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홀릭’ 그녀들 “발 괜찮을까?”

2009.06.16 10:09:14 호수 0호

낮은 굽이랑 번갈아 신어야…스트레칭 ‘필수’

‘킬힐’ 마니아인 이미주(26)씨는 “디자인이 예쁘다 싶으면 다 굽이 8cm 이상 되는 하이힐이 많다”며 “발이 아프지만 하이힐을 신지 않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주눅 들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신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나 신상녀 ‘서인영’처럼 멋진 구두에 열광하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화려한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고통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전문의들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발을 집중조명하진 않지만 가까이 보면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고 뼈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등 발의 변형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굽높이가 10cm가 넘어 거의 까치발을 해야 신을 수 있는 아찔한 ‘킬힐’의 위험성이 재차 언급됐음에도 그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족부클리닉 전문의들에 따르면 장시간 하이힐을 신을 경우 엄지발가락이 심하게 튀어나오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무지외반증’이나 발가락이 저린 ‘지간신경종’ 등의 족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막혀있는 구두보다
샌들이 낫다?

‘하이힐 병’으로 불리는 무지외반증 또는 지간신경종 등은 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며 최근 이 질환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무지외반증의 정도가 아주 심해 스스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심하게 튀어나온 경우에는 신발에 닿을 때마다 통증이 생기며 이 경우 절골술과 박리술 등 수술을 통해 원래의 모양을 찾을 수 있다.

또 증상이 경미하고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방치할 경우 변형의 정도가 더 심해져 문제가 된다.
지간신경종의 경우 유병률은 족저근막염보다 높지 않지만 한때 축구선수 박주영이 이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고 앞이 좁거나 높은 구두를 신는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8~10배 많이 발병한다.

이것은 걸을 때 타는 것 같은 통증이 오고 저리지만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사라지기에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패션의 완성’이라 불리는 구두, 그 중에서도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여성들은 앞 코가 뚫린 ‘샌들’을 즐겨 신게 되는데 이 통굽 혹은 뾰족한 힐의 샌들은 이상이 없을까?

힘찬병원 관절센터 정숭현 과장은 “굽 높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눌러주는 힘이 더 강해 변형이 생기므로 높이가 중요하지만 막혀있는 구두 보다는 앞이 뚫린 샌들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샌들의 경우에도 앞 코가 뾰족한 것은 버선발 형태가 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한양대학교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발가락이 앞으로 나올 때 안 빠지게 하려고 힘을 주거나 꽉 쥐어주게 되면 엄지발가락 외반증을 심하게 할 수 있다”며 “앞부분이 뾰족해 새끼발가락도 나오지 못하고 둘째 발가락 쪽으로 다 밀어 버선발 형태가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통굽 샌들의 경우도 앞 굽이랑 뒷 굽의 차이가 3~4cm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며 그렇다고 해도 바닥에 닿는 면이 넓어야 하는데 좁은 경우에는 발을 삘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무게 중심 자체가 허공으로 뜨게 되면 사람의 몸은 불안정해지고 다리에 힘을 많이 주게 되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 피곤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이힐은 앞이 뾰족하기 때문에 발이 휘는 것뿐 아니라 서 있을 때도 뒷굽이 높기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발가락 근육 강화
‘스트레칭’ 필수

앞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뒤로 몸을 젖히게 되면 배가 나오고 허리가 들어간 전만 자세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은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처음에는 피로감이 오다가 정신집중이 안 되는 증상을 보이며 만성으로 지속되다 보면 허리 통증, 관절염, 디스크, 혈액순환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앞굽과 뒷굽의 차이가 3~4cm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여성이라면 한 번에 2시간 이상 신지 않는 것이 좋고 자주 낮은 굽이랑 번갈아가며 신어야 한다.

보통 족부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마사지를 권하지만 전문의들은 마사지보다도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발가락을 벌렸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은 통증이 없더라도 평소에 해줘야 하는데 이 근육을 안 써서 퇴화돼 벌어지지 않거나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장의찬 교수는 “발가락 근육을 강화해 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면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여성들은 아프더라도 미적 감각을 위해 하이힐을 신는데 우리가 오랜 시간 고정돼 있다가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해주듯이 발도 똑같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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