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111)대성그룹-서울도시산업, 대성정보시스템

2013.08.13 10:06:59 호수 0호

'세금폭탄 떨어질라' 헐레벌떡 감추기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각 기업들은 부랴부랴 교통정리에 나섰다.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고민하다 짜낸 방법은 '합병'. 이른바 '꼬리 자르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치는 꼼수다.

3세들이 장악

대성그룹도 내부거래로 유지된 오너 회사를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서울도시산업과 대성정보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서울도시산업은 지난 1일 에스씨지솔루션즈에, 대성정보시스템은 지난해 말 대성산업에 흡수합병됐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성 제고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게 정리된 회사들은 하나같이 오너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08년 설립된 서울도시산업은 가스배관, 냉난방 등 기반조성 전문공사 업체다. 콜센터 및 고객센터 운영 등 사업지원 서비스와 식품, 사무용품, 생활용품 등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했다. 처음 에코끼리란 회사였다가 201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자생력. 계열사에 매출을 의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1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렸다. 주거래처는 서울도시가스다.

서울도시산업은 지난해 매출 316억원 가운데 151억원(4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서울도시가스(142억원)를 비롯해 서울도시광산자원(4억원), 덕양도시가스서비스(1억원), 강북도시가스서비스(1억원), 서경에너지서비스(1억원) 등 22개사다. 그전엔 더 심했다. 2011년 서울도시가스(126억원) 등 15개 계열사는 매출 185억원 중 127억원(69%)에 달하는 일감을 서울도시산업에 퍼줬다.

오너회사 잇달아 합병 "과세 피하기?"
매출 대부분 계열사서…100억대 거래

서울도시산업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총자산이 2010년 61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으로 3년 만에 3배 가까이 불었다. 같은 기간 38억원이던 총자본도 91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그동안 적자 없이 각각 21억원·20억원·14억원, 27억원·27억원·30억원을 기록했다.

대성정보시스템 역시 사정은 같았다. '식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2005년 설립된 대성정보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판매·유지보수도 했다.

대성정보시스템은 2011년 매출 147억원 가운데 무려 144억원(98%)을 대성산업(117억원)과 대성산업가스(19억원), 한국캠브리지필터(1억원), 대성계전(1억원), 대성씨앤에스(1억원) 등 25개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성정보시스템의 매출 대비 계열사 거래 비중은 ▲2008년 98%(총매출 45억원-내부거래 44억원) ▲2009년 98%(66억원-65억원) ▲2010년 97%(78억원-76억원)로 나타났다.

서울도시산업과 대성정보시스템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산업은 오너일가가 소유한 개인회사였다. 주인공은 '대성가 3세'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그는 서울도시산업 합병 전까지 지분 100%(50만주)를 보유했었다.

서울도시산업 사내이사도 맡았던 김 부사장은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고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의 장남이다.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석유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도시가스에 입사, 2009년 상무에서 이듬해 전무로, 1년 뒤 다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짭짤한 배당금도


지난해 서울도시산업에서 배당금 1억원을 챙긴 김 부사장은 합병으로 에스씨지솔루션즈 지분 100%(739만3279주)를 갖게 됐다. 서울도시산업과 업종이 같은 에스씨지솔루션즈는 강북도시가스서비스, 서울씨엔지, 은평도시가스이엔지, 일산도시가스이엔지, 서울도시광산자원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대성정보시스템은 '김영대 일가'의 회사였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세 아들 정한·인한·신한씨가 각각 지분 24.95%(2만4949주)를 보유했었다. 김 회장의 부인 차정현씨도 24.9%(2만4900주)의 지분이 있었다. 대성정보시스템에서 정한씨는 대표이사를, 인한·신한씨는 상무이사를 맡았다. 차씨는 감사를 맡았다. 이들은 2009년 대성정보시스템 배당금 3억원을 나눠 갖기도 했다.

장남 정한씨는 미국 루이스앤드클라크 대학에서 물리학, 영국 런던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2년 대성산업 연구개발실 이사로 입사했다. 현재 대성산업 기계사업부 부사장을 맡고 있다.

차남 인한씨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엠허스트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시간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3남 신한씨는 IBM, 삼성전자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2006년 대성산업가스 이사로 입사, 현재 대성산업 유통사업부(부사장)를 이끌고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일감받는 서울도시산업·대성정보시스템 기부는?

대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았던 서울도시산업과 대성정보시스템은 기부를 얼마나 했을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도시산업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11년엔 고작 100만원만 기부했다. 이는 매출(185억원) 대비 0.005%에 불과한 금액이다. 대성정보시스템도 2011년 기부금이 '0원'이었다. 2010년 역시 기부 내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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