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8탄] 배째 ’코오롱건설 ‘하늘채’

2009.06.16 09:16:42 호수 0호

앞에선 ‘사탕발림’…뒤로 가면 ‘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하늘과 집이 만났다.’

코오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하늘채’에 담긴 뜻이다. 코오롱건설은 2000년 ‘동양의 참다운 가치를 집이란 주거공간을 통해 일깨운다’는 의미에서 이 브랜드를 선보였다.

서양 기술·양식에
동양적 가치 접목

여기에 서양의 첨단기술과 화려한 건축 양식에 동양적 가치를 접목한 신 주거공간 개념의 ‘오리엔탈 프리미엄’을 도입한 새 로고를 입혀 고유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로고는 동양의 대표적 상징물인 대나무를 현대적 건축물인 나비 문양으로 형상화했다.
코오롱건설 측은 “하늘채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조화된 아파트”라며 “입주민들에게 차별화된 기술로 건강하고 편안한 고품격 아파트를 선사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도급순위 18위인 코오롱건설은 건설업계에서 소위 ‘잘나가는’ 건설사는 아니지만 자연과 사람을 잇는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친자연주의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마케팅’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결과다.

2004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컬러테라피’가 대표적이다. 컬러테라피란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이용해 심리 치료와 의학에 활용되는 요법을 말한다. 코오롱건설은 자녀방에 창의력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5개의 색채를 적용하는 등 고객의 특성에 맞게 특정 컬러와 인테리어를 제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코오롱건설은 같은 맥락에서 국가정책이자 전세계적 화두인 ‘녹색성장·녹색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경비율이 전체 부지 면적의 40%가 넘는 단지가 있을 정도다. 아울러 역시 국내 처음으로 아파트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대별 지열냉난방의 실용화에 주력 중이다. 올해 말 착공하는 서울 쌍문동 하늘채 300여 가구에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미 태양광발전 분야에선 앞선 기술력으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생물담체를 이용한 질소·인 등 이물질을 제거하는 ‘NPR공법’과 분리막을 이용한 하수고도처리기술인 ‘KIMAS공법’,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산성가스 건식처리 공정’등 독자적인 환경신기술도 자랑거리다.
실용적인 내부 설계 또한 입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오롱건설 입주자는 각자의 취향대로 아파트 평면을 고를 수 있다. ‘맞춤형 아파트’가 그것이다. 미혼과 기혼, 기혼의 경우 자녀의 유무와 자녀의 연령 등 가족형태에 따라 11개, 교육·건강·경제능력·패션 등 생활패턴에 따라 7개의 다른 평면을 선택할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냥갑 아파트’가 아닌 각 가정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디자인의 주거공간이 세워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고객 우선’을 내세운 감성경영이 눈길을 끈다. 코오롱건설이 추진 중인 여러 역점사업 가운데 가장 무게를 두는 대목이다. 일례로 코오롱건설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주부들로 구성된 ‘하늘채 고객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하늘채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구조에서부터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회사가 놓치기 쉬운 직접 체험한 생활 속 아이디어를 조언하기도 한다. 코오롱건설이 지난해 ‘수납 특화 아파트’개발에 착수한 것도 주부평가단의 아이디어를 설계에 반영한 조치다. 코오롱건설 측은 “추후 입주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주예정자들과 협의체를 운영, 수렴된 의견을아파트 시공에 반영해 만족도를 높여주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입주예정자들의 다양한 모임과 활동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원스톱서비스 등 ‘고객우선’ 내세운 감성경영 무색

부산 용당동 분양시 ‘거짓말’ 들통…공정위 ‘철퇴’

10년 공들인 브랜드 명성에 먹칠

전국 곳곳서 입주민들과 파열음

이밖에 ▲고객의 불편사항을 처리하는 고객서비스센터 ‘하늘채 고객센터’▲단지내 보수 전담매니저가 365일 상주하는 ‘하늘채 365 서비스’▲각 가정의 소파와 침대 등의 진드기를 제거해주는 ‘테라피 서비스’▲입주 전 새 트렌드에 맞게 내·외관을 변경해주는 ‘밸류업 서비스’등 고객만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집만 짓는 시공사에서 벗어나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원스톱 서비스를 추구한다”며 “이 같은 노력으로 2003년 한국건축문화 대상, 2005년 거주만족도 1위, 2006년 우수친환경 건축물, 2007년 살기 좋은 아파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건설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다. 10년 가까이 공들여 쌓은 명성에 흠집이 날 만한 ‘사건’이 터진 것. 발원지는 부산 남구 용당동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허위·과장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로 코오롱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밝힌 코오롱건설의 ‘거짓말’은 이렇다.

“당초 약속과 다르네”
허위·과장광고 망신

코오롱건설은 2004년 12월∼2005년 6월 일간지와 전단지를 통해 부산 남구 용당동의 하늘채를 분양하면서 허위·과장의 광고를 했다.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때 납입금액에 5%의 이자까지 더해 보장해주는 특별한 고객만족제도인 ‘이자보장환불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계약서에 해당요건을 엄격히 규정해 사실상 적용받기 어렵게 했다. 계약서에는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한 이후엔 사업자의 동의가 계약해지에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또 중도금을 연체 없이 6회 이상 납부해야 하고, 계약 후 24개월이 경과한 뒤 해지가 가능하다. 이 경우 아파트 가격의 10%를 위약금으로 공제토록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코오롱건설은 아파트 진출입을 위한 도로개설 공사를 착수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도로 공사 중”이라고 허위 광고했다. 게다가 광고 당시 중·소 평형의 분양계약률이 32%에 그쳤는데도 “계약률이 70%에 이른다”고 과장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당동 하늘채는 그동안 입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공정위의 ‘철퇴’도 입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된 문제다. 입주민들은 코오롱건설의 사기 분양 의혹을 제기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4월 용당동 하늘채 712가구 중 절반이 넘는 미분양건 388가구를 대한주택공사에 일괄 매각해 사실상 임대아파트화를 우려한 입주민들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사실 하늘채에서 새어나온 코오롱건설-입주민 간 파열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하늘채가 있기까지 무수한 진통을 겪은 것. 2007년 3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하늘채는 99.5%의 높은 분양율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쏟아 관심을 모았지만 마찬가지로 허위·과장 분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입주자들은 “당초 분양 광고와 달리 특정 단지에만 편의 시설 설치, 일부 동 일조·조망권 침해, 단지를 구분하는 도로 증가, 주방가구·엘리베이터 등 카탈로그와 다른 내부시설 등을 이유로 명백히 허위·과장 분양”이라고 주장하며 ‘보이콧’움직임까지 보였다.

전주와 광주의 하늘채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2003년 8월 입주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하늘채는 모델하우스에 적용된 마감재와 서비스 품목 중 일부가 아무런 동의 없이 실제 입주할 때 설치한 제품과 달라 입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2008년 12월 공사가 끝난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하늘채도 입주민들이 주방가구, 섀시 등이 모델하우스 마감재와 다르게 ‘저가시공’됐다며 발끈, 규탄대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외에도 ▲대구 수성구 수성3가에선 로열층을 빼돌리고 분양했다는 의혹이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선 사전점검 과정에서 일부 하자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충남 홍성군 옥암리에선 인근 가축계근소에서 들리는 ‘가축괴성’으로 인해 민원 등이 발생했거나 현재까지 입주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갈등의 골이 깊은 나머지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신이 쌓인 경우다. 모 지역의 하늘채 입주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오롱건설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을 남겨 하늘채 주민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다. 

그는 “코오롱건설이 진정으로 고객을 중심에 둔 회사인지,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서비스를 갖춘 회사인지 의심이 든다”며 “소송을 떠나 가급적 대화로 푸는 게 모두 이익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해 왔지만 이젠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입주 후 곧바로 주차장 누수, 연못 순환모터 고장, 오수배관 막힘, 자동출입문 고장 등 여기저기서 어처구니없는 하자가 생겨 보수를 요구하는 전화도 모자라 내용증명으로 공문까지 보냈지만 무슨 배짱인지 시간만 끌고 있다”며 “입주민을 우습게 여기는 대형건설사의 책임 회피에 건설사를 상대로는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결국 서로 상처주기 싸움뿐인가 하는 비참한 심정이 든다”고 덧붙였다.


툭하면 나몰라라
책임은 떠넘기기

또 다른 한 입주민은 입주자모임 홈페이지에서 코오롱건설의 안일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코오롱건설은 입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시행사나 관리사무실 등에 떠넘기기 바쁘다”며 “‘당사와 무관하다’ ‘불가피한 조치다’ ‘계약과 다르지 않다’등의 궁색한 해명으로 버티다가 수세에 몰리면 ‘법정에서 가리자’는 엄포를 놓는다”고 지적했다.

코오롱건설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건설 현장에선 입주민들과의 분쟁이 늘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가 분양되면 거의 100% 입주자모임이 결성, 사사건건 회사와 대립각을 세운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건설경기 불황과 미분양아파트 속출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자 입주자들이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기 위해 더욱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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