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

2009.05.26 11:51:35 호수 0호

몽골바람에 실려온 유목민 이야기
7년간 몽골 초원을 건너며 기록한 유목의 삶

“나는 누구인가?” 끝없이 자문하며 몽골바람에 길을 묻고,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 한성호(현 울란바타르 에르뎀 어윤 대학에서 ‘한국관광학’을 가르치며, 여름 한철 몽골초원을 안내하는 트레킹 가이드). 그는 2002년부터 몽골에 머물면서 7년간 한반도의 7.8배인 몽골 21개 아이막(도청소재지) 중 19개 아이막을

도보, 자전거, 자동차, 항공편으로 여행한 인물이다. 이 책은 7년간 몽골에 머물면서 틈틈이 기록한 몽골 유목민에 대한 살아 있는 기록이다. 본문은 울란바타르에서 푸르공을 타고 ‘신의 호수’ 흡스골로 향하는 길, 2007년 9월 과 이듬해 가을에 걸쳐 고비사막(600km)과 항가이 산맥(800km)을 자전거로 여행한 내용이 골격을 이룬다. “내 인생에서 고비사막을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는 방향을 상실한 채 수직적인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절실했던 것은 해지기 전 하룻밤 묵을 ‘게르’를 찾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유목민들은 언제나 이방인을 반겨주며 게르 안에서 따뜻한 수태차(우유차)와 음식을 대접해 주었는데, 이런 몽골 유목민을 두고 “이방인에게 아침상을 건네주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종족일 것”이라 언급한다. 흔히 ‘유목민은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자유로운 자’로 알고 있지만, 옆에서 유목민을 지켜보며 그가 깨달은 것은 그들이 결코 낭만적인 유목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니며, 오로지 초원의 생존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야생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영하 50~60도의 살인적 추위를 태풍의 눈처럼 견뎌내고, 비 오기 전 비의 냄새를 맡고, 바람의 기척을 먼저 느끼며 멀리서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의 생리조차 감지하는 유목민들의 야생의 삶을 담고 있다. 그 점에서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는 유목민의 본질적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또한 본문에는 직접 몽골 현지에 살면서 보고, 듣고, 체감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유목민 가족이 함께 아롤(말린 유제품)을 만들고, 마유주(우유를 발효시킨 음료)를 젓는 모습,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달빛 소년, 깊은 산중에서 열리는 마(馬)시장 풍경, 몽골 샤먼이 주술을 거는 모습, 흐근올의 유목민 형님집에서 ‘게르’ 짓던 날의 풍광,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양을 잡는 신성한 모습, 무병을 비는 말의 낙인식, 몽골 최대 규모의 나담축제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의 모습, 으기노르 호수에서 만난 돼지와의 한판 승부 등,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내용들을 생생히 담고 있다. 또한 자연과 하늘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 속에서 움튼 몽골의 구슬픈 전설들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비사막에서 40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간절히 갈구했던 것은 울란바타르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 딸아이의 모습이었다.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는 “길을 따라 흐르지 않고 정착하는 삶을 사는 순간 몽골인은 멸망할 것”이라 했던 칭기즈칸의 말처럼 계절이 바뀌는 봄과 가을, 초지를 따라 가축을 몰고 이동하는 유목민의 삶을 통해 고여 있지 않고 늘 떠나는, 유목민의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머무는 곳, 그곳이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지점임을 조용히 일깨워주고 있다. 

한성호 저/ 멘토프레스  펴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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