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난 ‘불도저’ 이명박 벼랑 끝 승부수

2009.08.04 09:03:27 호수 0호

민심 잡기 위해 전 재산까지 내놨는데… 이젠 몸으로 때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또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촛불정국이라는 모진 시련을 겪은 후 차츰 안정을 되찾았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이어지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집권 2년, 한창 개혁 바람이 불어야 할 시기지만 ‘회심의 수’로 선택했던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도 낙마로 크게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의 ‘미디어법 원천무효 100일 장외투쟁’도 시간이 갈수록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야권 일각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이 제안되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위기의 남지’ 이 대통령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MB 지지율 천성관 사태로 ‘주춤’ 미디어법 처리에 ‘휘청’
재산 헌납, 친서민 행보, 중도실용노선 ‘공든 탑’ 와르르

서민 마이웨이’ 생활공감정책
서민 150만명 8·15 특사

이명박 대통령에게 악재가 겹쳐서 왔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 새로운 국정동력 마련을 위해 중도 실용, 친서민 행보를 강조했다. 전재산의 사회 환원 작업을 공식화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휘청거리는 검찰을 개혁 인사를 통해 돌파하려 했다.
악재 중 하나는 공들여 고른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도 낙마였다. 개혁을 위해 기수를 무시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으나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 정권의 고위직 인선이 도덕성을 무시한 채 이뤄지면서 비판 받아왔던 ‘악몽’이 다시 한 번 재현된 것.
그러나 ‘천성관 사태’도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비하면 약했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미디어법 강행처리 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설상가상 MB
하는 일마다 꼬여



지난달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71.0%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재산헌납, 서민행보, 중도실용노선 등으로 30%대에 진입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29.3%로 조사돼 20%대로 주저앉았다.
같은 날 동아시아연구원(EAI)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전달 조사보다 4.3% 급락한 30.5%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4.4% 줄어든 24.7%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4.8% 증가한 67.3%를 기록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변화를 보인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서민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여의도 정치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가 인사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언제까지 이 대통령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는 한나라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뒤에는 이 대통령이 있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제 야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미디어법 강행처리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100일 원외투쟁’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이미 사퇴서를 던졌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은 정 대표에게 사퇴서를 맡겼다”면서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는 재투표, 대리투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시일이 갈수록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디어법에 대해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을 놓고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선입견을 깨기는 쉽지 않으므로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일축하고 ‘서민’에 국정운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래시장이나 교육현장을 찾는 서민행보에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제2차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를 주재, 75개 생활공감 중점과제를 발표하는 것으로 친서민 행보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책상머리가 가장 큰 전봇대”라며 각 부처에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공감정책을 적극 발굴해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생활공감정책이야말로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서민 중도 실용정책’의 핵심으로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서민의 아픔을 보듬는 작지만 가치있는 생활공감정책을 적극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줄 ‘서민 행보’
역풍 조짐 안고 강행

또한 오는 8·15를 맞아 150만명의 생계형 사면을 단행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기업 등 각계에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8·15 사면은 오로지 생계형 사면만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는 역풍의 조짐도 함께 안고 있다.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는 이유에서다.

재래시장 방문 후에는 서민들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또한 지난달 24일 ‘농산어촌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된 충북 괴산고 방문 뒤에는 이 대통령과 학생들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찍은 단체사진이 ‘학생 동원’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대한 비판이 더해지면서 ‘서민’을 향한 마이웨이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잡을 ‘구명줄’은 결국 서민뿐”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 속으로 파고들면 그게 바로 ‘성공한 대통령’ 아니겠냐”면서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비판받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정치가 안정돼야 국가 경제 등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여의도 정치와는 담을 쌓은 것 같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거액의 예산이 집행되면서 서민을 위한 자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등 이 대통령 자신의 ‘중점 정책’을 향한 불도저식 행보가 계속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이 대통령의 지지율 ‘돌파책’으로 인적 쇄신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천성관 사태’에 호되게 당하고 검찰총장에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를 내정한 것이 그 시작이다.
김 내정자와 정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나 현 정권 인사들과 인연이 적을 뿐 아니라 도덕성과 전문성, 지역 안배까지 고려했다. 좁은 인재풀로 유명한 청와대가 심사숙고한 결과라는 것. 청와대는 “인사청문회에서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무사히 넘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부적인 ‘물갈이’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문제가 되어온 대선 당시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와 서울시청 출신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번 ‘100일 감찰’로 인해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특정 단체 기관 출신 가운데 무능하거나 부적격한 이들을 상대로 자체 퇴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임원들에게까지 확대될 방침이다.
3일부터 6일까지의 여름휴가 동안 ‘개각’에 대한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 노선에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집권2기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8월 중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국무총리와 일부 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 교체에 대한 수많은 관측들이 떠돌고 있다.

여름휴가에 국정 구상
인적쇄신 밑그림 그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각뿐 아니라 당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대통령 대신 당을 조율해온 이상득 의원이 2선 퇴진을 선언하면서 당내 믿을 만한 거물급 정치인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정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은 초선이 대부분”이라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당이 이 대통령의 뜻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친이 직계의 ‘화합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4월 재보선 패배 후 청와대 인적쇄신에 대한 주장이 한나라당 내에서까지 제기되고 있을 때 “문제는 여당 의원들”이라며 청와대를 옹호하고 나섰던 직계 의원들이 친박계와의 화합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정치권은 친이 온건파와 친박 온건파 간의 대화 채널이 복원될 경우 이 대통령이 여당에 ‘실세’를 두지 않고도 이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귀추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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