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102)코오롱그룹-코오롱베니트

2013.06.12 10:58:31 호수 0호

없애도 모자랄 판에 '간큰 베팅'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각 기업들은 부랴부랴 교통정리에 나섰다.



내부거래로 먹고사는 기업들이 고민 고민하다 짜낸 방법은 '합병'.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치는 꼼수다.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 오너일가 보유지분을 처분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자구책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꼬리 자르기'가 한창인 가운데 오히려 '절름발이'회사를 부축해주는 그룹이 있어 주목된다. 심지어 오너 지분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베니트 얘기다.

25개 계열서 지원

코오롱베니트는 최근 주주배정 형식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오롱글로벌 IT사업부문 양수대금(677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코오롱그룹은 14년 만에 IT 서비스 사업과 IT 하드웨어 유통·제조 사업을 재통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오롱베니트 최대주주는 지분 51%(40만8000주)를 보유한 ㈜코오롱. 나머지 지분 49%(39만2000주)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소유 중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과 이 회장은 각각 102억원, 98억원을 코오롱베니트에 출자한다.

문제는 코오롱베니트가 코오롱그룹의 일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기업 내부거래가 십자포화를 맞는 상황에서 이뤄진 추가 출자라 업계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계순위 32위(공기업 제외)인 코오롱그룹은 38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가 바로 코오롱베니트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60∼70%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매출 853억원 가운데 530억원(62%)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226억원)와 코오롱글로벌(167억원), 코오롱글로텍(30억원), 코오롱패션머티리얼(25억원), 코오롱워터앤에너지(22억원), 코오롱제약(21억원), 코리아이플랫폼(12억원) 등 무려 25개사에 이른다. 그룹 계열사가 모두 38개란 점을 감안하면 '식구'들이 대부분 달라붙은 셈이다. 이들 회사는 IT시스템 유지보수 및 구축, 물류·공사 중개 등을 맡겼다. 2011년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518억원), 코오롱글로벌(66억원), 코오롱아이넷(64억원), 코오롱글로텍(41억원), 코오롱패션머티리얼(41억원), 코오롱플라스틱(28억원) 등 29개 계열사는 매출 1165억원 중 846억원(73%)에 달하는 일감을 코오롱베니트에 퍼줬다.

매출 60∼70% 집안서…매년 수백억 거래
200억 유상증자 실시 "회장 지분도 늘려"


코오롱베니트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한자릿수 수준에 머물다가 이 회장이 지분을 쥔 뒤부터 급증했다. 코오롱베니트가 계열사와 거래한 내부거래 비중은 2005년 7%(총매출 272억원-내부거래 18억원), 2006년 2%(291억원-6억원)에 불과했다. 이 회장이 지분을 취득한 것은 2006년 말. 이후 코오롱베니트의 내부거래율은 ▲2007년 60%(605억원-366억원) ▲2008년 61%(389억원-239억원) ▲2009년 55%(488억원-267억원) ▲2010년 48%(630억원-303억원)로 올랐다.

코오롱베니트가 든든한 지원군들을 등에 업고 있어서 일까. 이 회장은 코오롱베니트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2007년 지분 30%(24만주)를 취득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 2008년 최대주주였던 코오롱글로벌(옛 코오롱아이넷)로부터 지분 9.9%(7만9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9.9%(31만9000주)로 높인데 이어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보유 지분 9.1%(7만3000주)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을 49%까지 늘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코오롱베니트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과세대상으로 거론

1999년 설립된 코오롱베니트는 IT서비스 업체다. 컴퓨터시스템통합자문(컴퓨터 시스템 통합 구축), 상품중개업(물류·공사 중개), 광고대행업(의료전문정보서비스 제공포탈사업) 등을 주로 한다. 처음 라이거시스템즈란 회사였다가 2005년 베니트, 2006년 다시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현 상호로 변경했다.

사실 코오롱그룹의 일감이 몰리는 곳은 코오롱베니트 뿐만이 아니다. 코오롱환경서비스와 마우나오션개발, 코오롱워터텍 등도 내부거래로 유지될 만큼 의존도가 높다. 물론 이 회장 등 코오롱 오너일가가 이들 회사의 대주주다. 이는 코오롱그룹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거론될 만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일감 받는 코오롱베니트 기부는?>

코오롱그룹의 일감을 받고 있는 코오롱베니트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2011년에도 기부금이 '0원'이었다. 두해 모두 기부 내역이 없다. 다만 2010년의 경우 50만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이는 매출액(630억원) 대비 0.0008%에 불과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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