세를 이어가기에도 적절하다.
그러나 친박계의 시도당위원장 선출이 ‘약’으로만 끝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지난 17대 대선 경선에서 친이계보다 상대적으로 지방권력을 소홀히 해 대권행 티켓을 놓친 만큼 이번에는 상당한 신경을 썼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표의 대권행을 도울 정도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도당위원장이 해당 지역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 공천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결국 공직후보자 추천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주류인 친이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가 친박계의 도약을 넋 놓고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 끝난 것 아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도 “지방선거에서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그대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으로 굳어질지 중간에 변수가 생겨 일이 틀어질지는 모르는 일이지 않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신 친이계로서는 친박계 인사들 다수가 시도당위원장이 되면서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친이계나 MB 이름으로는 잡기 힘든 표심을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잡아준다면 결국 득을 보게 될 사람은 누구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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