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해저드 빠진 석탄공사 <천태만상>

2009.06.23 09:40:49 호수 0호

노사 손잡고 ‘흥청망청’…만성 적자 이유 있었네~

대한석탄공사(이하 석탄공사)가 여론을 비롯한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공기업인 석탄공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탓이다. 석탄공사는 그동안 심각한 경영적자로 정부로부터 연 1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5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나타났다. 감사원은 석탄공사가 이른바 ‘카드깡’으로 직원의 회식비를 마련하는가 하면 노사 이면합의를 통해 임금을 인상하는 등 갖가지 편법을 일삼아 왔다고 공개했다. 뿐만 아니다. 석탄공사는 노조위원장 형의 청탁에 사옥을 옮기는가 하면 동생을 위해서는 있지도 않은 자리를 만들어 부당 승진시키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갖가지 위법행위로 빈축을 사고 있는 석탄공사의 방만한 경영 상태를 들여다봤다.



정부보조금 지원에도 ‘카드깡’으로 회식비 마련
노조위원장 형 청탁에 사옥 옮기고 동생은 승진
적자 경영 속 방만 경영
탈법적 노사관계 한마음

지난 5년 동안 석탄공사는 총 434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석탄공사는 -5743억원의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에만 1048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이 같은 경영난을 보전하기 위해 작년에만 1324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꾸려가고 있다.

노사간 이면합의로
임금 편법 인상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석탄공사가 경비절감 등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자사 직원들의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방만경영 행태는 지난 15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공사 노사는 이면합의라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임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1월 임금합의안이 정부의 임금인상 기준(인상률 3%)을 초과해 이사회 의결이 보류되자 같은 해 3월 ‘보건관리비’를 신설하는 수법으로 임금인상분을 보전하기로 이면 합의한 것.

석탄공사는 이 같은 이면합의에 따라 지난해 총 12억7000만원을 보건관리비 명목으로 사원들에게 지급했다. 올 들어서도 2월말까지 1억9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석탄공사는 당시 이사회에는 마치 정부기준에 따르는 것처럼 사실과 다른 노사합의안을 별도로 만들어 의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는 또 지난해 1월 정년퇴직자(5년 이상 근로)와 산재 사망자에게 퇴직금 및 재해배상금과는 별도로 아무런 지급 근거 없이 1인당 평균 8600만원의 ‘공로금’을 주기로 합의했다. 아직 공로금이 지급되지는 않았으나 정년 퇴직자 수를 고려할 때 향후 5년간 435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석탄공사는 이 또한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석탄공사의 잇속 챙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석탄공사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법인카드를 이용한 현금할인 속칭 카드깡(13회)과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 되팔기(55회), 허위 결제 영수증 첨부(41회)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 총 8600만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직원들의 회식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됐다.

이번 감사결과에선 석탄공사와 현 노조위원장의 긴밀한 유대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석탄공사가 노조위원장의 동생을 위해 있지도 않은 보직을 만들어 승진시켰다. 그런가 하면 위원장 형의 청탁으로 정부에 허위로 허가신고를 내 사옥을 이전시키는 등 탈법적 노사관계를 맺어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지난해 12월, 산하 광업소에 공무부소장 직위(1급)를 신설한 뒤 승진 서열 순위가 낮아 대상이 될 수 없는 노조위원장의 동생을 임용했다. 인사규정에 따르면 1급은 승진예정 인원이 2명인 경우 서열 15번 이내에 있어야 임용 받을 수 있는데도 서열 18번을 승진시키려고 서열명부를 따로 작성한 것이다.

석탄공사는 또 2006년 9월 당시 노조위원장의 형인 전국광산노조연맹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서울 영등포 소재 석탄공사 본사 사옥을 의정부에 있는 광산노조연맹 소유 건물로 이전키로 임차계약을 맺었다. 건물 계약 면적은 9개층 4296㎡, 계약금액은 40억원이었다.
그러나 당시 산업자원부는 “의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이어서 면적 1000㎡ 이상의 공공청사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본사 이전 인가를 거부했다.

노조위원장 형·동생
싸고도는 ‘비리광산’


하지만 석탄공사는 이듬해 5월 산업자원부에 3개층 991㎡만을 임차하는 것으로 허위 보고해 인가를 받아낸 뒤 본사를 이전했다. 감사 결과 석탄공사가 실제로 이용하는 면적은 이 건물 9개층 3305㎡으로 신고 면적의 4배에 해당했다.
온갖 편법을 일삼아 온 석탄공사의 경영 상태가 공개되자 여론은 “공기업인 석탄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자경영에 궁여지책으로 국민의 세금인 정부지원금을 받아 살림을 꾸리면서도 여전히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다.

한 언론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자본금 4500억원을 출자한 이후 지난 20년 이상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석탄공사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조와의 긴밀한 관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경영진이 노조위원장의 형·동생까지 챙길 정도로 비위를 맞추는 사실이 드러나자 석탄공사의 주인이 대체 누구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조의 수장인 현 석탄공사 노조위원장 김모씨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김씨는 이미 11년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실 김씨는 지난 2006년 노조위원장의 신분을 유지한 채로 태백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건재하다. 여론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도덕성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아직까지 노조위원장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 단합 합작품
‘비리백화점’ 논란

이 같은 여론의 비난에 대해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지속적 ‘독한 경영’을 통한 경영혁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조 사장은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희망편지’를 통해 “케케묵은 찌든 때를 씻고 방만의 시대와 결연히 단절하자”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이번에 지적된 내용은 대부분 이미 개선됐거나 조치가 끝난 것들”이라며 “과거(2006)의 사례를 엮어 마치 지금의 일처럼 매도하는 데 동의할 수는 없지만 한두 사람의 잘못 때문에 조직 전체가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 털고 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석탄공사 한 관계자도 “여론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이번 일을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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