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연령 높아지는데 ‘웨딩 검진’은 제자리?

2009.06.02 09:54:30 호수 0호

결혼을 2주일 앞둔 예비신부 최모(28)씨는 “주변에 남자가 신장이 안 좋은 것을 속이고 결혼한 부부가 있어서 결혼하기 전 서로 건강검진 받아보자고 말했는데 남자친구한테 냉정하고 계산적이라는 말을 듣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최근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평생 살아갈 배우자와의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예비부부들이 당연히 자신은 건강하다고 자부해 행동으로 옮기지 않거나 건강검진은 보통 40대가 지나야 받는 것이라든지 상대방의 건강검진 제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결혼은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시기”라며 “질환을 모르고 방치했다가 배우자나 2세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건강을 점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만은 꼭 챙기자!

최근 평균 결혼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에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미리 진단하고 치료해 건강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할 검사에는 신체계측 및 비만도검사, 혈압측정, 일반혈액, 고지혈증검사, 간기능검사, 당뇨병검사, 간염검사, 성병혈액검사, 신장기능검사, 소변·대변, 안과, 흉부촬영, 폐기능, 심전도, 복부초음파, 식생활평가, 종양표지자(간암, 대장암, 췌장암), 헬리코박터균검사(혈액), 치과진찰, 갑상선혈액검사, 영양상담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남성에게는 남성호르몬 검사가 추가되고 여성에게는 부인과 진찰 및 상담, 자궁경부암 검사, 골반초음파, 철결핍성빈혈검사, 풍진검사, 수두항체검사 등 여성 질환 관련검사와 임신 전 받아야 하는 검사들이 추가될 수 있다.
이 중에서 여성은 반드시 풍진검사를 빼지 말아야 한다. 산모가 풍진에 걸리면 아이가 선천적인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심장질환, 정신박약, 백내장 등을 앓을 수 있기에 풍진항체검사를 통해 꼭 확인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남녀 모두 건강검진 검사 2~3일 전부터는 과로 및 음주는 피하고 12~14시간 이상 금식해야 하며 여성의 경우 생리가 끝난 이틀 후가 좋다.
고려대 안암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 소장 류호상 교수는 “만약 예비부부가 음주와 흡연을 즐긴다면 위내시경, 간염·간암 검사를 통해서 지방간, 간염, 위염, 위궤양 등의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류 교수는 “B형 간염을 갖고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그대로 아이에게 수직 감염되기 때문에 배우자 양쪽 모두 B형 간염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을 예전에 마쳤더라도 꼭 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예비부부라면 성병과 관련된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매독의 경우 처음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배우자에게 옮기거나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결혼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사만큼 중요한 ‘임신 전 상담’

여성에게는 사소한 것도 아이에게 큰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려면 결혼 전부터 상담과 교육을 통한 지식의 습득이 필수다.
최근 모르고 약을 복용하거나 선천성 기형 발생물질에 노출된 임신부들이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인공유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많은 예비부부들이 어떤 준비도 없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임신을 하고 그 결과 엄마는 물론 아기도 자연유산, 기형발생, 저체중증, 정신지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계획하지 않은 임신율이 아직도 50%에 이르며 임신을 계획한다 해도 임신 전 전문의와 상담과 검사를 받는 부부들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계획 임신율은 약 50%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무계획 임신부의 경우 알코올에 2배 이상 노출되며 약물, 흡연 그리고 방사선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렬 교수는 “혼전 건강검진에 대해 사람들은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진단을 받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파악해야 치료하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임신 전 상담으로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하면 질병발생과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천성 기형아 발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계획임신을 통해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미리 제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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