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역발상 경영’ 화제

2013.05.06 13:58:05 호수 0호

“메이저대회 최고의 권위는 우리 스스로”

매년 4월 초 전 세계의 골프 마니아들을 TV 앞에 붙들어 놓는 마스터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고 자금력이나 탄탄한 조직력도 없는 일개 골프장에서 시작한 대회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돈보다는 명예 “후원금은 일절 사절”
중계권료·입장권 판매·영업 무관심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대회와는 달리 기업들의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엄청난 수입을 보장하는 TV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골프장 영업 등에도 무관심하다. 세속적인 가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돈 보기를 돌같이’하는 마스터스의 ‘경영 비법’이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1등 대회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돈 보기를 돌같이’
1등 대회 비법


마스터스는 77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허용하지 않았다. AT&T, IBM, 엑슨모빌, 롤렉스 등 4개의 기업을 후원사로 선정했으나 이들은 후원금이 아니라 물품 공급 후원 계약만 맺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 내 어떤 기업 로고도 노출되지 않는다.

다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도 타이틀 스폰서를 두지 않고 있지만 대신 공식후원사라는 창구를 통해 여러 기업에서 연간 수천만달러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US오픈을 여는 미국골프협회는 마스터스처럼 기업 후원을 받지 않다가 2006년부터 셰브론, 롤렉스, IBM, 렉서스, 아멕스카드 등 5개 기업 파트너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PGA오브아메리카는 ‘패트론(후원자)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아멕스카드, 내셔널렌터카, 로열뱅크오브캐나다, 메르세데스벤츠, 오메가 등의 후원을 받는 것도 모자라 대회 로고 사용 대가로 25개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등 ‘수익사업’에 열을 올린다.

브리티시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978년 롤렉스를 시작으로 니콘, 메르세데스벤츠, HSBC, 두산 등의 후원을 받았으며 최근 마스터카드, 랄프로렌을 추가하는 등 후원금에 익숙해졌다.

마스터스는 사실상 중계권료가 없다.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지금까지 CBS가 독점하고 있다. CBS가 중계권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다른 대회에 비해 매우 싼 300만달러다.

미국 PGA투어는 CBS와 NBC 두 방송사로부터 10년간 28억달러 이상을 중계권료로 받는다. 연간 2억8000만달러를 대회 수 40개(메이저대회 제외)로 나누면 대회당 700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몇 배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US오픈 테니스대회는 2008~2011년 중계권료로 CBS에서 1억4500만달러(연간 3625만달러)를 받았다. 마스터스는 최소한 중계권료로 연간 3000만~5000만달러 이상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오거스타는 중계권을 포기하는 대신 대회 도중 1시간 동안 4분만 광고를 하도록 하고 하루 총 16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상업성을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

마스터스는 입장권 수입에도 큰 관심이 없다. ‘패트론’이라고 부르는 4만 명에게 평생 볼 수 있는 권한을 이미 넘겨버렸다. 이들은 대회 기간에 1인당 200달러(1일 62.50달러)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 입장권은 시장에서 수십 배로 폭등한다. 연습라운드 관람 티켓만 1000달러가 넘고 4일짜리 티켓은 7000달러를 웃돈다.

US오픈의 하루 입장료는 가장 싼 것이 250~385달러며 1주일짜리 패키지는 1875달러다. 브리티시오픈은 하루에 90파운드부터, 7일은 240파운드부터 판다.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PGA챔피언십은 1일에
75~85달러, 1주일에 285~550달러다.


더 큰 입장료 수입은 기업 고객을 위한 VIP용 티켓이다. 브리티시오픈의 ‘프리미어 스위트’는 30명 수용에 1만6500파운드(약 2800만원)부터 시작한다. PGA챔피언십은 코스 내에 VIP석을 마련해놓고 50석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 150석은 42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고 있다. US오픈 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와 21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짜리 패키지가 있다.

오거스타는 대회를 마치고 나면 코스 관리를 이유로 5개월간 휴장에 들어간다. 다른 코스들이 메이저대회 개최를 이유로 그린피를 올리는 등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회 기간 나타나는
‘마스터스 메뉴판’

마스터스는 기업들의 후원과 TV 중계권료 대신 대회 기간에만 판매하는 기념품 판매 수입(3000만~4000만달러)과 패트론 입장권 판매 수입(1000만달러), 식음료비 등으로 대회 상금과 경비를 충당한다. 대략 6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매년 1000만달러의 수익을 남긴다. 이 돈마저 아마추어 골퍼를 후원하는데 사용한다.

마스터스는 돈을 포기했지만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지역에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안겨줬다. 영국 BBC는 마스터스 주최로 조지아주에 50억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 6만 개를 창출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른 메이저 대회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지만 이들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40∼1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반면 마스터스는 출전 자격부터 다른 메이저 대회와 차별화하고 있다. 엄격한 출전 자격 조건을 충족시킨 100명 내외의 선수들만 추려 우승자를 가린다.

출전 자격 100명 내외, 다른 메이저는 140~150명
골프장 밖 식당 음식 값 껑충, 갤러리는 월마트 수준


올해 마스터스 출전 선수는 93명이었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 지난 5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자, 작년 마스터스 공동 16위 이내 입상자, 2012시즌 PGA 상금 랭킹 30위, 2012년 세계 랭킹 50위, 올 3월31일자 세계 골프랭킹 50위, 작년 마스터스 이후 PGA 우승자,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외국인 초청선수는 이시카와 료(일본), 타워른 위랏찬트(태국) 등 2명뿐이었다. 이로 인해 ‘명인들의 열전’에 초대된 선수들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
올해도 이틀간 1, 2라운드를 치른 뒤 공동 60위 이내와 2라운드 선두와 10타 차 이내의 선수들만을 가려 3, 4라운드를 치렀다.

‘마스터스 메뉴판’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담장 하나 사이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르다. 골프장 담장 바로 앞 워싱턴로드 대로변에는 식당과 술집, 모텔, 주차장이 즐비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이곳의 메뉴판은 평소와 다르다. 평소 20∼30달러이던 스테이크하우스는 ‘마스터스 위크’에는 50∼100달러짜리 메뉴판을 손님들에게 내민다.

그럼에도 이곳은 물론 주변 식당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후터스’란 바 역시 해떨어지기 무섭게 만원사례다. 두 시간을 기다려도 테이블 하나 얻기 힘들다. 인근 술집들도 마찬가지이며 능력있는 웨이트리스는 하루에 버는 팁만 1만달러에 달했다는 지역신문 보도도 있었다.

외지인만 10만 명이 찾다보니 초절정 성수기를 맞은 모텔은 평소 20∼30달러하던 하루 요금이 매년 오르더니 올해는 200∼300달러로 폭등했다. 이런 게 싫어 ‘패트론’들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이들과 숙박비를 분담하며 ‘1주일간 동거’를 하기도 한다. 평소 무료주차 지역이던 상가 주차장이 20∼40달러까지 받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갤러리는 돈벌이
수단 아니야

‘마스터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골프장 담장 안은 어떨까. 마스터스 관람 티켓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입장하면 담장 밖 세상과 딴판이다. 골프장 측은 하루 수만의 갤러리가 몰리는 이곳에서 먹거리도 팔지만 가격은 가장 싸게 판다는 ‘월마트’ 수준이다. 물과 콜라, 스낵류는 1달러, 칠면조·치킨 샌드위치가 1.5달러, 맥주가 4달러 선이다.

골프장 측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며 10년 전 가격 그대로 받고 있다. 기념품 역시 올해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골프장은 돈을 벌기 위해 갤러리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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