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유혹, 폭력으로 협박 꿀~꺽

2009.05.26 10:58:06 호수 0호

사채업자와 결탁해 슈퍼마켓 삼킨 조폭

사채 못 갚은 바지사장 내세워 슈퍼마켓 통째로 가로채
조폭, 사채업자 손잡고 역할 분담해 교묘한 사기극 벌여



조폭들과 사채업자들이 손을 맞잡고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가운데 경영난에 허덕이는 슈퍼마켓을 골라 인수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운영권과 시설을 가로챈 조폭과 사채업자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이 전국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인 슈퍼마켓은 80여 곳. 그렇지 않아도 힘들게 사업을 꾸려가던 슈퍼마켓 사장들은 사채빚와 폭행을 무기삼은 이들의 협박에 속수무책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날로 극심해져가는 조폭과 사채업자들의 횡포를 들여다봤다.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조폭과 사채업자들. 이들에게 돈 문제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은 언제나 좋은 먹잇감이다. 자신들이 가진 자금력과 힘으로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황이 깊어질수록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파렴치한 범행은 날로 교묘하고 파렴치해지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이들이 노리는 훌륭한 먹잇감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에 밀려 고군분투하는 동네 중소규모 슈퍼마켓 수십여 곳을 통째로 집어삼킨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9일 슈퍼마켓 업주들을 상대로 사기와 폭행을 일삼은  김모(41·자금총책)씨와 장모(48·작업책)씨를 구속하고 조직폭력배 이모(34)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인수해줄게”

충북 천안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임모(37)씨도 이들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여느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힘겹게 사업을 꾸려나가던 임씨. 그에게 지난 2월 김씨 등이 찾아왔다. 이들은 임씨에게 감언이설로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 임씨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들은 좋은 조건으로 슈퍼마켓을 인수해주겠다는 말로 임씨를 속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임씨에게 또 다른 김모(46)씨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뒤 계약금 5000만원을 주고 슈퍼마켓의 빚 10억여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든 임씨는 이들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의 업주 명의는 바지사장 김씨에게 넘어가게 됐다. 그리고 이들 일당은 슬슬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지사장 김씨는 자신이 사채업자에게 2억원을 빌렸고 ‘기일 내 사채를 갚지 못하면 가게 물품과 시설물을 가져가도 좋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썼다고 임씨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었다. 사채업자와 김씨가 짜고 임씨를 속인 것.

이에 임씨는 당황했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일당은 바지사장 김씨가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2개월간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1억원가량의 이득과 냉장시설 등 10억원 상당의 시설물과 판매물품을 가로챘다. 물론 임씨에게 주기로 약속한 계약금과 빚 10억원을 갚을 돈도 주지 않았다.
임씨는 이들 일당이 모두 한 패가 되어 사기극을 펼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바지사장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그 사이 일당은 가게 안 물건과 시설물 등을 모두 빼앗은 뒤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임씨의 가게를 포함, 경기도 성남 등 3개의 가게에서 17억2000여 만원 상당의 물품과 시설물, 가게 운영권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이씨 등 조직폭력배 일당은 사채를 갚지 못한 가게 업주들을 대상으로 매장의 물품 등에 대한 포기각서를 작성하게 한 뒤 물품과 시설물을 강제로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11일에는 충북 음성에 있는 한 슈퍼마켓 업주 김모(42)씨에게 폭력을 행사해 2억3000만원 상당의 물건과 시설물 및 운영권 등을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일당은 세무관서에서는 마트 사업자 명의정정신고 시,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서 없이 동업계약서만으로도 사업자 명의정정이 가능한 것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자금총책, 적당한 슈퍼마켓을 물색하는 작업책, 바지사장, 사채업자, 업자를 협박하는 행동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고 규모1000~2000㎡가량의 대형 슈퍼마켓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사기단이 가로챈 마트가 전국에 80여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사채업자와 조폭들의 행각은 많은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그러나 사채업자와 조폭이 서로 든든한 사업파트너가 되어 몹쓸 행각을 벌이는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채무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잡힌 폭력조직 부천 ‘식구파도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어 온 조직 중 하나다. 이들과 결탁해 불법 사채업을 한 사람은 부천 일대에서는 악명이 높았던 남모씨. 300억원가량의 자금을 굴릴 정도로 자산가였던 남씨는 200여 명으로부터 불법채권 수신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06년 식구파와 인연을 맺은 남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채업을 시작해 악랄한 수법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고리의 이자를 매겨 돈을 빌려준 뒤 갚지 못하는 채무자에게는 식구파를 보내 폭행과 감금 등의 행위로 돈을 받아오게 한 것. 그 대가로 식구파는 남씨에게 조직 자금을 대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채무자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폭행과 폭언, 감금까지 서슴지 않았다. 남씨에게 3억원을 빌렸던 한 채무자는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돈을 갚지 못했고 2006년 4월 10시간여 동안 사무실에 감금당한 채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구두를 들고 맨발로 새벽에 겨우 도망쳤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민들은 좋은 먹잇감

이처럼 조폭들이 사채시장에 뛰어들면서 ‘신체포기 각서 등으로 살벌한 사채시장은 더욱 험악하고 위험하게 변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가는 깍두기 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조폭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것이 사채시장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지도 오래다.

한 조폭 담당자는 “불황속에서 남몰래 배를 불리며 회심의 미소를 띠는 조폭과 사채업자들에게 당하는 서민들이 많아 피해방지책을 시급히 마련,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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